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진 조카의 일기장과 편지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우리 집안에서 가장 꼬맹이 조카의 일기장을 봤습니다. 개구쟁이 기질이 다분하지만, 평소엔 듬직하고 말이 없는 귀염댕이. 밥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는 생존 전문가. 엄마는 절대 사주지 않는 장난감을 할아버지와 삼촌을 꼬드겨 잘도 얻어가는 지혜로운(?) 조카 느님. 이놈이 글재주가 이 정도일 줄이야. '밥값을 안 냈으면 좋겠다'는 뻔뻔스러운 일기로 학교에서 상도 받았답니다. 참고로 일기장을 본 것과 이 글을 쓰는 건 꼬맹이와 부모의 허락을 받았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제목 : 밥값


엄마가 사람은 밥값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밥값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오라고 하셨다.

하기 싫었다.

왜냐하면 더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밥을 안 줄까봐 버리고 왔다.

다음에는 밥값을 안냈으면 좋겠다.


밥을 인질 삼아 아들내미에게 협박하고 있을 동생의 장난기 섞인 얼굴과, 혹시라도 밥을 안 줄까 노심초사할 조카의 두려운 눈빛이 눈에 선하네요. ㅎㅎㅎㅎ







그리고 이건 최근에 받은 편집니다. 수신인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 외숙모, 이모, 이모부까지 6명이나 되는게 뭔가 수상한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엄마는 비싼 장난감을 사주질 않으니 이번엔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 생일선물 모금운동을 합니다. 편지 아래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사고 싶은 레고(LEGO), 실제로 보면 엄청 크고 멋있음'이라고 적으며 자신의 모금운동이 하찮은 프로젝트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네요. ㅎㅎㅎ


혹시나 모금 비지니스가 그르칠까 걱정스런 얼굴로 이 편지를 전달하는 조카를 보고, 전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커서 꼭 갚을게요'란 약속을 진짜 지키라며 엄지손가락 지장까지 받으며 가족들에게 공증까지 받았습니다. '사랑합니다' 하트 옆에 빨간 게 조카의 지장. 훗날 너의 결혼식 때, 축의금을 이 편지에 넣어 줄께.


아이들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 언제나 웃게 됩니다. 우리 귀염댕이의 일기장과 편지에 다들 웃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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