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 #11 후에 - 시티투어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 '카이딘 황제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오늘은 만다린카페의 '후에 시티투어' 두번 째 장소인 '카이딘 황제릉'입니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규모는 작지만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어져서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고대와 현대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카이딘 황제는 응우옌 왕조 후기인 1916년~1925년까지 통치한 왕인데, 이 곳은 죽기 전인 1920년부터 짓기 시작해서 1931년까지 11년 만에 완성되었어요. 죽기 전에 공사를 시작했다는 말은 아마도 다른 용도로 쓰려고 심혈을 기울여 화려한 건축물을 짓고 있었는데, 일찍 죽는 바람에 이곳이 그의 무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곳이 입구입니다. 입장료는 10만동(5,000원)인데, 4site route 입장권을 구매하셨다면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곳입니다. 4Site Route 입장권이 궁금하시다면 '왕궁' 포스팅을 보시면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 담장만 10km, 화려하고 웅장한 후에 왕궁







혹시나 오토바이나 택시를 이용해 이곳을 오실 분들을 위해 지도를 첨부합니다. 구글 길찾기를 이용하면 네비게이션으로 이곳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입구 계단을 올라오면 또 다시 36개의 계단이 나오고 그 위로 패방처럼 생긴 세 개의 문이 있어요. 다른 곳은 나무로 많이 만들었지만 이곳은 모든 건축물이 콘크리트로 지어진 게 특징입니다. 계단 난간은 다른 황제릉이나 왕궁처럼 모두 용으로 장식되어 있네요. 첫 공사는 카이딘 본인이 시작했지만, 죽는 바람에 그의 아들인 바오다이 황제가 이곳을 완성했어요. 바오다이 황제는 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황제인데, 그 후로 왕조시대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바오다이 인생도 참 독특했어요. 퇴락하는 왕조가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향락만을 추구하며 퇴폐적이고 방탕한 생활을 즐겼는데, 프랑스 식민시대 때 홍콩으로 망명했다가 다시 프랑스로 망명해서 그곳의 여성과 결혼해서 시민권을 취득하고, 그곳에서 살다 죽었습니다. 한 나라의 왕이 다른 나라에 망명했다는 이야기는 참 어처구니도 없고 기막히네요.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왜가 쳐들어오자 명나라로 망명하려 했던 선조가 있었죠. 물론 명나라가 거부했지만...







아무튼, 36계단을 다시 오르면 카이딘 왕의 아들 바오다이가 아버지를 위해 세운 공덕비가 들어 있는 2층 전각이 하나 서 있어요. 건축물이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 많은데, 당시는 이게 가장 최첨단 공법이고 유행이었다고 하죠.








공덕비 전각 양 옆으로는 문무상이 두 줄씩 양쪽으로 늘어서 있어요. 끝에 있는 동물 석상은 황제의 물건을 싣고 왔단 동물의 석상이라고 하네요. 석조와 콘크리트로 된 고딕 양식의 첨탑들이 마치 유럽의 성당과 흡사해 보입니다.







그런데 석상들의 키가 실제 베트남 사람처럼 키가 작습니다. 카이딘 황제의 키가 작아 그보다 작게 만들었다는 설이 있는데 그건 믿거나 말거나겠죠? 그리고 석상 중에서는 베트남 사람도 있고 서구적인 얼굴도 있는데요. 아마 당시 프랑스 식민시대였던 시대상이 반영된 것 같네요.







그렇게 또 다시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황제릉을 만나게 됩니다.







이 건물이 황제가 잠들어 있는 꿍티엔딘(Cung Thien Dinh, 계성전)입니다. 밖에서 보는 건축물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죠? 무덤으로 사용할 용도가 아니란 건 건물의 외관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애요. 확실하진 않지만... 돌과 콘크리트를 이용한 섬세한 건축양식이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네요. 베트남 사람들도 이곳이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제릉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외부도 아름답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더 입이 딱 벌어집니다. 실내에는 색유리와 도자기 조각들로 화려한 장식을 해 놓았어요. 천정의 그림은 '꾸롱아반'이라 부르던데 아홉마리 용이 구름을 뚫고 나오는 그림이 장관입니다. 눈으로 볼 때 우와~ 하며 감탄을 하긴 했지만, 구경하느라 사진은 안찍었군요. ㅎㅎㅎ







계성전 내부 참 화려합니다. 이 건물을 지을 때는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지로 들어가는 혼한스러울 때였는데, 여기에 돈을 이렇게 쏟아 붓다니... 민초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을 겁니다. 약간 상상을 해보면, 그렇게 살아 생전에 없는 돈을 써서 이 건물을 짓더니만, 막상 죽어서는 황릉 지을 돈이 없으니 여기라도 무덤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그냥 제 상상입니다. ^^*








계성전의 창문은 서양의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어 있고, 벽과 기둥은 자기와 유리로 말도 못하게 화려하게 되어 있이요. 구경하는 재미는 있네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계성전 안쪽으로는 청동에서 금박을 입힌 카이딘 황제의 등신상이 앉아 있어요. 황제의 유골은 이 동상 아래 지하 18미터 깊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보통의 황제릉은 도굴 위험 때문에 봉분도 가짜로 만들고 실제 유골은 다른 곳에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삽으로 파낼 수 없어 정직하게 잠들어 있나 봅니다. 제가 본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덤이 아닐까 싶네요.








카이딘 황제의 무덤 왼쪽으로는 작은 박물관이 하나 있어요. 이곳에는 평소에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들도 전시하고 있고, 프랑스 대통령이 선물로 준 도자기도 전시하고 있네요.







이 책상 또한 카이딘 황제가 실제로 사용하던 거라고 하네요.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제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건물 안은 에어컨이 나온다는 상상은 베트남에선 하면 안됩니다. 제가 14일 동안 가봤던 그 어느 유적지, 박물관에서도 에어컨 나오는 걸 본 적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게 또 여행의 맛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다음 시간에도 만다린카페의 반나절 시티투어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12편 '만다린 시티투어에서 본 마샬라 무술공연과 향초마을 쇼핑' 계속...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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