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나 영혼의 울림은 크다. 영화 '타인의 삶'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한국에서 두번씩 개봉한 명작영화들이 종종 있습니다. 얼마 전 리뷰했던 <대부>시리즈도 그렇고, 오늘 이야기할 독일영화 <타인의 삶>도 그렇습니다. 2007년에 개봉했던 영화였지만 2013년에도 재개봉했었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지금의 독일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이 되기 전, 동독을 배경으로 합니다. 공산국가의 비밀요원이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이라는 것을 바꾸게한 힘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궁금증은 영화 <타인의 삶>을 명작으로 탈바꿈시키는 힘입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포함해 독일 아카데미상, 유럽영화상, 밴쿠버 영화제, 로카르노 영화제 등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어버린 이 영화는 "명작이란 자고로 이래야 한다."라고 교본을 제시하는 듯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이 매우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서둘러 이야기를 끝내는 요즘의 어설픈 영화와 달리 영화의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자 들어가 볼까요?

 

 

 

 

 

 

 

 

◎ 예고편 디비기

 

 

 

 

 

독일의 분단시절인 1984년, 동베를린의 경찰학교 교수 '비즐러(울리히 뮤흐)'는 반체제 인사들에게 듣고 싶은 것은 무조건 듣고야마는 일명 '취조의 달인'이자 비밀경찰조직 '슈타지'의 요원입니다. 공산주의를 맹신하며 국가에대한 충성도도 매우 뛰어난 비즐러는 반체제 인사들을 색출해내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어느날 비즐러는 상사인 '그루비츠'와 연극을 보게 됩니다. 이 연극은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흐)'의 작품인데, 드라이만의 아내 '크리스타'는 이 연극의 주연배우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날 연극에는 문화부장관 '햄프'도 자리했습니다.

문화부장관 햄프는 극작가 드라이만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며 감시하도록 비즐러에게 명령합니다. 그렇게 반체제 인사들을 색출하는 전문가인 비즐러는 드라이만과 크리스타가 사는 집을 24시간 밀착 도청을 맡게 됩니다. 도청을 시작한 비즐러는 이 감시는 드라이만에 관한 감시가 아니라 아내인 '크리스타'를 차지하기 위한 장관의 음흉한 속셈으로 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조금씩 연민을 느끼며 자신도 드라이만에게 동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말 한마디만 잘 못 하면 누구든 바로 반역자로 몰아낼 수 있는 비즐러는 이렇게 '타인의 삶'을 엿들으면서, 오히려 마음을 빼앗기는 쪽은 비즐러입니다. 더러운 탐욕에 젖은 장관의 명령으로 이들을 감시하지만, 이 두 예술가의 아름다운 사랑과 삶의 깊이에 점점 빠져듭니다. 결국 장관은 크리스티나를 손에 넣게 되는데, 이로 인해 비즐리는 썩어빠진 공산주의 국가에 회의를 느끼게 되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훔쳐 엿듣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신념이 흔들리는 자신을 부여잡아보려고 뚱뚱한 매춘부에 살덩이를 비벼보지만 정체성은 걷잡을 수 없이 비뚤어져 갑니다.

 

 

 

 

 

 

이 영화의 갈등구조는 엿듣는 자의 양심입니다. 탐욕스럽고 비인간적인 사회주의국가에서 예술과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됩니다.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것 같지 않던 비즐리가 드라이만의 피아노연주를 훔쳐듣거나 독일의 시인인 '브레히트'의 시집을 훔쳐셔 보는 장면으로 명백해집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진 않지만, 이렇게 무심한 감독의 의도가 오히려 관객을 끝까지 사로잡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비즐러의 내면연기를 오롯이 열연해 준 '울리히 뮤흐'의 표정연기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차고 넘칩니다. 이 글을 <HGW XX/7>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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