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 옆 아름다운 원시림 '소양강 둘레길' | 인제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소양강 하면 춘천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시작과 상류는 강원도 인제에 있어요. 한국에는 걷기 좋은 많은 길들이 있지만, 인제의 소양강 둘레길은 강을 따라 난 아름다운 원시림을 통과하는 길입니다. 아직 세간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덕분에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과 빼어난 강변 풍경을 오롯이 혼자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죠.

소양강 둘레길은 총연장 23.3km로 제법 긴 구간이에요. 1코스는 살구미마을에서 시작해서 춘향골을 지나 소류정에 이르는 8.5km 구간이고, 2코스는 소류정에서 38대교까지 구불구불 강변길을 따라 걷는 9km 구간입니다. 3코스는 최근에 열렸는데 군축령에서 용소를 지나 군축교까지 걷는 5.8km 구간입니다. 전체를 돌아보려면 9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국도를 지나다 멀리 38대교가 눈에 들어와 잠시 차를 세워 봅니다. 오늘 제가 걸어볼 코스는 2코스인데 38대교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이 지점이 북위 38도 지점이라 이름이 그렇게 되었나 보네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소 양국이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눈 기준점이죠.








길 위에서 내려다본 강변의 모습이 아름다워 잠시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이곳은 ‘빙어마을’이란 곳인데 강변의 풍경이 기가 막히네요. 인제 소양강에서는 겨울이면 빙어축제가 열리는데 마을 이름이 빙어마을인걸 보면 여기서 빙어가 많이 잡히나 봐요.







한적한 빙어마을에서 예쁜 풍경을 잠시 구경하고 이제 38대교를 건너 2코스 시작점으로 가 볼게요. 역시 평일 비수기 전문 여행블로거답게 길이 한산합니다. 심지어 다리 위에서 5분 정도 풍경을 감상했는데도, 차는 한대도 안지나 가네요.







38대교에서 바라본 소양강 상류. 이 물길은 인제 시내를 관통해서 양구를 지나 춘천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강이 참 아름답죠? 바쁘게 달려가기만 하면 못 보는 금쪽 같은 풍경이네요.







38대교는 길이가 700미터에 이르는 제법 긴 다리입니다. 소양강댐이 건설되면서 지금 제가 서 있는 관대리가 육지 속의 외딴섬이 되어버려 고립을 해소하기위해 지었습니다. 그러나 관대리나 아랫두무리 방면에는 사람이 그리 많이 살질 않아서 다리가 그렇게 한가했나 보네요.








관대리방면으로 다리를 건너면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은 38공원입니다. 붓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조형물은 돌고 도는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분단의 아픔을 기억해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직까지 현실이라는 상황을 상기시켜주네요. 맞는 말입니다.








‘남북통일로’라 적힌 표지석부터 소양강 둘레길 2코스가 시작됩니다. 입구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지만 100미터 정도만 올라가면 비포장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사람과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차를 가져 오셨다면 38공원에 세우거나, 주정차 금지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길 가에 잠시 세워놓아도 되겠네요.







숲길을 새소리를 벗삼아 조용히 걷고 있는데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힙니다. 올려다보니 온통 아카시아 꽃이 피어 있고 하늘하늘 바람에 향기가 실려오네요. 캬~ 기분 좋~습니다. ^^*







소양강 둘레길은 인위적으로 데크를 깔거나 콘크리트 포장을 해두지 않은 길이라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어요. 이번 여행에서 인제의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인제는 자연이 살아 있는 곳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걸어 다니는 내내 다람쥐와 나비가 길동무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예쁜 봄 꽃도 길 가에 지천에 피어 있어요. 먹을 수 있는 돈나물도 있고 보라색 꽃도 흐뭇합니다.








사람을 처음 만난 것 같은 산딸기도 지천에 널려 있어요. 한 주먹 따다가 노란 꽃 옆에 앉아 주섬주섬 먹고 다시 출발합니다.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있어서 계절별로 여행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죠. 겨울엔 온통 눈밭으로 되어 있더니만 봄엔 좀처럼 보기 힘든 금낭화도 떡 하니 길 옆에서 절 기다리고 있어요~ 근데 예전엔 먹지도 못하는 꽃이 뭐가 좋은지 이해를 못했는데, 요샌 꽃들이 왜이리 예뻐 보이나 몰라요. 텃밭에서 자라는 가지 꽃도 고추 꽃도 예뻐서 계속 들여다보게 되네요.







향긋한 숲 냄새를 맡으며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강한 바람이 딱 한번 휘~ 하고 불어옵니다.







그리곤 하늘에선 아카시아 꽃비가 우수수 떨어지네요. 눈도 호강하고 향기만으로도 오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에요~ 아카시아 꽃은 튀김으로도 해먹던데 하나 주워 먹으니 달콤한 꿀맛이 납니다. 참 좋네요.








근데, 아니 글쎄, 내가 아카시아 꽃을 하나 주워먹는 순간, 꿀벌이 제 목에 침을 콕 꽂아 버립니다. 뭔가 독이 퍼지는 느낌이 들면서 욱신욱신하게 아프네요. 그런데 난 이러다 낫겠지만 꿀벌 넌 어쩌니, 양벌이 아니라 우리나라 토종 꿀벌이던데 괜히 나 때문에 넌 죽게 생겼네. 미안, 꿀벌아.


요즘은 여러 도시에 둘레길이 참 많이 생겼습니다. 저도 여러 곳을 걸어 봤습니다만 인제는 자연에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이었어요.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길만 딱 만들어서 자연을 느끼며 걸을 수 있어 참 맘에 듭니다. 인제여행 가신다면 코스 하나 정해서 잠시 걸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1박2일 인제여행코스 2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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