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의 진실, 영화 '지옥의 묵시록 : 리덕스 (1979)'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전쟁영화의 본질은 화끈한 액션이 아니라 잔혹한 현실의 대변입니다.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은 사랑과 폭력이라는 두 얼굴을 한 인간의 잔혹함과 사악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입으론 평화를 외치고 인도주의적 우호를 강조하지만, 손에 든 무기로 무참히 짓밟고 관용 따윈 개나 줘버리는 교활함을 보이는 게 바로 전쟁입니다. 수 십 년 전에 봤던 이 영화를 최근 다시 감상했는데, 전 코폴라 감독이 만든 지옥 같은 베트남전쟁이 몸서리치게 싫습니다. 언제쯤 인간세계에 완전한 평화가 찾아올까요?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전쟁이 가진 두 얼굴, 아니 그 전쟁을 일으킨 인간이란 종족의 두 얼굴을 정확히 보기 위해선 이 영화를 꼭 보셔야 합니다.

26년전인 1979년 칸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그랑프리)을 수상했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은 1998년 재개봉을 하면서 뒤에 '리덕스(Redux)'이란 이름을 달고 나왔습니다. 리덕스는 '돌아온' 이란 뜻인데, 보통 오랫동안 후속 작이 없다가 다시 시리즈를 연재할 때 자주 쓰는 말이죠. 이 영화는 원래 4시간 30분짜리의 필름을 편집으로 2시간 10분으로 너덜너덜하게 잘렸다가, 개봉한지 19년 만에 다시 사라진 1시간 9분을 추가해서 재개봉했었습니다. 코폴라 감독은 이 영화가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난해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유가 편집으로 대부분의 내용이 잘렸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었는데, 다시 애초 감독의 제작 의도대로 내용을 추가해서 완전히 새로운 영화라는 의미에서 리덕스란 말을 붙인 것 같습니다.

 

 

 

 

 

매일 헬리콥터 환청을 들으며 잠에서 깨는 윌라드(마틴 쉰 분) 대위는 몸은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영혼은 아직 사이공(호찌민)에 있습니다. 사이공에선 죽도록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다시 돌아온 집에서는 정글로 돌아갈 궁리만 하는, 어디서도 적응할 수 없는 전쟁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상부로부터 비밀스런 지령을 받습니다. 그에게 내려온 임무는 미국의 전설적인 군인인 커츠(말론 브란도 분) 대령을 찾아 죽이라는 것. 커츠는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군의 통제를 벗어나 캄보디아에서 자신의 군대와 주민들을 거느리며 살고 있습니다.

 

적을 죽이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윌라드는 같은 편을 제거하라는 명령에 의아하지만, 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작은 플라스틱보트에 네 명의 부하를 데리고 베트남 격전지를 지나 캄보디아까지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을 지나는 중에, 윌라드는 네이팜탄을 쏘며 승리의 냄새가 좋다는 잔혹한 전쟁광 킬고어(로버트 듀발 분) 대령도 만나고, 민간인 선박을 검문하면서 선량한 시민을 학살하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작혹한 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싹틉니다. 그리고 결국 캄보디아의 어느 강변에서 커츠 대령을 만나는데, 잔혹한 지도자들이 벌인 전쟁의 불합리가 싫어 미국을 떠난 그가 그곳에서 자신 또한 잔혹한 지도자가 되어 있는 아이러니를 보입니다.

'지옥의 묵시록'에서 가장 몸서리 쳐지는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킬고어 대령이 이끄는 헬기 부대가 베트콩 마을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장면일 겁니다. 킬고어와 그의 부하들은 사람을 죽이러 가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마치 게임을 하는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헬기에는 큰 스피커를 설치해 놓고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발퀴레의 기행'이란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총을 갈겨 댑니다. 살육의 광기를 발산하는 이들의 모습은 음악 '발퀴레의 기행'으로 극적 효과는 대단히 압도적입니다.

 

그리고 마을을 총과 미사일로 눈에 보이는 모두를 죽이고 네이팜탄으로 한 마을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마을 앞 바다에서 윈드서핑을 할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아이들 학교를 공격하질 말든지 무차별적으로 총을 쏠 때는 언제고 다친 아이를 들고 온 여인을 우호적인 차원에서 병원으로 후송하려는 위선적인 면모도 보입니다.

 

이 영화는 무지막지한 잔인함을 평화와 인도주의라는 교활함으로 포장하려는 인간의 습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무책임한 말로는 잔인한 테러에 가까운 학살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코폴라 감독은 베트남전쟁 때 국민들에게 끊임없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준 미국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베트남 전쟁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실제에 가까운데, 영화 속에서 터뜨린 네이팜탄 또한 실제 폭탄을 터뜨릴 정도로 현실감을 살렸습니다. 하지만, 런닝타임 3시간 18분을 소화하기엔 제법 인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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