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해안 명승지 '태종대' | 부산여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을 부산을 대표하는 명승지 태종대. 어린시절 이 동네에 살아 시간만 나면 친구들과 태종대 안 자갈마당에서 수영하던 기억이 납니다. 늘 익숙하기 때문에 잘 가보지 못했던 추억의 이곳을 오랜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부산대교를 지나 영도 해안길을 따라 9km 정도를 달리면 영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태종대는 수목으로 울창해 있었고, 해안은 깎아 세운 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굽이치는 파도와 함께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최근까지 오랫동안 군사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다가, 1969년 일반에게 공개하며 관광지로 지정된 곳입니다.


태종대는 원형으로 생긴 순환도로가 있어 한바퀴 빙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요. 총 길이 4.3km의 순환도로는 숲이 우거져 있어 더운 여름에도 그늘을 따라 쉽게 걸어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순환도로 중간에 만나는 신선대까지는 제법 각도가 높은 계단을 내려갔다 와야 하기때문에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걸어서도 충분히 돌아볼 순 있지만, 다리가 불편하시거나 힘드신 분들은 순환도로를 달리는 관광열차 '다누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다누비 열차는 태종대 곳곳에 정류장이 있어 한번만 표를 구매하면 어디서나 내렸다 다시 다음 차를 타고 돌아볼 수 있어 참 편리해요. 제가 찾은 날은 비가 와서 운행을 안하더라고요. 사진은 예전에 담았던 사진입니다. 요금은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인데요. 3인 가족 이상일 경우는 어른 1,6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800원으로 할인해줍니다.








시원하게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한적한 해변 순환도로를 따라 걷는 기분은 꽤 괜찮습니다. 비가 내려 초록은 더 짙어지고 바람에선 숲과 바다 냄새가 함께 납니다. 해무가 살짝 끼어 분위기가 참 달콤하네요.








산책로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모자상이 있는 곳에 오니 깎아지르는 절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제가 서 있는 곳에는 현재는 전망대 겸 식당, 편의점 등이 들어선 타원형 건물이 있지만, 예전엔 이곳을 자살바위라 불렀어요. 신선대를 자살바위로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실은 이곳입니다.







자살바위가 있는 전망대 풍경을 참 장관입니다. 날이 흐려도 그 분위기는 그대로 느껴집니다. 날이 맑은 날이면 저 너머로 56km 떨어진 쓰시마섬이 보이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네요. 누군가 ‘자살바위에 선 자에게 죽음의 두려움마저 잊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라고 표현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안개 속 섬은 주전자를 닮았다고 '주전자 섬' 이라고 부릅니다.







산책로 중간쯤에 왔을까. 영도등대와 신선대가 있는 절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입니다. 등대로 내려가는 길은 두 곳인데 중간에서 만나기 때문에 아무 곳으로 내려가도 됩니다.








등대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 만난 길고양이들. 예전부터 이곳에는 절벽 중간에서 위험하게 살던 길고양이들이 많이 있었어요. 지금은 관리소에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고 길에 배 깔고 누워 맘 편하게 쉬고 있네요. 귀여운 것들…







고양이들을 지나니 이제 등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영도등대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요. 태종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저 등대가 아닐까 싶네요. 1906년 처음 불을 밝힌 영도등대는 2004년 지금의 모습으로 새 단장했고, 연결된 건물에서는 갤러리와 도서관, 해양 영상관, 자연사 전시실 등 문화시설이 들어서 있어요. 등대에는 올라가서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단, 월요일은 문을 열지 않더라고요.









등대 아래로는 절벽 앞에 우뚝 솟은 망부석과 널찍한 신선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단단한 바위일 지라도 세월은 이기지 못하는지 조금씩 부서져 내리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만, 여전히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곳으로 내려가는 길에 안전 펜스도 없고 길이 좁아 아찔했었는데, 지금은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습니다.







반대쪽 해변도 참 아름답죠? 여기는 유람선 선착장 왼쪽에 있는 자갈마당인데요. 어린 시절에는 저기서 수영도 하고 홍합도 따서 바닷물에 삶아서 먹고 그랬던 곳입니다. 지금도 일반인이 들어가 놀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수 있다면 정말 멋진 곳이겠죠?







계단 아래로는 태종대 유람선 선착장이 있고 해산물을 파는 노점상이 조금 있어요. TV에도 가끔 나오는 곳인데 바닷바람 맞으며 한 접시 해보는 것도 참 멋있을 거에요. 유람선은 태종대에서 탈 수 있는 곳이 3곳이 있는데, 그 중에 한 곳이 여깁니다. 요금은 어른 1만원, 어린이는 6천원. 오륙도를 돌아 오는 코스인데 가끔 돌고래가 따라오는 장관을 만나기도 하죠. 한번쯤은 타 볼만 합니다.







영도등대를 따라 신선대로 내려가 볼게요. 제가 하필 월요일에 찾아서 등대를 못 올라가고, 건물 안에 있는 문화시설도 둘러보지 못해 아쉽네요. 그런데 인어가 횃불을 들고 있는데 ‘자유의 인어상‘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








신선대 모습은 언제 만나도 참 좋습니다. 절벽 아래 툭 떨어져 있는 너른 바위가 참 인상적이죠. 저 멀리 주전자섬 앞으로 유람선이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느라 바쁘게 지나가네요. 그런데 태종대가 왜 ‘태종’인지 아시나요? 신라 태종무열왕이 이곳의 해안절경에 심취해 한동안 활 쏘기를 했다고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습니다.








신선대에 올라오니 갑자기 비가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우산을 쓰고 싶지 않아요. 오랜만에 맡아보는 바다 냄새와 저 멀리 어디선가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 속에서 그딴 걸 쓰고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절벽 끝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몇몇은 저와 생각이 같은 것 같네요.








흙 한줌도 없을 바위 틈에선 꽃이 자라나고 빗 속에서도 서로를 꼭 껴안고 먼 바다를 바라보는 커플이 참 아름답네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건조해졌다고 느껴진다면, 이곳에 잠시 앉아 보세요. 지겨워서 그만두고 싶다면 특효약은 여기에요.







그런데 이곳을 자살바위로 불러도 아무런 손색이 없겠는데요. 등대 아래로 난 좁은 길은 안전 펜스가 있지만 자칫 장난치다 떨어지면 다시 올라올 생각은 안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니 안전하게 서로의 손을 촉촉하게 꼭 붙잡고 걸어오세요.







신선대 위에는 안전장치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편으론 더없이 낭만적이지만 또 한편으론 굉장히 위험한 곳이에요. 장난은 절대 금물! 안전하게 바다만 구경하고 오세요. 가끔 태종대 와서 힘들다며 여기를 안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다리는 조금 떨리지만 이런 풍경을 안보고 간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지도 몰라요. 언제나 바다는 시원한 모습으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박2일 부산여행코스 11편 계속... (연재중)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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