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 #13 후에 - 시티투어4. 베트남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뜨득 황제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이번엔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4번째 황제 뜨득(1848~1883)의 무덤으로 가보겠습니다. 이곳은 후에(HUE)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둘러보면 좋은 곳입니다. 뜨득 황제는 응우옌 왕조 13명의 황제 중에서 가장 오랜기간인 35년을 왕위에 있었어요. 민망황제의 릉과 함께 후에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뜨득황제는 자신의 재위기간 중, 3년에 걸쳐 3천명의 인원을 투입해 화려하게 이곳을 만들었는데, 죽기 전까지 이곳에서 굉장히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고 하죠.


여기가 뜨득황제릉 입구인 '부끼엠몬(Vu Khiem Mon)'입니다. 이곳 또한 왕궁에서 4Site Route 입장권을 구매하셨다면 그 표로 들어갈 수 있고요. 그러지 않았다면 별도의 입장료 10만동(5,000원)이 있습니다. 왕궁과 세 곳의 황제릉 입장권이 궁금하시다면 이전 '왕궁' 글을 참고하세요. → 담장만 10km, 화려하고 웅장한 후에 왕궁







혹시 오토바이로 직접 오실 분들을 위해 구글지도를 첨부합니다. 네비기능으로 길찾기를 하시면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거에요.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바로 앞에 '호루끼엠(Ho Luu Khiem)'이란 예쁜 연못에 작은 섬과 정자가 있네요. 뜨득은 이곳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3천명이란 많은 인원을 동원해서 공사를 진행했었는데, 이에 반발하여 인부들이 반란을 일으키기까지 했어요. 그 후에 능 안의 모든 장소에는 겸손을 뜻하는 '끼엠(Khiem)'이란 이름을 붙였어요. 이 호수가 '호루끼엠'인 이유도 그렇습니다. 제가 서 있는 왼쪽에는 후궁들을 위한 사당인 '찌끼엠드엉(Chi Khiem Duong)'이 있습니다.







뜨득이 얼마나 화려한 생활을 즐겼냐면, 50명의 요리사가 만든 50종의 음식을 50명의 하인이 시중을 하게 했다고 해요. 차를 마실 때도 연못 위의 연꽃 잎에 밤새 내린 이슬로만 차를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심지어 100명이 넘는 후궁을 거느렸다고 하던데, 어째 자식은 하나도 없었나 모르겠네요. 아무튼 정자 이름이 '쑹끼엠타'인데요. '겸손이 더 깊어지는 정자'라는 뜻입니다. 뜨득과 겸손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아쨌든 명명이 흥미롭네요.








경내는 두 곳으로 나뉩니다. 한 곳은 궁궐이고 다른 한 곳은 무덤이에요. 먼저 왕이 업무도 보고 살았던 궁궐을 둘러볼게요.








건물이 참 화려하네요. 이곳은 황제와 황후의 위패를 모신 사당 '디엔호아끼엠(Dien Hoa Khiem)'이에요. 지붕에 용 장식이 있으면 황제가 머무는 건물이란 의미입니다. 조선에서는 지붕에 용이 없어야 하는 것과는 정 반대네요.







날이 정말 덥습니다. 에어컨은 어딜가나 기대할 수 없으니 그늘이 얼마나 시원한 곳인지 느끼게 되네요. 경비원이 땀을 비오듯 흘리는 저를 보고 선풍기를 가져다 주십니다. ㅎㅎㅎ








사당을 지나면 그 뒤로 황제의 처소이자 현재는 모후의 사당으로 쓰이고 있는 '디엔르엉끼엠(Dien Luong Khiem)'이 있습니다. 베트남의 대부분 유적지는 바닥이 돌이나 타일로 되어 있는 곳이 많네요. 한국처럼 겨울이면 영하 20~30도씩 떨어지는 경우가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조선은 온돌이 깔리는 곳만 흙이나 돌로 만들고 그 외엔 열전도가 낮은 나무로 만들죠.







대부분의 베트남 건축물에서 만나게 되는 회랑식 복도와 여러 개의 문.







다시 돌아 나와 정자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황제릉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가 끝인 줄 알고 그냥 나가는 사람들이 많던데, 돈 주고 들어왔으니 끝까지 다 돌아봐야겠죠?







더운 나라 가면 자주 만나는 꽃 프랑지파니. 여기도 곳곳에 정말 많이 피어 있네요.








호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100미터 정도 들어오면 뜨득황제의 공덕비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공덕비를 모신 건물도 참 화려하게 지었네요. 이곳이 무덤이라는 걸 알리는 문무상과 동물상이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뜨득 황제는 102명의 후궁을 거느렸음에도 자식이 없어 공덕비를 자신이 직접 만들어 세웠어요. 보통은 돌아가시면 자손들이 부모의 공덕을 기리는 비를 세우는데, 자기 자랑을 직접 적었다니 뭔가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네요. 게다가 이 공덕비는 베트남에서 현존하는 공덕비 중에 가장 큽니다.







그리고 작은 연못을 하나 둘러 가면 드디어 황제릉을 만나게 됩니다.







황제릉은 3미터가 넘는 담벼락에 안으로 또다른 담벼락으로 무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내부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영벽(影壁)을 세워 두었네요. 그는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 걸까요?







영벽을 돌아 들어가면 드디어 뜨득황제의 무덤을 만납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정작 그는 이곳에 묻히지 않았다는 거에요. 그가 재위하던 시절은 프랑스의 침공이 있던 시절이라 도굴을 걱정한 나머지, 이곳에 가짜 무덤을 만들고 정작 자신은 다른 곳에 묻혔습니다. 그리고 그 무덤의 위치를 알고 있던 신하 200명을 무덤 완성과 동시에 처형 해버려서 지금도 그 위치를 모른다고 하네요.


14편 '후에 최고의 맛집 꽌한' 계속... (연재중)


이미지 맵

언젠간날고말거야

언젠간날고말거야™의 여행블로그. 국내여행기, 해외여행기, 영화리뷰 등을 다룹니다.

    ✔ '세계여행/베트남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