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파리로 데려다 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보통은 경험할 수 없는 멋진 간접경험을 하게 해주고, 둘째는 후반믹싱을 통해 재현된 해상도 높은 일상의 소리가 너무 좋기 때문이며, (해상도 높은 소리는 예를 들어 옷 매무새 만지는 '슥슥'하는 그런 소리들을 말합니다.) 세 번째로는 그 어떤 의미도 없어 보이는 일상적인 장면들도 음악과 함께 편집된 화면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이 세가지를 완벽히 만족시켜주는 영화에요. 특히, 20세기 초반에 활동하던 서양의 예술가들을 흠모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 영화는 정말 흥미로울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소설가인 '길(오웬 윌슨)'은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와 프랑스 파리에 여행 왔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말씀드리면(스포일러를 약간 포함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밤 풍경을 사랑하는 '길'이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혼자 거리를 산책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디선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그의 앞에는 오래된 골동품 같은 푸조의 클래식 자동차가 멈춰섭니다. 돈 많은 수집가들이나 가지고 있을 법한 푸조에서 술잔을 든 한 남자가 내리고 길을 파티에 초대합니다. 길은 얼떨결에 그 차를 타고 파티에 도착하는데, 놀랍게도 그 곳은 1920년대의 파리에요! 90년을 거슬러 올라간 프랑스라고요!

 

길은 평소에 늘 동경하고 있었던 1920년대 파리로 시간여행을 가게 된 겁니다. 동경하던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걸작들을 창조하고 있는 그곳에서 길은 그들과 친구가 되어 예술과 인생에 대해 토론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삶의 깊이를 담고 있는 헤밍웨이(코리 스톨)와 같은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며,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사교성 있는 F.스콧 피츠제럴드(톰 히들스톤) 부부도 만나며,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작품을 평가하는 가트루드 스타인(케시 베이츠)이 길의 소설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헤밍웨이가 '진정한 남자'라며 치켜세우는 그의 친구가 있는데, 바로 스페인 투우의 신 '벨몬트'에요. 세상에나!

 

 

 

 

 

 

길은 늘 황금기라고 생각하던 1920년대의 예술가 친구들과 매일 꿈같은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스타인에게 그림을 평가 받는 파블로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를 만나게 됩니다. 아드리아나와 자신의 소설에 대해 몇 마디 나누던 길은 매력적인 그녀와 사랑에 빠질 것만 같습니다. 한편, 매일 밤 외출이 잦아지자 예비 장인어른은 뭔가 냄새가 난다며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약혼녀 이네즈는 다른 놈과 눈이 맞고, 그의 황홀한 일탈에 위기가 닥쳐옵니다. 길은 매력적인 1920년대의 그녀 아드리아나와 사랑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 '황금시대 사고'라는 말에 대해 정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현재보다 과거가 더 좋은 시절이었다고 착각하는 걸 말합니다. 인간은 늘 "그때가 좋았다."라며 현재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사실은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황금기'라는 것을 망각하고 삽니다. 지금 우리는 1920년대의 문화 황금기를 그리워하고, 또 그 시대 사람들은 미켈란젤로가 활동하던 르네상스 시절을 그리워하고, 르네상스 사람들은 또다시 쿠불라칸 시대를 그리워 하듯이... 과거에 대한 향수와 현실에 대한 우유부단함으로 힘들어하는 그는 아드리아나와의 대화에서 지금이 황금기라는 걸 깨닫고 마침내, 이네즈와의 약혼을 깨고 파리에 정착하려고 결심합니다. 그 순간 길에게 자신처럼 파리에서 비를 맞으며 걷는 걸 좋아하는 여인 가브리엘(레아 세이두)이 다가옵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우디 앨런 감독은 파리를 정말 아름답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파리의 지금을 경험할 수 있고, 종소리와 함께 자정이 넘어가면 인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던 불멸의 예술가들이 살아 숨쉬는 고혹적인 파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짐싸고 싶은 사랑스런 파리의 풍경, 아름다운 미장센, 게다가 녹아 내릴 것 같은 달콤한 OST를 듣고 있으면, 어느 새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도 당장 짐 싸서 파리로 떠나면 이런 황홀한 일이 생길까요? 갈 수 없거나, 가지 못하거나, 가더라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겠지만, 이 영화는 19세기 파리지엥들과 예술가들이 즐겨찾던 막심(Maxim's Restaurant)으로 당신을 안내해줄 겁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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