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만다린카페에서 황제릉 반일투어 예약을 했으니 다음 날 아침, 투어를 떠나 봅니다. 첫번 째 일정은 '민망 황제릉(Lang Minh Mang)'입니다. 이곳은 후에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약 12km 떨어진 위치에 있는데요. 1820년부터 1840년까지 베트남을 통치한 응우옌 왕조의 2번째 황제에요. 황제들의 무덤 중에서도 가장 웅장한 흙무덤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부로 들어서면 인공호수와 정원이 아름다워 산책으로도 참 좋은 곳이에요. 무덤의 위치가 흐엉강(Perfume River) 서쪽 기슭에 있어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리가 있어 육로로도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버스를 잘 기억하세요. 아침이 되면 호텔에 각종 투어 버스들이 들어오는데 여차하면 다른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어요. 호텔 픽업은 아침 7시 30분에 오는데 로비에 기다리고 있으면 직접 와서 이름을 불러주니 궁디를 소파에 딱 붙이고 가만히 기다리시면 됩니다.
황제릉 투어를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베트남 이정표가 영어로 잘 안되어 있어 알아보기 힘들기도 하고, 황릉간 거리가 제법 멀어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뻥뻥 뚫린 시골길을 오토바이 타고 가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구글맵에 네비게이션 기능이 있어 찾아가기도 어렵지도 않고요. 그런데 오토바이 빌리고 기름값까지 하면 투어비가 오히려 더 저렴하니 그냥 에어컨 나오는 버스타고 가시는 게 더 편안합니다.
오토바이 타고 가실 분들을 위해 위치를 알려드릴게요. 구글맵에서 길찾기로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이정표에 굉장히 인색해요. 입구가 어디인지 적어놓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도 어디가 출구인지 또는 문화재 설명에 대한 그런 표지판도 잘 없어서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어디가 입구인지 헤맬 필요는 없어요. 사람이 지나가는 길목엔 언제나 이렇게 상점들이 있으니까요!
3미터 정도의 담벼락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입구를 만나게 됩니다. 앞에 걸어가는 얘가 우리 가이드인데, 베트남 가이드의 영어는 참 알아듣기 힘들어요. 서양 사람들은 자기네 말이라 잘 알아 듣던데, 전 중간중간 못 알아 듣겠더라고요. 아무래도 모국어가 아니라 그런가 봅니다.
여기가 입군가 보네요. 베트남의 왕궁이나 황제릉 같은 경우는 대부분 이런 모양의 문으로 되어 있네요. 아무튼 전에 '왕궁'편에서 말씀드렸던 4곳의 관광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4Site Route 티켓을 구매하지 않으셨다면 이곳에서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해요. 입장료는 10만동(5천원)인데요, 7세~12세까지는 2만동(1천원)입니다. 그 이하 아이들은 무료에요.
4곳 모두 둘러볼 수 있는 패키지 입장권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세 곳의 황제릉과 왕궁을 돌아볼 수 있는 티켓입니다. 가격은 36만동(18,000원)입니다.
그런데 민망 황제릉의 정문이 아까 들어왔던 문이 아니고 위 사진의 문인 '다이홍몬(Daihong Mon)'이에요. 이 문은 민망 황제의 관이 들어올 때 딱 한번 열린 후 지금까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응우옌 왕조 초기에 중국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잘 알 수 있는 모습입니다.
무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여러 문무상들. 조선은 능 바로 앞에 있는데 반해 입구에 세워 놓은 게 색다르네요.
이곳의 구조는 직선으로 여러개의 문을 통과하면 무덤을 만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문무상이 나열한 광장 끝에 처음 만나는 건물은 민망 황제의 공덕을 찬양하는 공덕비(Bi Dinh)가 있는 비각입니다. 두개의 단으로 올려놓은 모습이네요.
입구 계단 난간의 용을 그리고 있는 서양 처자. 용이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그들의 눈엔 색다르게 보이나 봅니다.
길이 하나밖에 없어 일자로 계속 걸어가기만 하면 되니 편하네요. 한국에선 문이 세 개 있다고 '삼문'이라 그러죠. 정면에 보이는 '히엔득몬(Hien Duc Mon)'을 들어가면,
넓은 연못을 만납니다. 한국의 왕릉도 규모가 상당한 편이지만 베트남은 훨씬 더 넓은 것 같네요. 큼직한 연못도 여러 개가 있어요.
연못을 지나면 1843년에 만들어진 황제와 황후의 위패를 모신 사당(Dien Sung An)이 나옵니다. 노란 색깔이 황제를 뜻하는 색이니 왕의 무덤이 맞긴 한가 보네요. 사당 좌우로는 전각이 하나씩 있는데 죽은 황제의 내시와 후궁들이 거처했던 곳입니다.
황릉까지 가기에는 많은 건물과 문을 지나야 하네요. 이제 정말로 왕이 잠들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인가 봅니다.
그런데 문을 지나니 또 다른 2층 전각이 하나 있네요. 저 건물은 민러우(Minh Lau)라는 전각인데, 한자로 '명루정'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황제의 재능과 업적이 빛과 같다고 붙여졌습니다. 명루정까지 가는 길은 3개의 다리로 되어 있는데요. 지금 사람들이 지나가는 가운데 다리는 원래는 황제만이 건널 수 있는 다리였어요. 조선의 왕릉도 '어도'라고 해서 임금만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있지요.
우리같은 하층민들은 원래는 좌우로 있는 저 다리를 건너가야 했겠죠?
명루정을 지나니 작은 정원이 나오고 다리를 또 건너야 해요. 이 정원은 장수를 기원하는 정원인데요, 잘은 모르겠지만 어떤 한자를 형상화 한 것 같네요. 이런 것들을 안내 표지판 같은 걸로 설명을 좀 해두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두 개의 패방을 지나면 드디어 황제릉을 만나는 건가요! 마지막 연못은 독특하게도 초승달 모양의 호수(Ho Tan Nguyet)에요. 하늘에서 찍지 않는 한 사진으로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깝네요. 실제로 보면 좌우로 연못 끝이 구부러져 있는 게 보입니다.
그... 그... 그런데, 3미터 성벽으로 둘러 쌓인 민망 황제릉은 출입이 금지 되어 있었어요. 이곳은 황제의 제례식 날 딱 한 번만 열린다고 하네요. 그날 찾아올 수도 없고, 안타깝네요. 그런데 한간에는 황제의 무덤은 여기 있지만 실제로 황제의 시신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무덤을 파헤쳤는데, 시신이 없어 여러 곳을 찾았지만 못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무덤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발길을 돌립니다. 서양인들은 동양적인 모습이 꽤나 신기한 표정들입니다. 저 또한 그렇긴 하지만 한국의 능과 약간은 공통점이 있어 조금은 익숙하네요.
돌아 나오는 길에 연못 옆에 있는 정자가 있어 올라가 보니 풍경이 참 멋드러집니다. 옛날에 황제가 이곳에 오면 낚시도 하고 여가도 즐겼던 정자라고 하네요. 정자에 직접 올라가볼 수도 있는데, 주변으로는 현재는 파괴 되었지만 콘크리트 구조물들 흔적들이 남아 있네요. 베트남에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유적들이 참 많이 남아 있는데, 당시는 그게 최고의 건축기술이었고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연못 주변으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나무들도 많고, 사철나무와 흡사하게 생긴 초록색 나무에선 참 예쁜 꽃이 피고 있네요. 산책하기 딱 좋은 곳입니다. 쪼~끔 더운 것만 빼면요. ㅎㅎㅎ
들어갈 땐 몰랐는데, 다시 주차장 쪽으로 빠져나오는 길 옆으론 온통 바나나나무가 울창하게 있네요. 거기선 현지 주민들이 바나나를 팔고 있는데, 대부분 아이들이거나 아이를 안은 여인네가 팔고 있더라고요. 바나나밭 옆으로는 철조망을 길게 쳐 놨는데 관광객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건지, 현지 주민들이 이쪽으로 넘어오는 걸 막으려는 건지,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집니다. 팔아주곤 싶지만 해먹에 누워 아이들을 이용해 장사하는 부모가 괴씸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철조망 사이로 암거래하듯이 사고 싶지는 않네요. 미안하다 아가야.
입구로 나오면 아까 들어갈 때 보셨던 상점에서 사탕수수 주스를 팔아요. 1만동(500원)하는데 지옥에서 다시 천국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다음 코스는 응우옌 왕조의 12번째 황제 카이딘 황제릉으로 버스타고 갑니다. 건축물이 굉장히 독특하고 아름다운데 기대해주세요!
11편 '카이딘 황제릉' 계속...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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