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화개장터 벚꽃축제와 함께 가봐야 할 '쌍계사' | 하동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하동 최참판대부터 시작해서 화개장터와 쌍계사를 지나 구례로 올라가는 길까지 10리에 걸쳐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매년 봄이면 이곳에서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열리는데요, 올해는 4월 3일부터 4월 5일가지 딱 3일간만 열립니다. 거의 5km에 가까운 긴 구간에 벚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는데 이곳을 구경하며 중간에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쌍계사(雙溪寺)’인데요, 지리산의 장엄함과 섬진강의 평화스러운 기운이 함께 공존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로 가는 길부터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큼직한 바위엔 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어디선가 백발의 도사가 툭~ 하고 튀어 나올 것만 같은 묘한 기운이 서려있는 곳입니다.

 

 

 

 

 

 

매표소 바로 앞의 다리 아래로는 좌우 골짜기에서 흐르는 두 갈래의 물이 만나 하나로 합쳐져 흐르는데요, 그래서 ‘쌍계(雙溪)’로 이름 붙여진 건지 짐작해봅니다.

 

 

 

 

 

 

매표소를 지나 5분 정도 조용한 숲길을 걷다 보면 절 입구를 만나게 됩니다. 포장된 길이 잘 닦여 있어 그렇게 힘들진 않습니다.

 

 

 

 

 

 

계곡 바위엔 우리 조상님들이 이름을 또 새겨 두었네요. 전국 어딜 가든 큰 바위엔 항상 이름석자를 적어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는 건 거의 본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좌우로 석등을 끼고 있는 화려한 일주문을 지나면 드디어 불가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편액에 ‘삼신산쌍계사(三神山雙磎寺)’라고 되어 있어요. 삼신산은 한라산과 금강산, 그리고 지리산을 말하는데 이곳이 지리산 자락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누문인 팔영루(八詠樓)와 마주하게 되는데 팔영루를 통과해야 드디어 대웅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문들은 모두 일직선상에 가깝게 놓여져 있는데요, 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천왕문을 지나 팔영루 앞에 도착하면 쌍계사 구층석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탑은 1990년에 세운 탑인데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석가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평창의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꼭 닮아 있네요.

 

 

 

 

 

 

우측의 팔영루는(八詠樓) 통일신라시대인 840년에 지어진 건물인데요, 우리나라 불교음악의 발상집니다. 중국에서 불교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온 진감선사 혜소(眞鑑國師 慧昭, 774~850)가 이곳에서 수많은 범패(梵唄, 석가여래를 찬미하는 노래, 불경 읽는 소리를 말합니다.)를 만들어냈고 많은 인재를 배출했습니다.

 

 

 

 

 

 

촉촉하게 봄비가 내리는 사찰의 마당에는 수령이 오래되 보이는 울긋불긋 동백나무가 자리하고 있네요. 그 아래로 졸졸 약수가 흐르는데, 목을 잠시 축이고 다시 올라갑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도 목은 마르네요. ^^*

 

 

 

 

 

 

쌍계사는 대웅전이 있는 대웅전영역과 금당이 있는 금당영역으로 나뉘는데요, 두 영역 가운데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봄을 알리는 비와 서걱거리는 대나무소리로 이미 제 마음의 속세는 벗어나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팔영루를 돌아 해탈문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대웅전(보물 제500호)입니다. 돌계단 아래로는 진감선사 대공탑비(국보 제47호)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그렇다고 우측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도 아니고 비딱하게 서 있는 모습이 독특합니다.

 

 

 

 

 

 

이 비석이 국보로 지정된 건 신라 진성여왕 1년(887년)에 최치원이 글을 짓고 썼기 때문입니다. 문장으로 보나 서체로 보나 그 수려함이 우수하고 하나밖에 남지 않은 최치원의 유일한 필적인데요, 유, 불, 선 통합을 주장했던 신라 최고의 천재였지만 높은 신분제에 가로막혀 자신의 뜻을 현실정치에 펼치지 못한 비운의 천재였습니다. 비석문의 마모가 심해서 지금은 육안으로 글을 식별하기는 어렵지만, 다행히 조선 영조 때 만들어놓은 목판이 전해지고 있어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돌계단을 따라 조용히 대웅전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대웅전(보물 제500호) 밖으로 탁탁탁 목탁소리와 스님들의 범패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옆에 누군가는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대웅전의 모습에 와~ 감탄을 쏟아 내고 있네요.

 

 

 

 

 

아침에 찾아간 쌍계사는 이 시간이면 스님들의 기도시간인가 봅니다. 안으로 인자한 표정을 한 목조석가여래좌상은 보물 제1378호로 지정되어 있고요, 그 뒤로 보이는 삼세불상화 또한 보물 제136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주루룩 비가 내리니 단청이 색깔이 오늘따라 유난히 울긋불긋 아름다워 보이네요.

 

 

 

 

 

 

대웅전 오른쪽으로는 바위에 불상을 깎아 만든 마애불이 있습니다. 바위의 한 면을 움푹 파서 비를 맞지 않도록 깎아 만든 이 불상은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늦은 오후 서쪽 햇빛이 비추면 미소 짓는 부처님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대웅전 뒤편으로도 큼직한 바위를 깎아 불상들을 모셔 놓았는데, 구석구석 아름답고 정교하며 따뜻한 기운이 넘칩니다.

 

 

 

 

 

 

그 따뜻한 느낌들은 건축물과 담벼락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요, 흙과 기와를 쌓아 만든 담벼락의 패턴이 참 아름답네요.

 

 

 

 

 

 

고대 벽화에서 볼 법한 무늬 같기도 하고, 일정하면서도 변화를 준 패턴이 이채롭습니다.

 

 

 

 

 

 

다시 팔영루 앞으로 돌아 나와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높다란 돌계단이 보입니다. 저길 올라서면 대웅전영역을 벗어나 금당영역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쌍계사가 처음 생겼을 때의 터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대웅전영역과 금당영역 사이에는 개울과 대나무로 확연히 구분을 해 놓은 모습이네요.

 

 

 

 

 

 

길게 난 돌계단을 오르면 청학루(靑鶴樓)를 바로 만나게 됩니다. 고려 말에 지어진 이 건물은 정면 3칸에 측면 2칸으로 이루어진 2층 누각인데요, 이상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으로 처음 스님이 되시는 분들의 수도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

 

 

 

 

 

청학루 뒤편으론 팔상전이 있습니다.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그린 8개 장면으로 압축한 그림인 팔상도를 모시는 건물인데 현재 보물 제136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쌍계사는 구석구석에 국보 1점과 보물 10점이 있는 보석 같은 사찰이었어요. 봄에 화개장터 벚꽃축제를 보시러 십리벚꽃길을 갈 예정이시라면, 중간에 있는 이곳 또한 꼭 들러 구경하고 가시길 추천합니다. 오래된 고찰에서 풍겨오는 좋은 기운이 여러분의 가정에 평안을 줄 겁니다.

 

+ 입장료 : 어른 2,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연중무휴)

 

 

 

 

하동, 광양, 구례여행기 9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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