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겨울집 만들어 함께 겨울나기 | 길고양이 길들이기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시골 논밭 사이에 전원주택을 짓고 산지 1년 정도 지났습니다. 그간 수많은 동물 친구들이 우리집을 거쳐 갔습니다. 너구리 세 가족, 족제비 모녀, 주인 없는 동네 길강아지들, 그리고 셀 수도 없이 많은 길고양이들. 전 여행을 많이 다니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집 없는 아이들과 길에서 마주칩니다. 따라다니면서 컹컹 짖어대는 강아지들, 쪼르르 달려와 다리를 쓰윽 비비고 가는 넉살 좋은 고양이들, 그리고 인기척만 들리면 쏜살같이 숨기 바쁜 길냥이들.

작년 가을부터 우리집 뒷마당에 찾아주시는 길고양이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사료와 캔으로 밥을 주던 어느 날, 길고양이가 가장 많이 죽는 계절이 겨울이란 걸 알았어요. 그것도 대부분 굶어 죽거나 얼어 죽고 있답니다. 도시의 경우는 건물 지하도 많고 구석구석 추위를 피할 곳들이 있고, 음식쓰레기가 있어서 비교적 겨울나기가 쉽지만, 시골은 정말 아무것도 없거든요. 집도 몇 채 안되는데다 전원주택 바깥에 추위 피할 곳이 있을리 없고, 음식쓰레기는 모두 밭에 묻어버리기 때문에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먼저 여행 중에 만났던 길고양이들 구경부터 좀 해볼까요. 얘네들은 부산 태종대에서 만났던 냥이들. 7-8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더라고요.







얘들은 부산 해운대에서 만났던 새끼 길냥이들.








새끼 고양이가 숲이나 건물 지하에 있다고 덜컥 업어 가시면 안되요. 근처엔 부모가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거든요.






이렇게 멀리서 새끼를 쳐다보고 있답니다.







붙임성 좋은 서울 경마공원의 길냥이.







얘는 경북 봉화에서 만난 길냥인데, 만나자마자 바로 배를 까고 항복을 하네요. ㅎㅎㅎ 고양이 중에서 이렇게 노랗고 하얀색이 반반 섞여 있는 아이는 대부분 수컷입니다.







얘는 통영 바닷가에서 배고파 하던 길냥이. 쪼그리고 앉아 먹을 걸 바닥에 놓으니 쪼르르 달려와서 먹습니다. 목숨 걸고 사람곁에 와서 먹는 아이들이 있고, 절대 사람 곁으론 오지않는 고양이들도 있어요.






그럼 이제 우리집에 찾아온 길냥이들과 어떻게 친해지고, 함께 겨울을 나고 있나 보여드릴게요.



먼저 저와 인연이 된 건 뚱뚱한 이 녀석. 우린 뚱냥이라 부릅니다. 밭에 음식을 묻으면 꽁꽁 언 땅을 파서 음식을 먹는 거에요. 치킨이 남아 버렸더니만 꽁꽁 얼어 붙은 걸 혀로 녹여서 물어가고 있네요.







그래서 처음엔 남은 음식을 물에 씻어 고양이들에게 줬어요. 고양이들은 소금기 많은 음식을 먹으면 신장이 안좋아져서 머리가 붓고 커지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우리집에 찾아온 어미와 새끼 냥이들. 처음 만났을 때 얘네 둘은 엄청나게 말라 있었어요. 딱히 줄 게 없어 게맛살을 하나 잘라 준 걸로 얘네들과 인연이 시작됩니다.







먹을 것 없는 시골에서 새끼 키우기 힘들었는지, 매일 놓아 둔 사료를 먹으러 우리집을 찾아 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절대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경계를 심하게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가을날, 스티로폴 박스로 집을 만들어 봤어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 먼저 시험 삼아 작은 박스에 짚단을 깔고 작은 구멍을 내줘봤습니다.








성공! 새끼는 몇 일 냄새 맡고 탐색을 하더니만 자기 집으로 차지하더라고요. 근데 어미는 경계하고 들어가질 않아서 입구가 훤히 뚤린 곳을 1층에 따로 만들어 줬습니다.







얘네들이 우리집에 온 지 3개월쯤 지났을 때. 이때까지만 해도 반경 2미터 이내에는 접근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길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해선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5개월쯤 지나, 이제 어미도 추위를 견딜 겨울집이 필요하겠다 싶어 큼직한 아이스박스로 집을 4채나 더 만듭니다. 뭘 좋아할지 몰라 1층 101호는 단열재를 꽁꽁 싸매고 솜방석을 깔아줬고, 102호는 입구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서 놓아 주고, 2층 201호에는 짚단을 깔고 그 위에 방석을 깔았어요. 혹시라도 입구로 찬바람 들어갈세라 비닐로 입구도 막아주고, 어미는 또 작은 입구로는 안들어갈까 싶어 뻥 뚫린 베란다도 2층에 하나 놔드렸습니다. 그런데 길냥이 겨울집을 여러 채 만들어 본 경험으로 봐서, 고양이들은 짚단 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같은 집이면 짚단이 바닥에 깔린 곳에만 들어 갑니다.







처음에 샀던 고양이 사료. 오른쪽 간식은 혹시 먹나 싶어 마트에서 산 것들입니다. 지금은 3kg짜리로는 감당이 안돼서 15kg짜리 사료를 사다 먹이고 있고, 간식은 캔을 박스로 사놓고 가끔 하나씩 따 주고 있어요. 15kg 사료 한 포대는 길냥이 2~3마리가 한 달 반 정도면 다 먹어 치웁니다.







우리 집에 온 지 6개월쯤 되고부터 이제 얘네들이 절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얼씬도 안 하던 나의 전용 쉼터 의자에서 잠도 자고,







이젠 손바닥 위에 먹을 걸 올려 놓으면 와서 낼름낼름 잘도 받아 먹습니다. 지금도 경계를 안하는 건 아니지만, 밥이나 간식 들고 서있으면 제 다리에 몸을 쓰윽 비벼주기도 하고, 끄륵끄륵 골골송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우리집에서 밥 먹는 고양이는 총 다섯 마리인데요. 끼니때마다 잊지않고 항상 찾아주시는 단골 고객은 이 세 분입니다. 이름은 왼쪽부터 뚱냥이, 네이년, 네이놈 입니다. 


길고양이와 친해지거나 길들이는 건 강제 포획을 하지 않는 이상에는 시간을 두고 애정을 쏟는 방법 말곤 없습니다. 처음엔 발소리만 들려도 도망가던 아이들이 이젠 내 발소리를 알아듣고 멀리서 야옹거리며 찾아옵니다. 골골송도 종종 들려주고 내 다리에 제 몸을 쓰윽 비벼주기도 합니다. 매일 배고플세라 밥 챙겨주고, 추울세라 집도 지어주고, 목마를까 깨끗한 물로 매번 갈아주고, 처음엔 내가 온전히 얘네들에게 베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내가 오히려 얘네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료값은 얼마가 들던 사줄테니, 우리집 뒷마당에서 새끼도 낳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꾸나~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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