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마음이 천근처럼 무겁습니다.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온전히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2002년 1월 6일자 미국의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의 심층취재팀 [스포트라이트]에서 '특종 : 교회가 사제들의 추행을 수년간 묵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하나 나옵니다. 이 기사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가톨릭 교단과 신자들에겐 큰 충격을 안겨줍니다. 이 사건의 실제 주인공인 게오건 신부는 30년간 무려 130명의 아이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교단에서는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작을 벌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부텁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도 보스턴은 50%가 넘는 사람이 카톨릭 신자이다 보니, 온 나라에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돕니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일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가톨릭의 도덕성엔 큰 상처를 입고 종교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사건은 기사가 발표되기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보스턴 글로브의 심층취재팀은 1970년대부터 횡횡했던 보스턴 대교구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성범죄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법조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곳이라 그 치부를 드러내기 위한 과정에 안팎으로 많은 저항에 부딪힙니다. 교회의 영향력을 받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거의 없어 뿌리 깊은 신뢰가 쌓여 있었고,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는 인터넷의 성장으로 구독자가 나날이 줄어드는 판국에 구독자의 절반이 넘는 가톨릭신자들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이 글을 꼭 써야만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도시가 번창하는 건 신문사 같은 위대한 조직들이 힘을 모아야한다'라고 말하는 추기경과 '몇몇 썩은 사과 때문에 그들의 선행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가톨릭 자선회의 날 선 경고도 그들을 힘겹게 합니다.

 

 

 

 

이 영화는 썩은 정의를 바로 잡기위해서는 언제나 맞닥드려야 하는 사회라는 괴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존 게오건 신부가 30년 동안이나 추행을 일삼고도 어떻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이리저리 교단을 옮겨 다닐 수 있었는지, 그리고 사건을 은폐하려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던 추악한 추기경은 처벌은커녕 로마에 있는 가톨릭 최상급 교회 중에 하나로 재배치될 수 있는지 분노하게 됩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팀은 이 사건을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사회를 움직이고,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거대조직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일개 언론이 대통령보다 지지도가 높은 거대세력에 맞서려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기사로 보스턴 글로브는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기사가 나간 후, 249명의 사제와 수도사가 성추행으로 기소되었고, 게오건 신부는 2003년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그곳에서 살해당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보스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203개 교구에서 3,420건의 성직자 추행사건이 있었다고 밝혀졌고, 이것은 추기경을 두둔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바티칸까지 연루된 대사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동성범죄에 대해 용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자정을 위한 노력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니 가슴이 끝없이 내려앉습니다. 일주일에 3일씩 교회를 나가는 할머니를 둔 기자, 또 어떤 이는 가톨릭이 언젠가는 자신이 돌아갈 안식처라 생각하고 있고 있었고, 또 어떤 이는 거대조직과 맞섬으로서 자신이 잃어야할 많은 것들에 대한 고뇌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영적인 신뢰를 받는 사람들의 신체적, 영적 폭력이 얼마나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깊은 연민을 느낍니다.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한줄기 희망을 느끼는 것은 바티칸 매체에서 이 영화를 보고 반발은커녕 '잘 만든 영화'라며 성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치부를 드러내고 죄를 뉘우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작금의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큽니다. 결국 2016 아카데미에서는 이 영화에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쥐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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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8

      • 이런 스릴러물은 요란하게 마련인데, 군더더기 없이 어쩌면 심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 가슴이 참 무거워지는 영화였어요.
        우리나라와 여러 사건들이 머릿속에서 교차되된데,
        많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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