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는다고 덮어지랴, 독립영화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제주4·3사건을 아십니까? 해방 직후 1948년 4월부터 6.25사변 직후인 1954년 9월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항쟁을 말하는데요, 당시 정치적 상황은 일제의 패망 이후 한반도에는 미군정이 들어오는데, 이 때 친일세력이 다시 집권을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반도를 남북으로 둘로 나누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남한의 단독정부수립을 반대하던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격렬하게 반대를 했습니다. 이 당시 수많은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몰아 양민학살하는 처참한 사건이 일어나는데요, 영화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김경률감독의 1편에 이은 연작이지만, 오멸 감독의 2편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영화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4·3사건이 발생하고 군인들이 주민들을 학살하자 살아남은 마을주민들은 뒷산의 동굴로 숨어듭니다. 그러나 마을에 두고 어머니 걱정에, 굶고 있을 돼지들 걱정에 마을로 하나 둘 내려가지만 모두 학살당합니다. 한편 진압군 중에서는 아무 죄가 없는 양민들을 학살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군인들이 있습니다만 이미 사건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예고편>

 

 

 

 

 

 

 

 

세간에 '웃프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이 말은 웃기면서 슬프다는 말이겠죠. 이 영화가 딱 그런 영화입니다. 제주의 촌사람들이 처한 비루한 인생을 그들의 여유로운 마음을 리듬감있는 유머로 변환되고 누구에게도 일방적으로 동정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형태는 아주 독특하게 '제사(祭祀)'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신위, 신묘, 음복, 소지의 시퀀스로 제사의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데요, 영화는 비참하게 죽은 그들의 영혼을 달래주지만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얼마나 살고 싶어 했는가에 대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슬'은 제주도 사투리로 '감자'란 뜻입니다. 불에 타 죽은 어머니의 품에서 꺼내온 지슬은 고단한 삶의 무게와 지독한 슬픔에도 무색하게 늘 달기만 합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싶었던 그들의 열망을 '지슬'에 모두 담고 있습니다.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는 아마도 주민 뿐만아니라 서슬퍼런 권력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진압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양민을 향해 총구를 들이댈 수 밖에 없었던 박상병은 고참에게 기합을 받으며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지금 폭도들 잡으려고 이러고 있나? 명령 때문에 이러고 있지..."

 

 

 

 

 

 

제주도의 해안가에서 5Km 밖에 있는 사람을 모두 폭도로 취급하고 그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을 받은 진압군도 역사의 희생자이긴 마찬가집니다. 미치광이 지도자의 잘 못된 명령은 주민들 뿐만아니라 총구를 겨눈 군인들의 영혼마저 말살시켰습니다. 오류투성이의 슬픈과거를 숨긴다고 숨겨지겠습니까? 역사가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바로 알아야할 과거는 무엇일까요? 영화는 반성하고 직시하고 위로하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겁고 슬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쾌활하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흑백의 영상은 매우 사실적이고 예술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요,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재능있는 오멸 감독에게 선댄스영화제에서는 극영화 경쟁부문 최고의 상인 심사위원 대상(Grand Jury Prize)을 쥐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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