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구석구석, 전국 방방곡곡, 지난 10여 년 간 정말 많은 곳을 여행했습니다. '10여 년'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사진을 남기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지역에서 이름난 음식들을 정말 많이 먹어 봤는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 '해장국'이 맛있는 다섯 곳을 소개해드릴게요. 곰탕, 설렁탕, 돼지국밥, 선지국밥, 순대국밥 등등 뚝배기로 나오는 음식사진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맛있었던 '해장국'만 간추려 봤습니다. 밤만 되면 달리는 선수들은 쌍수 들고 반기실 거에요.
1. 콩나물해장국
날씨가 쌀쌀한 겨울에는 속이 두 배로 더 쓰린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은 해장국이죠. 콩나물해장국은 맛의 고장이라 부르는 전주의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전주 남부시장 근처에는 콩나물해장국 파는 곳이 많이 있는데요. 현대옥이나 왱이집 등 유명한 곳은 대부분 다 먹어 봤습니다만, 일관되게 다 맛있었어요. 그 중에서 제가 선택한 곳은 1971년부터 46년간 콩나물해장국 하나만 팔아온 '삼번집'입니다.
수란은 따로 먹기도 넣어 먹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론 부어 먹는 게 좋더라고요. 뚝배기에는 밥이 미리 들어 있는데요. 토렴이란 과정을 거쳐 밥알에 국물이 잘 배어 있습니다. 독특한 것은 해장국 안에 오징어가 들어 있어요. 덕분에 고기보다 훨씬 국물 맛이 깔끔하고 개운한 게 특징입니다. 수란을 국물에 탁~ 풀어 넣고 휘휘 저어 먹으면 고소하고 부드럽고 시원칼칼한 맛이 일품입니다. (사진-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남부시장 內 삼번집)
2. 김굴해장국
수많은 곳을 다녀 봤지만 '김굴해장국'이란 음식은 충남 서천에서 처음 먹어 봤습니다. 첫 인상은 매생이국 같기도 하고, 미역국 같기도 한데, 속에는 이름 그대로 김과 굴이 들어 있는 음식입니다. 전날 과음을 하는 바람에 아침부터 입이 까끌까끌하고 아무 것도 먹고 싶단 생각이 안들었는데, 김굴해장국 한 숟가락만 뜨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맨날 달리는 선수들을 위한 진정한 잇아이템!
이 음식은 김과 굴, 그리고 콩나물을 넣고 맑게 끓인 해장국인데 맛이 어찌나 시원하고 칼칼한지 모릅니다. 과음해서 아침을 먹고 싶지 않은 상태까지 가셨다면, 밥 한공기 탁 말아 다 드실 수 있는, 그대의 위장을 보호할 최고의 해장국입니다. (사진-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도둔리 바닷가횟집)
3. 양평해장국
우리나라에서 '양평해장국'의 원조는 '양평신내서울해장국'입니다. 이 식당은 경기도 양평의 한가로운 개군면 국도변에 있는데요. 전국 어디나 있는 양평해장국에는 소고기, 콩나물, 돼지뼈 등 다양한 메뉴로 파생되었지만, 애초에 처음 시작된 양평신내서울해장국에서는 한우의 살과 내장만으로만 만들고 있습니다. 살코기는 수육으로 팔고 해장국에는 내장이 주로 들어가 있네요.
해장국 안에는 밥을 말아먹을 수 없을 정도로 내용물이 많습니다. 천엽, 선지, 콩나물, 시래기, 파 등이 들어 있는데, 고기 좋아하는 사람은 밥을 안 먹고 해장국 뚝배기만으로도 배가 부르겠더라고요. 보통 돼지보다 소가 잡내가 더 많이 나는데, 이곳은 소고기 잡내는 전혀없고 국물은 맑고 깔끔하지만 맛은 진합니다. 그리고 매운 맛은 고추기름으로 냈는데 감칠맛이 착착 감깁니다. (사진-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양평신내서울해장국)
4. 선지해장국(소머리해장국)
수원 인계동의 뒷골목에 있지만 40년 넘게 사랑받는 해장국집이 있습니다. 큼직한 뚝배기에는 한우 머리고기가 가득하고 따로 선지를 담아 주는데, 이곳은 고기, 국물, 선지 등 공깃밥 빼고 무한리필을 해줍니다. 국물은 한우 머릿고기와 갈빗살로 내서 구수하고 윤기 좔좔 흐르는게 든든한 해장국 답죠? 우거지도 잘 삶아서 식감을 느낄 새도 없이 목구멍으로 후후룩 잘도 넘어 갑니다.
국물에는 콜라겐 성분도 적당히 들어 있어 약간 쩍쩍거리는 식감인데요. 부드러운 고깃살도 많이 들어 있고, 구수하고 신선한 선지까지 있어 맛으로 보나 내용물로 보나 양으로 보나 정말 알찬 해장국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개인적 취향을 고려해 애초에 맑은 국물로 나와서, 양념장이나 선지를 취향껏 넣어 먹을 수 있어 입맛이 달라도 만족스런 해장국이 될 겁니다. 푸짐하고 구수하고, 깊은 국물 맛 찾는다면 바로 여깁니다. (사진-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유치회관)
5. 황태해장국
겨울엔 스키장때문에 북적이고, 다른 계절엔 대관령삼양목장과 양떼목장으로 사람 많은 평창 횡계 시내에는 금천회관이란 촌스럽고 오래된 식당이 하나 있어요. 이곳은 원래 물갈비와 오삼불고기로 유명한 곳인데, 황태해장국도 굉장히 시원하게 잘 합니다. 여덟가지 밑반찬에 황태구이까지 하나 주문하면 10년 전 마신 숙취까지 탈탈 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황태해장국은 색은 맑지만 국물은 아주 진하고 구수한 뒷맛도 깔끔합니다. 전날 술로 조금 달리셨다면, 이 음식이 황태국이 아니라 왜 '해장국'이라고 부르는지 잘 알게 될 겁니다. 한 숟가락 뜨는 순간 속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게 느껴집니다. 푹~ 끓인 부드러운 황태에 두부, 계란이 들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뭐니뭐니해도 속 푸는 데는 황태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사진-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금천회관)
오늘 제가 소개해드린 다섯 곳 이외에도 참 맛있는 곳은 많았습니다. 온전히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 다섯 곳을 뽑아 봤는데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해장국 맛집은 어디인가요? 알려주시면 다음 여행에 그곳도 꼭 먹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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