덕수궁을 하늘에서 보는 방법 | 7월은 고궁과 왕릉 무료개방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덕수궁은 조선왕조 시대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오는 격동의 시대를 겪어온 궁궐입니다. 원래 이곳은 월산대군의 집이었는데 선조가 임진왜란을 피해 도성을 버리고 도망갔다 돌아와보니 궁궐이 죄다 불타 없어져서 임시로 행궁을 삼았던 곳이에요. 이후 왕위를 물려받은 광해군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이곳의 이름을 경운궁으로 바꿨습니다. 훗날, 고종이 일제의 무력시위에 왕위를 순종에게 물려주는데, 순종은 아버지의 장수를 비는 마음에 '덕수'라는 궁호를 내리면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정동길 근대문화유산 도보탐방 두 번째 시간입니다. 덕수궁을 짧게 한 바퀴 돌아보고 이곳을 하늘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드릴게요. 그것도 시원한 곳에서 무료로 말입니다.

 

 

지금의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 모든 궁궐의 정문에는 '화(化)'자가 들어 있고 모두 남쪽으로 나 있어요. 광화문, 돈화문 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대한문은 '화'자도 없고 동쪽으로 나 있어요. 화(化)는 백성을 바른 길로 교화한다는 뜻인데, 원래 이곳의 정문은 중화전 맞은편 남쪽에 있었던 '인화문'이었어요. 지금은 없어지고 담벼락으로 막혀 있습니다. 대한제국이 출범하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환구단이 설치되면서 지금 시청이 있는 동쪽이 새로운 번화가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에 궁궐의 원활한 기능수행을 위해 대한문을 정문으로 사용하면서 바뀌게 된 겁니다.

 

 

 

 

 

 

메르스로 관람객이 많이 줄고 외국인 관광객이 찾질 않아 7월 한 달 간은 모든 고궁과 왕릉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네요. 입장권 발권할 필요없이 그냥 들어가면 됩니다.

 

 

 

 

 

 

궁궐의 모습이 참 한산하긴 하네요. 그나마 외국인은 최근 조금 늘어서 종종 보이는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은 함녕전인데 고종의 침전과 편전으로 사용했던 건물입니다. 돌아가신 것도 이곳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건물 이름에 '전(殿)'자가 들어 있으면 임금과 왕비 그리고 대비만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란 뜻입니다. '격'을 말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덕수궁엔 왕비의 침전이 없는 것도 특징이에요. 다른 글에서 '아관파천'이나 '중명전' 말씀 드릴 때 자세히 알려드릴 기회가 있을텐데요, 아무튼 명성황후가 일본에 의해 시해되고 그 뒤로 고종은 왕비를 맞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함녕전에서 언덕을 하나 올라오면 독특하게 생긴 정관헌이란 전각이 있어요. 이곳에서 고종은 외교관들과 연회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던 장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정관헌(靜觀軒)의 뜻은 '조용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공간'이란 뜻인데, 당시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 앞에서 풍전등화 같은 조선의 처지를 고종은 이곳에 앉아 고뇌하셨을 겁니다.

 

 

 

 

 

 

서양식 건축물에 한국식 무늬를 둘렀습니다. 만수무강 하게 해달라는 뜻의 십장생인 소나무와 사슴을 그려 넣었네요. 당시의 서양문물이 들어오던 시대상이 적절히 반영되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곳엔 관람객이 직접 올라가서 의자에 앉아볼 수 있습니다. 궁궐을 내려다 보며 차를 마시던 고종과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겠네요.

 

 

 

 

 

 

정관헌을 지나면 창신문부터 미술관으로 쓰고 있는 석조전까지는 구불구불한 작은 길이 나 있습니다.

 

 

 

 

 

 

이 분수를 가동하긴 하네요. 매번 봄, 여름, 가을에만 와봐서 분수를 트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역시 물이 조금 흘러주니 정원 풍경이 확 살아나네요. 예쁩니다.

 

 

 

 

 

 

 

 

 

 

이곳이 석조전이에요. 석조전은 고종이 침전 겸 편전으로 사용하려고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석조건물입니다. 1900년에 착공되어 10년 만인 1910년에 완성된 르네상스식 건축물입니다. 총공사비는 당시의 돈으로 130만원이 투입되었는데, 대한제국의 1년 예산이 2천만원이 채 안되던 시절인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큰 국책사업이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사기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시기에 을사늑약이 있었고, 대한제국이 몰락하던 상황이라 궁궐로는 사용하지 못했고,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른 곳은 안 보여드리더라도, 정전인 중화전은 보여드려야겠죠? 이곳을 자세히 보시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의 권위를 찾고자 하는 고종의 고민을 알 수 있습니다. 우산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중화전으로 올라가는 답도(왕이 다니는 건물의 중앙계단) 중앙에는 다른 궁궐과 다르게 봉황이 아닌 용이 세겨져 있고, 문짝도 모두 황제의 권위를 뜻하는 황색으로 칠해져 있어요. 나라의 권위를 바로 세우려는 고종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일제강점기에 많이 훼손되었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이제 덕수궁을 하늘에서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가볼게요. 이곳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인데, 건물 13층에는 정동전망대가 있어 서울시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멋진 곳이 있어요. 시청청사기 때문에 물론 입장료는 무료인데다, 언제든 올라갈 수 있습니다.

 

 

 

 

 

 

13층에 올라오면 작은 카페가 있고, 그 앞으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조금 마련되어 있어요.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에 시원하게 앉아서 커피 마시며 풍경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광각렌즈가 아니라 좁은 화각으로 보여드리는 게 참 안타깝네요. 아무튼 눈으로 보면 덕수궁 전체가 한 눈에 다 들어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덕수궁 부지가 좁아 보이죠? 원래는 지금보다 훨씬 넓었지만 1919년에 고종이 승하하자 일제는 득달같이 궁궐 부지를 분할해서 일반에 상가부지로 매각해버려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진에 중화전 뒤로 공사 중인 곳이 석어당인데, 이곳에 남아 있는 유일한 2층 전각이에요. 원래는 더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일제가 땅을 매각하면서 모두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른쪽에 서울시청도 보이고 멀리까지 한 눈에 보이네요. 일제는 1931년에 들어서는 덕수궁 부지를 모조리 상가부지로 매각하려 했는데,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나 외전과 내전 등 주요 전각만 몇 개 남겨두고 공원으로 만들어 버려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철 아름다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서 다음 시간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구세군중앙회관에 있는 구세군 역사박물관을 둘러 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따라 하루 시간 내서 이곳을 찬찬히 둘러보세요. 역사를 바로 안다는 의미도 있고, 아름답기까지 하니 일석이조에요!

 

 

4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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