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괴산 여행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조금 걸었더니만 금새 또 배가 고파집니다. 점심에 쏘가리매운탕을 밥 두 공기와 함께 먹고 4시간도 채 안지났는데 말이죠! 중간에 돌아다녔던 곳은 다음에 또 보여드리기로 하고, 또 다시 밥먹으러 괴강향토식당이란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정말 금새 배고파지게 만드는 데는 산을 오르는 것 만큼 탁월한 건 없는것 같네요. 진짜 2시간만 걸어도 금새 배가 쏙 꺼져버립니다. ㅎㅎㅎ 괴강향토식당은 전에 보여드렸던 오십년할머니집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있습니다. 아마 이 일대가 향토음식거리로 지정되어 있을 겁니다.
한때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이 식당 앞은 늘 차들로 붐비는 곳이었어요. 이제는 차들이 큰 길로 다 빠져버리고 호젓한 시골길이 되었네요. 저녁은 닭도리탕이 땡기는데, 밖에 삼계탕을 적어 놓은 걸 보니 닭도리탕도 하나봐요. 들어가 보겠습니다.
캬~ 제 예감은 바로 적중! 매운탕도 하고 닭도리탕도 하고, 여러 우리 전통음식들을 하고 있네요. 그런데 최근 '닭도리탕'이 순수 우리말이라고 바뀌는 추세죠? 원래 '도리'가 '새'란 뜻의 일본어라고 '닭볶음탕'이라고 말을 바꿨었는데, '도리'는 순수 우리말로 '토막내다'라는 뜻입니다. 시골에서는 토막낸다는 뜻으로 도리친다는 표현을 종종 쓰거든요. 즉, 닭을 토막내어 탕을 끓인 음식이 닭도리탕이란 말씀!
음식을 주문하고 나니 어머니가 닭도리탕은 시간이 좀 걸리는 음식이라 미리 주문하면 금방 나오는데, 바로 와서 주문하면 30분 정도 끓여야 한다면서, 그동안 배고플테니 옥수수나 먹고 있으라고 주십니다. 괴산 찰옥수수! 이거 정말 맛있죠. 저도 가끔 괴산 국도 지나갈 때면 꼭 사는 게 이 찰옥수수에요. 한 8월 쯤에 나오는 옥수수가 제일 맛있을 철인데, 그때 쪄 먹으면 달고 찰지고 정말 맛있어요!
그렇게 20~30분 쯤 옥수수 뜯으며 수다를 떨고 있으니 드디어 음식이 나왔습니다. 탕은 바로 끓여 먹는 것보다 조금 오래 끓여야 재료에도 양념이 배서 더 맛있어지죠. 오랫동안 조리해서 나오니 정성이 느껴지네요. 도시에서 주문과 동시에 금새 나오는 탕들은 아마 빨리 그 맛을 내야하니 조미료를 많이 사용할 거에요.
소박한, 우리 어머니 집에 가면 나올 법한 밑반찬들이 나옵니다. 딱히 특별하다기 보다는 소박하게 자신이 드시던 음식들 조금씩 내온 느낌이라 오히려 정답고 좋습니다. 주인장 내외분들이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인데요, 무심한 듯 요리하는 할머니와 아무렇지 않게 새마을 모자를 쓰고 런닝셔츠 바람으로 옥수수를 삶아 오시는 할아버지가 참 정답더라고요.
감자도 큼직하게 썰어 넣고 살 두툼한 닭 한마리가 들어 있네요. 옥수수로 시장기를 속이려다 오히려 식욕이 폭발해서 참기 힘들어요!
보글보글보글, 오래 끓여서 나온 음식이라 국물도 진하고 살들도 야들야들 뼈에서 잘 분리되게 잘도 끓었습니다. 3만원짜리 치고는 양도 제법 많습니다. 식탐 대마왕이 있지 않는 한, 3명이서 먹으면 조금 남을 지도 몰라요.
괴산여행을 여러 번 왔지만 매번 밥 먹으면서 느끼는 게, 음식들이 대부분 많이 달지가 않아요. 특히, 닭도리탕 같은 경우에는 달다구리하게 만드는 식당이 참 많은데, 괴강향토식당은 달지 않아 개인적으론 더 좋았어요. 매콤하고 칼칼시원한 맛에, 조미료가 들어있지 않은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이 있습니다. 꼭 시골에서 엄마가 아들 먹으라며 오래 끓여 내주시는 그런 음식 맛이었어요. 괴산여행 가셨다면 향토음식거리는 한번 들러 보세요. 민물매운탕 맛있게 하는 집도 많고 한국음식 맛깔나게 잘 만드는 식당이 꽤 많은 것 같네요.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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