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항마을' 숨은 근대문화유산 찾아보기 | 진해여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벚꽃은 아름다움과 아픔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말입니다. 진해가 36만그루 이상의 벚꽃이 심어지게 된 이유도 일제강점기란 암울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흡사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모양을 하고 있는 진해 중원로터리 일대에는 당시의 근대문화유산이 곳곳에 많이 산재하고 있어요. 이 마을을 국가기록원은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마을이라고 ‘기록사랑마을’로 지정했습니다. 진해를 찾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 골목골목 숨어 있는 적산가옥들을 찾아나서 볼까요?

 

그런데 이거 하나 말씀드리고 갈게요. 진해(창원)에는 ‘누비자’라는 자전거 시스템이 참 잘 되어 있습니다. 창원(진해) 주민이 아니더라도 1천원이면 24시간을 빌려 탈 수 있어요. 실제 창원 주민들도 많이 타고 다니시더라고요. 1년 회비가 3만원 밖에 하지 않으니 매일매일 타고 다녀도 큰 부담은 없겠네요. 도시 곳곳에 자전거 대여소가 아주 많이 있으니 어디서든 빌려 타고 반납 하고 싶은 아무 곳에나 세워두면 됩니다.

 

 

 

 

 

 

 

 

 

 

 

먼저 군항마을 둘러보기는 팔거리(중원로터리)에 있는 진해군항마을역사관에서 시작합니다. 이곳은 주민들이 기증한 역사 기록물 350여점과 진해의 옛 사진들로 가득합니다. 1912년에는 원래 비옥한 들판이었지만 일제가 강제로 토지를 매수하여 계획도시로 만들었는데, 약 1,20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목인 팽나무를 중심으로 여덟 갈래 방사형 길을 내어 지금의 팔거리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보실 근대 건축물을 제외하면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선 것 이외에는 도로 모두가 100년 전 설계한 그대로 입니다. 이곳에서 군항마을 지도가 있는 안내책자 하나 얻어 들고 걸어가 보겠습니다.

 

 

 

 

 

 

진해는 오래된 풍경만큼 오래된 명물도 있죠. 바로 ‘콩 과자’입니다. 콩가루 15%를 섞은 반죽으로 불에 구워 만든 과자인데, 이게 맛이 아주 좋아요. 진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가격은 1천원입니다. 어느덧 이 과자의 나이도 100살이 넘었습니다. 콩 과자 한 알씩 빼먹으며 살살 걸으면 재미납니다.

 

 

 

 

 

 

먼저 진해군항마을 전시관을 나오면 가까이 있는 팔각누각으로 가 볼게요. 이름만 팔각누각이지 실제는 육각누각입니다. 뾰족집으로 보통 부르는데 일제 강점기인 1920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당시에는 기생이 있는 술집이었던 곳인데 중원로터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위치라 1920년대 당시는 신시가지의 상징성을 높이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던 건물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수양회관이란 고깃집이 들어서 있네요.

 

 

 

 

 

 

 

 

 

 

 

이곳은 창원 진해우체국(사적 제291호)입니다. 1912년에 지어져 10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곳은 현재 우편 관련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2차 세계대전 말기에 일제는 무기를 생산할 재료가 부족해지자 우체국 지붕의 동판과 난간을 모두 잘라가 버렸습니다. 지금의 지붕은 1984년에 복원한 겁니다. 러시아풍 건물로 최근 2000년도까지 우체국으로 활용했습니다.

 

 

 

 

 

 

 

군항제 기간에는 먹거리 걱정은 전혀 안해도 되겠어요. 제황산 전망대 올라가는 길 앞으로는 먹거리가 즐비하게 나와 있네요. 추억의 뽑기도 있고 재미납니다. 진해에서 먹을 수 있는 독특한 먹거리는 벚꽃빵이 있는데, 벚꽃모양 빵을 한입 가득 물면 보라색 앙금에서 꽃향기가 샤샥~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우체국을 나와 골목을 돌면 1912년에 건축된 목조건물 하나가 눈에 띕니다. 다소 낡은 듯한 하얀색 벽의 2층 건물은 ‘흑백’이란 간판과 잘 어울리도록 흑백 톤을 하고 있네요. 바닥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담쟁이와 간판의 Since 1955가 이곳의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네요. 문을 하나 열면 또다른 문이 있는 오래된 이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마치 오래된 다방 같은 분위깁니다. 한쪽 벽에는 음악다방을 연상케 하는 DJ박스가 있고, 또 다른 곳에는 피아노가, 그리고 사진에 보이지 않는 다른 벽면에는 故유택렬 화백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요. 이곳은 고(故) 유택렬 화백의 딸인 피아니스트 유경아씨가 104년 묵은 건물에서 옛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5시에는 연주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흑백’은 우리나라 근대 예술가들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중섭, 김춘수, 윤이상, 서정주 등 많은 화가와 작곡가, 시인 등 예술인들이 이곳에서 인생과 예술을 이야기 했을 겁니다. 위 화구도 故이중섭 화백에게 받은 거라고 하네요. 1955년 문을 연 ‘칼멘다방’을 사들인 화가 고(故) 유택렬 화백은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까치의 색깔인 ‘흑백’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흑백을 나와 길을 걷는데, 길 중간중간은 옛 사진을 전시하는 곳도 있군요. 1920년대부터 근현대까지 진해의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어요. 쌀 배급을 받으려 몰려든 사람들, 팔거리의 옛 모습 등 당시가 궁금해지는 흥미로운 사진들이 참 많네요.

 

 

 

 

 

 

 

 

 

 

 

이 건물도 굉장히 오래된 건물로 보이죠? 여기는 진해에서 아주 유명한 단팥죽을 파는 곳이에요. 직접 먹어보진 않았습니다만,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추천하더라고요. 이렇게 만날 줄 알았으면 군것질을 안하는 건데 아쉽네요.

 

 

 

 

 

 

 

 

 

 

 

진해우체국이 있는 방사형 길에서 계속 길을 따라 내려가면 일본장옥을 만나게 됩니다. 장옥은 1층은 상점이고 2층은 주거 목적으로 한 건물인데요. 당시 장옥 건너편이 진해면사무소가 자리하고 있어서, 아마도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상점이 나란히 있던 곳이 아닐까 싶네요.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장옥을 지나 코너를 하나 돌면 구)일본해군병원장관사가 있습니다. 이 건물은 순수한 일본식 건물인데 일제 강점기 진해요항부 산하 해군병원 원장의 사택으로 사용되던 곳입니다. 원래 군인들의 사택은 군부대 가까이에 있었지만, 병원장의 사택은 시내의 민간주택 사이에 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선학곰탕’이란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제가 찾은 날은 영업을 안하더라고요. 1912년 지어진 원형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옛 건물들이 어떻게 이렇게 보존이 되고 있을까 참 신기하네요. 현대식 건물과 옛 건물이 함께 나란히 벽을 맞대고 서있는 곳도 있고, 일부만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서 임대한다는 종이를 붙여둔 곳도 있네요.

 

 

 

 

 

 

한바퀴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니 뾰족집 수양회관 건너편에도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곳은 6.25 전쟁 직후인 1956년에 문을 연 중국집 ‘원해루’가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때 유엔군 포로였던 중공군 출신 ‘장현철’씨가 개업한 식당입니다. 화교 1세대가 운영하는 이 집에서 대만의 장제스 총통이 회담을 마치고 식사를 하기도 했었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의 촬영장소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진해에서 해군생활을 했던 장병들은 누구나 이곳에서 짜장면 한 그릇씩 하던 곳이 아니었을까요?

 

진해군항마을은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오래된 건축물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곳이에요. 안내책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없는데, 제 글을 보시면서 하나하나 곱씹어 보는 것도 참 재미가 있을 거에요. 진해여행에서 꼭 다녀오세요~

 

 

진해여행코스 8편 계속... (연재중)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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