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역이 주는 아릿한 감성, 건축학개론 촬영지 '구둔역' | 양평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2012년 개봉해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가 있습니다. 풋풋했던 첫사랑의 기억이 건축이라는 연결고리로 아름답게 그려졌던 영화 <건축학개론>입니다. 이 영화로 국민 첫사랑이 되어버린 수지와 애틋한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이재훈이 철길 위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고, 간이역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양평의 폐역인 구둔역에서 촬영한 겁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김연아와 박성웅이 나왔던 모 통신사 광고에서도 “잘생겼다.”를 외치며 이곳이 등장했었죠.

몇 년 전 폐역이 된 이곳은 지금, 농업회사법인 꿈동산주식회사에서 장기 임대를 해서 아이들을 위한 농촌 테마형 관광체험단지를 조성하고 2016년에 오픈하려고 준비 중에 있더군요. 제가 이곳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제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을 설계한 ‘투닷건축사사무소’에서 구둔역 리모델링을 맡았다고 하더군요. 느낌 있는 건축 전문가 집단에서 폐쇄된 간이역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정말 기대가 되네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되는 과정을 취재해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같이 들어가 볼까요?

 

 

영화 슬레이트 모양의 구조물이 있던 마을 초입을 지나면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몇 분 정도 더 달리니 길 끝에서 잊고 있던 소박한 간이역인 구둔역을 만나게 됩니다.

 

 

 

 

 

 

역사를 돌아 뒤편으로 나오니 소원나무라 불리는 큼직한 나무 한 그루가 있네요. 어떤 소원들이 걸려 있을까요?

 

 

 

 

 

 

아산 사는 보민이란 총각의 소원이 재밌네요. ㅎㅎㅎ 내년에는 꼭 예쁜 처자로 애인이 생겨 서울에 살고 싶다고 하네요. 덧붙여 잘생기게 해주고, 늙지 않게 해달랍니다. 보민씨! 내가 볼 땐, 그 어떤 판타지 영화보다 더 판타지스러워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만…. ^^*

 

 

 

 

 

철길 앞으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은행나무도 있군요. 노란 은행잎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정말 장관이었겠죠? 조금 있다 사진 한 장을 보여드리기로 하고……

 

 

 

 

 

 

 

 

 

 

 

예전엔 여기서 기차를 타면 서울 청량리까지 갔나 봅니다. 구둔역은 1940년에 문을 연 보통역이었어요. 서울 청량리부터 강릉 태백까지 연결되는 중간 역이었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제법 많은 사람이 이용하던 역이었는데, 2012년 청량리-원주간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기존 노선이 변경되어 폐역이 된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이라 현재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9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을 달리던 열차를 역 앞에 옮겨 놓아, 이곳이 원래 기차가 달리던 곳이란 걸 알려주고 있네요.

 

 

 

 

 

 

전국에 있는 많은 간이역을 다녀봤습니다만, 기찻길이 주는 아리한 감성이 있습니다. 오래 전 친구들과 텐트 울러 매고, 음식 가득 찬 무거운 가방을 들쳐 업고, 비둘기호를 타고 놀러 가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의자 위 짐칸에 올려두었던 텐트를 누가 훔쳐가는 바람에 우리 모두는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며 바깥에서 잤던 기억도 있네요.

 

 

 

 

 

 

구둔역 역사는 지금 리모델링을 위한 준비와 농작물 손질로 조금 어수선하네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의자에 앉아 여행을 설레어 하고, 또는 반가운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을 긴 의자를 보니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이 느껴집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청량리로 강릉으로 하루 8번 정도 기차가 들어왔나 봅니다. 청량리까지 요금이 4,500원, 강릉까지는 17,800원었군요. 다시는 여기서 기차를 탈 순 없으니 더 기다리고 싶네요.

 

 

 

 

 

 

 

 

 

 

 

조금 걸어가니 역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엔 철길이 끊겨 있네요.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렇게 경치 좋고 감성적인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좋은 기회를 레일바이크나 다른 체험으로 활성화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마 꿈동산 주식회사의 김영환 대표님이 이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곤충체험 사업을 준비하고 계시다니 기대가 됩니다.

 

 

 

 

 

 

 

 

 

 

 

철길은 저에게 남다른 추억이 있어요. 어린 시절, 지금은 돌아가신 제 형이 있었어요. 그 형과 매일 철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가면 둘만 아는 배수로 아지트가 있었어요. 철길 주변으로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배수로 근처에서 불을 지피고 고구마를 구워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귀찮을 만도 했을 텐데, 매일 가자고 조르는 어린 저를 꼭 데리고 가줬던 형이었어요. 철길에 핀 들꽃들을 보니 우리 형 생각이 많이 나네요.

 

 

 

 

 

 

 

 

이 각도에서 담은 풍경이 영화나 광고에 종종 등장했었죠. 아래 작은 그림처럼 건축학개론에서 교수님이 내준 과제 때문에 승민과 서연은 구둔역을 찾습니다. 모 통신사 광고에서는 김연아와 박성웅이 “잘생겼다~”를 외쳤죠! ^^*

 

 

 

 

 

 

구둔역의 가을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김영환 대표님이 가을 모습을 제대로 못 봐서 아쉽다는 저에게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이곳은 강원도와 붙어 있어 겨울에 눈도 많이 내린다고 하던데, 4계절 모든 풍경이 궁금해지는 곳이네요. 양평여행 가셨다면 건축학개론의 그곳으로 모두 들어가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꼭 다녀오세요~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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