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는 길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의 화원 한 곳을 알려드릴게요. 대한민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 거제도. 그 크기만큼 봄꽃 구경할 곳도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서 관광지가 아닌 어느 시골마을에 무심하게 핀 벚꽃 포스를 보여드릴게요. 전국의 내놓라 하는 벚꽃 관광지에서도 오래된 벚나무 수령은 30~40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제도의 한적한 어촌마을인 하청면 유계리 서항마을에는 수령이 100년가량 된 거목 벚나무가 모여 있는 곳이 있습니다. 대규모 관광지처럼 편의시설 같은 건 없어도, 조용히 걷다 오면 감동은 더 클 겁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아름다운 마을이 쓰레기로 넘쳐나고 조용하던 시골이 시끄러워 질까 조금 걱정 되는데요. 부디 이곳을 찾으시는 분들은 마을 사람들 불편하지 않도록 조용히, 그리고 깨끗이 다녀가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서항마을 언덕 위로 올라가 본 마을 풍경. 전 개인적으로 부모님이 거제도에 사셔서 구석구석 안다니는 곳이 없는데, 외지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은 곳이 거제도엔 참 많습니다.
찾아가는 방법은 아래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지만, 서항마을회관 뒤로 보이는 언덕 위가 오늘의 목적지 입니다.
벚꽃을 만나기 전 대밭을 먼저 만납니다. 서항마을 주변엔 대나무밭이 많은데 이제 제법 싱그러운 초록빛에 가슴이 설레네요.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걱정도 되지만 대밭에 들어오니 벌써부터 시원 해지는 느낌입니다.
유자나무와 마늘밭을 지나, 대밭을 돌아 나오면 금새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재 이곳엔 건물이 없지만, 벚꽃들이 양쪽으로 만발한 걸로 봐서는 일제강점기 때 누군가 이곳에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을 보세요. 나무가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될 겁니다.
이 사진은 이틀 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전국에 벚꽃축제하는 곳마다 인파로 복닥거릴 텐데 여긴 한가롭게 사람 몇 명 없어 걸어 다니며 꽃을 즐기기엔 참 좋~습니다. 대신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편의시설은 전혀 없다는 것!
경기도에 있는 우리집 마당에 벚꽃은 아직 피지도 않았는데, 거제도엔 벚꽃이 지금 만개했어요~
벚꽃터널을 지나면 너른 공터가 나오는데 그 끝엔 대나무밭이 있습니다. 여기서 드론 띄워 사진을 찍어도 좋겠습니다.
드넓은 공터는 전부 칡넝쿨 천지네요. 아무데나 파면 칡 나올 듯.... ㅎㅎㅎ
대밭도 온통 내것인냥 혼자서 즐기기에 참 좋네요~!
담양의 죽녹원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사각사각 대잎 소리가 듣기 참 좋습니다.
아마 이 나무들이 도시에 있었다면 이렇게 크게 키울 수도 없을 거에요. 전깃줄 지나가지, 주변 건물에서 민원 들어오고, 안전상 문제도 있고 해서 아마 긴 가지들은 다 잘리고 짤막하게 되었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한가한 벚꽃천국.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천국이란 말 쓰면 혼나려나? ^^*
그래도 한 그루만 있어도 꽃이 피면 거기가 천국이지요~ ^^*
찾아가는 자세한 길은 서항마을회관에서 언덕 위로 올라오면, 위 사진의 민가가 보입니다. 위에 보이는 저 집까지 올라가서 왼쪽으로 대나무 밭이 있는데, 밭을 따라 200미터 정도 내려가면 벚꽃나무를 만나게 될 거에요. 부디 조용히, 그리고 깨끗이 구경하고 오시길 부탁합니다.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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