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경지에 오른 블록버스터 영화 '다크나이트'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도 예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요? 예술영화의 성지인 칸영화제에 오르는 것을 제 기억으로는 본 적은 없지만 한편 정도 올라야한다면 아마도 오늘 이야기할 영화 <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 저는 영웅 시리즈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오늘 영화는 격이 다릅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작품성으로도 훌륭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참 많습니다.

그간 몇몇 블록버스터가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그건 '블록버스터' 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이 좋았다 라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이지 다릅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가 개봉하고 당시 평론가들의 평가는 시나리오, 연출, 연기, 영상, 기술적 완성도는 물론이고 사회적이나 정치적인 적합성이나 마케팅 기법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 없다는, 블록버스터로서는 유례없는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 또한 대단했었는데요, 개봉한 그해의 미국 박스오피스의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  예고편

 

 

 

 

 

 

 

 


사실 딱 까놓고 말해서 슈퍼맨, 스파이더맨, 원더우먼, 600만불의 사나이, 헐크, 토르 등등등 과 비교하면 배트맨은 정말 초라합니다. 배트맨의 '부르스 웨인'은 그냥 돈이 많아서 과학적인 수트와 자동차, 그리오 바이크까지 첨단 장비로 중무장했을 뿐이지 일반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배트맨을 평소에 잘 안보게 되는 이유였죠.

 

"뭐야, 이 천한 것은? 초능력도 하나도 없는게 영웅이랍시고 폼 잡고..."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저도 이랬습니다...그러나...

 

 

 

 

 

 

 

 

× 현실세계의 정치와 비슷한 실재감

 

영화 속의 실재감은 영화 밖의 현실과 대비되면서 좀 더 흥미진진해 집니다. 영화 속에서 배트맨은 범죄와 악(惡)을 퇴치하는 존재라기 보다는 오히려 한층 더 잔인한 악당을 고담시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테러리스트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이 더 큰 재앙을 부른다는 현실의 정치학과 유사하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배트맨의 존재는 미군의 이라크 주둔처럼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배트맨은 세상을 바꿨지만 꼭 좋은 쪽으로만 바꾸진 않았다"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바그다드는 혼돈의 위협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그런 상황이 미국 도시에서 벌어진다고 상상한다면 끔찍하지 않은가?"라고 답해 영화와 현실과의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슈퍼맨이 미국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라면 배트맨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에서 바라보는 미국"이라는 알프레드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의 말도 꽤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지나치게 논리 비약적인 비교라고 생각하십니까? 조커가 배트맨을 협박하기 위해 가짜 배트맨을 처형하는 비디오를 방송국에 보내는 장면이나 배트맨이 시민들의 휴대폰을 도청하는 장면을 보세요. 제 생각엔 미국이 처해있는 현실과 아주 흡사하다고 생각되는데 어떠십니까?

 

 

 

 

 

 

 

 

× 예술의 경지에 오른 영웅물.

 

이런 한낫 오락물에 지나지 않는 영웅물에 왜 미국과 전세계 관객들이 열광하는 걸까요? 바로 악당 '조커(히스 레저)'의 천재적인 심리전과 파괴되어 가는 배트맨의 심리묘사에 기인합니다. 은행을 터는 조커가 얼마나 잔인하며 심리전에 능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람들은 기존의 뻔한 스토리의 영웅물에 이젠 식상해졌어요. 좀더 강한 악당의 출현과 선이 무조껀 이기지만은 않고 선이 악으로 변할 수도 있고, 한발 더 나아가 현존하는 모든 악당보다 더더욱 강력해져 버린 '슈퍼악당'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이러한 재미는 현실세계와의 연결고리로 대응되면서 관객들은 더더욱 열광하게 되는거죠. 이 영화는 오락물 치고는 조금 복잡하고 복선도 많이 깔려있고 반전도 여러군데 있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식상한 틀에서 탈피해 화끈한 볼거리와 특별한 스토리로 관객을 압도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크나이트>를 찍고 조커역에서 현실로 빠져나오지 못해 우울증으로 사망한 '히스레저(Heath Ledger)'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미지 맵

언젠간날고말거야

언젠간날고말거야™의 여행블로그. 국내여행기, 해외여행기, 영화리뷰 등을 다룹니다.

    ✔ '영화/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