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면 도망가세요. 영화 '고령화가족'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오늘은 몇 일 전 포털다운로드로 뒤늦게 본 영화 <고령화가족>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100명이 보고나면 100가지 의견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대해 개봉당시나 지금도 사람들의 찬사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하나같이 입을 모으는 것은 영화 <가족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가족상의 발견' 이라는 이야기였죠. 피하나 섞이지 않은 형제와 남매들, 그리고 엄마까지 합세해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이야기에 대한 예찬. 아무튼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자인 소설가 '천명관'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족주의는 촌스럽고 불합리한 점이 많지만, 가끔은 우리가 사는 힘든 세상을 견디는데 유용한 방식이다."

 

이처럼 영화는 '가족주의'의 테두리 안에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시작은 이렇습니다.

 

"인모야 담벼락에 꽃이 이쁘게 폈다. 너 좋아하는 닭죽 끓여놨어."

 

죽음을 결심하고 실행(?)려하고 있는 인모(박해일)는 엄마(윤여정)의 전화한통을 받습니다. 보증금은 이미 다 갉아먹고 없어지고, 감독했던 영화마저 망해버려 인생은 더 이상의 바닥은 없는 인생. 그는 엄마집을 찾습니다. 그 집에는 한때 깡패짓을 하던 백수형 한모(윤제문)가 이미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편에게 매 맞고 사는 여동생 미연(공효진)까지 견디다 못해 딸 민희(진지희)를 데리고 엄마집으로 찾아와 눌러 앉았습니다. 이들의 생활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단순히 재미로 치부하기에는 영화 <고령화가족>은 너무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동생은 아내와 바람핀 남자를 벽돌로 무참히 응징하지만 감옥엔 형이 대신 들어갑니다. 그리고 점점 더 가족애의 수위가 도를 넘어, 처가를 욕한 여동생의 남편인 매부를 벽돌로 무참히 내려친다거나, 술집에서 떠들지 말라는 옆 사람들의 거친 충고에 발끈한 온 가족은 패싸움도 불사합니다. 이 모든 것을 가족애라는 것으로 포장하려하지만 모든 행동은 범죄에 대해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특징인 '죄의식'이 없습니다. 이정도면 남이야 죽든 살든 우리만 살면된다는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주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무섭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폭력'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영화속의 백수, 깡패, 이혼녀, 문제청소년, 바람난 엄마, 이 모든 사람들은 가족들에게는 둘도 없이 착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착한 사람들이 죄의식이 없는게 더 무섭습니다. 깡패짓을 하든, 빈둥빈둥 노는 백수든, 되바라진 조카든, 맨날 싸우고 이혼을 밥먹듯 하든, 조카의 펜티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자위를 하든 말든, 엄마는 매일 사랑하는 가족들을 다독이고 고기를 구워 먹입니다. 형은 사기를 치고 쫒기는 신세지만 동생은 그 형을 위해 가뿐히 목숨을 내 놓고, 형은 여동생의 조카딸을 찾기위해 목숨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이 정상적인 가족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이들의 무한한 헌신을 '새로운 가족상의 발견'이라고 말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 결말로 치달으며 충무로의 고질병인 '감동 강박증'이 도집니다. 매번 훈훈한 감동으로 마무리하려는 어설픈 구성은 좀더 다양하게 내 놓을 순 없었나 아쉽습니다. 아무튼 무심코 길을 가다 이렇게 똘똘뭉친 고령화가족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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