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미끼를 던졌고 관객은 물었다. 영화 '곡성'

이런 류의 영화는 리뷰 쓰기도 참 난감합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는 특유의 은유와 미끼, 그리고 반전이 수반되는데, 그 어떤 것을 발설하더라도 재미가 반감 될 테니까요. 하지만 영화 '곡성' 속에는 많은 은유와 암시가 있어 난해한 부분이 많아 약간의 설명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이 글에서는 초반부에는 영화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후반부에는 이해하기 힘든 분들을 위해 제 나름의 해석도 조금 붙이도록 할게요. 스포일러가 있는 부분에서는 그 전에 미리 말씀드릴 테니 스킵 하실 분들은 그렇게 하시면 되겠습니다.

'곡성'은 오프닝에서부터 성경구절(누가복음 24장 37~39절)으로 시작함으로써 굉장히 종교적인 색체가 강한 영화임을 암시하고 또한 영화의 내용이 이러하다고 미리 말해줍니다.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유령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보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말씀처럼 이 영화는 인간의 '의심'으로부터 시작되는 불행을 이야기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로 마을에선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사건 현장은 하나같이 잔인하고 범인은 무언가에 홀려있습니다. 범행현장이 너무나 기이해서 인간이 아닌 뭔가 다른 존재의 소행임을 직감한 경찰관 종구(곽도원)는 외지인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사건현장을 보았다는 무명(천우희)의 증언이 나오면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뀝니다. 어느 날, 종구는 자신의 딸이 다른 피해자들과 같은 증상으로 아프기 시작하자, 이름난 무당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이지만 상태는 악화일로로 치닫습니다. 이제 누가 악마이며 누가 선한자인지 알 수 없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서사는 전개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나름의 시각으로 수집한 증거로 여러 가지 결론을 내리는 독특한 결말을 가진 영화입니다. 또는 집중을 한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결론이 완전히 다르며, 이런 복잡한 상황에 대해 박수를 치며 멋진 영화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고, 완전히 그 반대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곳곳에 아리송한 모호함으로 가득 차 있고 짧게 보여주는 화면에서 매우 큰 힌트가 들어있기도 해서 여러 가지 해석을 만들어내는 굉장히 재미난 영화였어요. 런닝타임 2시간 36분이라는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쉴틈없이 증거를 수집하고 미끼를 물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네요.

 

 

 

 

 

※ 여기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는 것은 '과연 누가 악마이고 누가 천사인가?'일 겁니다.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외지인(쿠니무라 준)은 악마이고, 일광(황정민)은 악마를 돕는 자(사람)이며, 무명(천우희)은 천사입니다. 감독은 관객에게 잘 못 된 미끼를 던지고 또 관객은 그걸 덥썩 물게 되어 있어 영화 종반까지 계속 혼란스런 상황이 반복되는 구조에요. 일례로 악마와 일광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을 날리는(다른 이를 죽이기 위한) 굿을 하는데, 감독은 서로에게 살을 날리도록 보이게끔 교차편집을 이용하지만, 사실 악마는 무명에게 살을 날리고 있고 일광은 종구의 딸 효진에게 살을 날리고 있습니다. 네 명의 주요인물을 통해 조금 깊이 파고 들어 볼까요?

 

 

 

주요 인물 4명으로 맞춰보는 퍼즐

 

외지인(악마) - 첫 장면으로 외지인이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미끼를 물어 파멸에 이르기를 기다립니다. 그 미끼는 악마의 존재에 대한 의심과 확신의 과정을 통해 물게 되는데, 덥석 물었다면 여지없이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파멸에 이릅니다. 영화는 외지인이 누구인지 왜 왔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질 않습니다. 그가 미끼를 던지듯 감독은 다른 등장인물과 교차편집을 통해 관객에게 계속 미끼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중반에 악마가 살을 날리면서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이유는 일광 때문이 아니라 무명의 막강한 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악마가 쓰러졌다 다시 일어났을 때, 열린 방문 앞에서 무명이 그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지인이 사람을 낚는 미끼는 '의심과 확신'입니다. 그를 의심하고 확신했던 종구, 형사, 건강원 사장, 신부 모두 죽었습니다.

종구(경찰관) - 그는 자식을 끔찍히 사랑하고 가족을 아끼는 경찰관입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성격 탓에 경찰관 해먹기 힘든 성격이지만 딸을 위해선 못 할 것이 없습니다. 그는 무당인 일광을 끝까지 믿었고 자신을 돕는 '살과 뼈가 있는' 무명의 손을 놓고 파멸의 길로 스스로 걸어 갑니다. 성경과 유사한 내용인 닭이 세 번 울 때까지 기다리라는 무명의 말을 끝까지 외면하는 우를 범하죠. 사건현장에는 항상 말라버린 '금어초'가 있는데 꽃말이 '수다쟁이, 욕망, 오만'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지만, 비뚤어진 욕망과 신의 말씀 또한 무시하는 오만으로 그릇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종구가 그 인간계의 표본이라 하겠습니다.

 

일광(무당) - 종구가 악마의 소행이란 걸 확신하고 있을 때 구세주처럼 굿으로 악마를 물리쳐주겠다며 나타난 인물입니다. 하지만 일광이 살을 날린 곳은 악마가 아니라 오히려 종구의 딸이었죠. 그가 장승에 대못을 박을 때마다 부위별로 반응한 이는 종구의 딸이었고, 외지인은 그렇지 않았죠. 그리고 일광이 악마가 아니라 그의 하수인이란 것은 돈을 밝힌다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굿을 하겠다는 종구에게 어서 돈을 찾아오라고 말하는 것부터 인간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천사인 무명을 만나 코피를 흘리다 도망갈 때, 자동차 앞 유리에 나방이 붙는 악마의 공격으로 다시 차를 돌려 종구에게 무명을 믿지 마라며 설득하는 장면에서도, 그리고 악마의 방에서 발견되었던 피해자들의 사진이 사라진 후, 그것들이 일광의 차에 있었던 점으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광은 악마와 똑같이 훈도시(기저귀)를 입고 있습니다.

 

무명(천사) - 흰 옷을 입고 종구를 돕는 여자. 마치 어느 시골의 광녀 같은 포스를 내뿜는 그녀는 사건 현장을 지키는 종구에게 연신 돌을 던집니다. 그리고 종구에게 범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줍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녀의 복장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녀는 하얀옷을 항상 입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옷이나 물건으로 그 사람들을 보호하는 주문을 걸고 있어요. 종구에게 돌을 던질 때는 일가족을 몰살하고 우물에 빠뜨린 박춘배의 군복을 입고 있었고, 영화 마지막에는 몸에 부스럼이 올라온 술집 작부의 옷을, 그리고 종구의 딸 머리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물건들로 사람들을 보호하려 항상 노력했지만, 인간은 그녀를 거스르고 항상 잘 못 된 선택을 하게 되죠. 피해자들 집에는 항상 시들어버린 금어초가 걸려 있는데, 악마를 잡기 위한 덫으로 걸어 두었지만 항상 인간의 오만으로 시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 - 악마는 죽은 박춘배의 시신을 되살려 몸을 갈아타려 하지만, 무명의 방해로 무산되고 힘이 약화되고 맙니다. 이 결과로 어설프게 악마가 들어간 박춘배는 좀비의 상태가 되고 종구의 친구들을 공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편집되어 나오지 않았지만, 나홍진 감독은 무명과 악마의 액션 장면을 촬영했었는데, 결국 영화에는 편집되어 나오질 못했어요. 덕분에 영화는 주요한 정보를 편집하는 바람에 더욱 복잡해지고 퍼즐을 맞추기 힘들어졌습니다. 덕분에 많은 관객들이 불친절한 영화라며 혹평과 극찬을 넘나들지만, 개인적으론 굉장히 잘 짜인 시나리오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한국판 오컬트영화(초자연 현상이나 악마를 다루는 공포영화)에요. 추천합니다.

 

※ 이 영화의 내용은 다양한 추측이 나올 수 있으니, 다른 의견 많이 많이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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