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협영화의 황홀한 미적감각. 명작 '와호장룡'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대단한 명작이였다. 아니 이 영화는 아직까지 잊을 수 없는 대작이다. 와호장룡(臥虎藏龍, 원제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2000年)은 당시 직장생활 초년생 때 일에 찌들어 지친 몸을 이끌고 심야에 혼자서 극장을 찾아가 본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난 중국영화가 왜 훌륭한지 그때 처음 알았다. 중국영화를 얇팍한 총질이나 해대는 비디오 영화쯤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이건 신선한 충격이였는데, 요즘도 중국영화를 비하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내가 봤을 땐 중국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 예술성과 독창성 그리고 절제되고 아름다운 영상미는 단연 세계최고라고 장담한다. 아무튼 ...

 

 

 

 

▼ 예고편

 

 

 

 

 

호장룡은 우리가 익히 알던 중국 무협영화의 전통을 새롭게 풀어낸 수작이다. 선과 악의 대립을 다룬다는 점에선 기존 무협영화와 크게 다를바가 없지만 권선징악의 단순명료한 이야기를 넘어 그들의 삶의 모습과 아이러니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중국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를 너무나도 좋아한다. 13년 전에 개봉한 영화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영화는 19세기 청나라 말을 배경으로 하는데, 당대 최고의 문파 무당파의 수제자 '리무바이(주윤발)'과 그가 흠모하는 여성 협객'수련(양자경)', 그리고 결혼보다 무림의 고수가 되어 강호를 주유(周遊)하고 싶은 여자 '소룡(장쯔이)'의 사연을 리듬감있는 무술로 버무린다.

 

 

 

호장룡에서 무술의 의미는 겨루는 싸움이 아닌 리듬감넘치는 영화적 언어다. 속도와 파괴에 의존했던 기존 홍콩액션보다 아름다운 선과 여백을 중시하는 중국 경극의 전통을 그대로 따라 앤션장면을 뮤지컬처럼 풀어냈다. 리무바이(주윤발)은 강호 최고의 고수가 되었지만 '떨치지 못한 깊은 인생의 상념때문에 강호를 떠나겠다'라고 말하는데, 그 상념은 아마도 수련(양자경)을 사랑하는 마음일게다. 수련은 리무바이의 가장 친한 친구의 약혼녀였지만, 그 친구는 리무바이를 구하기위해 죽었다. 세월이 흘러 리무바이와 수련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도리에 어긋난 행동이라 생각하며 서로 절재하며 마음속으로만 사랑을 느낀다.

 

 

 

 

영화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 이상한 영화다. 인생의 상념으로 강호를 떠나겠다던 리무바이는 그의 높은 무공도 인생이라는 복잡한 세계를 감당하기 힘들었고, 수련은 그와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소룡은 강호의 검객을 꿈꾸었지만 엇갈리는 사랑과 현실속을 헤매다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감독 리안은 뭘 말하고 싶었을까? 영화에서 리무바이는 휘청거리는 대나무 나뭇가지 위에서도 평정을 찾을 정도로 무림의 최고경지에 올랐지만 인생사의 번민으로 고뇌한다. 그가 갈고 닦은 무공으로도 그의 고뇌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어쩔수 없는, 누구나 살면서 느끼게 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먹먹한 화면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리는 헐리우드 영화를 시스템 영화라고 말한다. 이는 감독은 영감만 던지고 나머진 그 분야의 전문스텝들이 알아서 일을 척척 해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영화는 환경자체가 다르다. 모든 것을 감독이 일일이 독려하고 챙겨야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중국 무협영화 '와호장룡'이 위대하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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