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봄이 왔습니다. 낮에는 이제 제법 포근해졌어요. 이맘때면 꽃놀이 한 곳 쯤은 꼭 가줘야겠죠?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에는 올해로 16회를 맞는 산수유축제가 열립니다. 축제기간은 4월1일~3일까지 딱 사흘간 열리는데, 대규모로 열리는 그런 축제가 아니라 마을 잔치처럼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작은 축제에요. 서울이나 경기도 수도권에 살고 계신다면 가까운 맛에 찾아가 하루 놀다오기 참 좋습니다. 그런데 이천 백사면에는 '산수유마을'이라 불리는 곳이 세 곳이 있는데, 정확한 명칭은 도립리에 있는 '이천 백사마을'이라고 검색해서 가시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노란색 감상하러 내려가 볼까요~
마을 입구부터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네요. 그런데 백사마을은 길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해서 차량 두 대가 한번에 지나가지 못하는 시골길이에요. 그러니 마을 입구에 있는 큼직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300미터 정도 걸어 들어오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조금 편해 보겠다고 차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는 순.간.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어요. 특히, 축제기간에는 더 그렇습니다.
꽃은 언제나 옳습니다. 저는 3월 25일에 다녀왔는데 꽃이 많긴 했는데 그래도 완전히 만개는 안했더라고요. 보통 산수유꽃은 4월 초순에 절정이 되니까 축제기간에는 완전한 노란물결을 보시게 될 거에요.
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노점을 깔고 이것저것 농산물과 산수유 막걸리, 열매 말린 것, 차 등을 팔고 있어요. 저도 목도 축일 겸 산수유차를 한잔 마셨습니다. 한약재를 같이 넣어 끓인 것 같은데 새콤달콤한게 맛있네요. 옛날에는 한 그루만 있으면 자식 하나 대학공부까지 시킬 수 있었다는 나무가 바로 산수유죠. 지금은 등록금이 살인적이라 불가능하겠지만...
차를 한잔 마시며 뒤를 돌아보니 한옥 집이 하나 있군요. '도립리 육괴정'이라 부르는 곳인데, 조선 중종때 기묘사화로 신진사류들이 훈구파에 의해 몰락하고, 난을 피해 낙향한 엄용순이란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네요. 안에는 사랑채 하나가 있는데, 지나는 길에 한번 들러보세요.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큰 느티나무는 수령이 570년이나 되었어요! 나이가 무시무시합니다.
슬슬 올라가 볼까요~ 칙칙하던 마을 건물들도 봄 새단장을 했네요. 아래 사진은 누가 봐도 저기가 화장실이란 걸 알겠어요. ㅎㅎㅎ
구불구불한 마을 고샅길이 참 정답죠?
파란 하늘 아래 노란 꽃. 봄 냄새가 물씬 납니다.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는 산책로는 1km 정도로 비교적 짧은 거리라 둘러보는데 힘들지 않아요. 길 이름을 '연인의 길'이라고 붙여놨네요.
5일 전쯤에 다녀온 모습이 이러니 지금쯤은 완전히 만개해서 노란색이 더 진해졌겠어요. 그래도 참 예쁘네요. 길바닥은 열매에서 빼낸 산수유 씨로 촤~악 깔아 놔서 사각사각 밟는 느낌도 좋습니다.
마을 뒷 동산에는 산수유 나무 아래로 벤치를 많이 설치해 둬서 잠시 노란 세계를 만끽하며 쉬었다 갈 수 있어 좋습니다.
자태가 참 곱습니다. 우리집 앞마당에 조경할 때 왜 산수유를 안 심었나 몰라요. 꽃도 보고 열매도 열리니 일석이조인데, 그땐 이 생각을 못했네요.
백사마을 뒷 동산 끝쯤에는 큼직한 그네도 있군요. 저거 제대로 굴렸다간 다시 멈추려면 애 좀 먹겠는데요? ㅎㅎㅎ
어디서 향긋한 매화향기가 난다 했는데, 얘가 범인이었네요. 봄날 잠깐만 얼굴을 보여주는 꽃이라 매년 아쉽습니다.
도립리에 있는 산수유나무들은 수령이 100년 넘은 것들이 참 많아요. 인위적으로 꾸며놓고 관광객을 받는 곳이 아니라, 오래전 부터 산수유 농사를 짓다가 아름아름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레 유명해진 마을입니다.
집 앞 마당에도 밭 옆에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었어요~ 마을이 참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이네요. 이천 백사마을 산수유축제는 작은 마을에서 하는 작은 축제라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가 볼만한 곳이라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 살고 계신다면 한번 찾아가 보세요. 가까운 곳에도 노란색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 있답니다.
+ 축제기간 : 4월1일 ~ 3일 (3일간)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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