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단히 뜨거웠던 tvN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현장으로 유명한 석남사는 안성 서운산 북동쪽 기슭에 있습니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긴 돌계단이 아름다워서 도깨비도 저승사자도 다녀가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석남사는 신라 문무왕(680년)에 창건되어 1,3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번의 전쟁으로 불타고 다시 짓기를 반복했는데, 조선시대 때 중건된 모습이 현재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경내에 고려시대 여래입상이 남아 있는 걸로 봐서는 명맥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져 내려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석남사는 일주문은 따로 없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금광루가 먼저 보입니다. 건물은 대웅전과 영산전, 요사채 정도만 있는 단촐한 사찰입니다.
곳곳에 간절한 소원의 흔적들이 보이네요.
금광루를 지나면 대웅전까지 길게 뻗은 돌계단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찰을 다녀봤지만, 대웅전을 이렇게 트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처음이네요. 계단 가운데서 도깨비가 풍등을 날렸었는데....
이렇게 말이죠... (사진출처 - tvN 드라마 <도깨비>)
대웅전으로 오르는 돌계단 중간쯤, 단아한 돌탑을 끼고 영산전(보물 제823호)이란 전각이 하나 있습니다. 한껏 치켜 오른 처마 지붕 끝이 매력적이네요.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부처를 보호하기 위해 지붕에 닫집을 달아 권위를 느끼게 합니다. 다행히도 영산전은 1562년에 처음 지어진 후, 여러 번의 전쟁에서도 소실되지 않은 유일한 건물입니다.
영산전 앞 꽃. 무심한 듯... 세련 된 듯...
긴 돌계단을 다 올랐습니다. 복 받는 곳에 한걸음 가까이 온 걸까요?
마침 오늘은 법회가 있는 날인지 사람들이 모여 있네요. 이 자리도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왔던 장소지요.
도깨비가 자신이 왕여인 걸 안 저승사자의 멱살을 잡고 있던 장면에서요. (사진출처 - tvN 드라마 <도깨비>)
그리고 절간 입구에서 촬영 당시 썼던 소품을 전시하고 있어요. 풍등이랑 김신이 위패로 모셨던 '왕여'와 '김선'의 이름이 있네요.
그리고 석남사에서 서운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500미터 정도 오르면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마애여래입상(경기도유형문화재 제109호)이 있습니다.
여래입상까지 오르는 500미터에서 어느새 가을이 느껴집니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물줄기는 여전히 흐르고,
덜 익은 밤송이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벌써 데굴데굴 구르고,
단풍잎 사이로 흔들리는 햇빛이 귀찮다는 듯, 다람쥐는 나무 뒤에서 없는 척을 합니다.
500미터 정도는 가뿐히 오르면, 마애여래입상을 만납니다. 마애(磨崖)는 바위에 새겼다는 의미고, 여래(如來)는 부처의 다른 이름이고, 입상(立像)은 서있는 모습이란 뜻이니, 바위에 새긴 서있는 부처의 모습이란 뜻이 되겠네요.
옆으로 비켜 보니 발가락이 인상적이네요. 양각된 불상의 크기는 높이 4.5m, 너비 2.8m로 굉장히 큽니다.
여기를 오며 가며 많은 사람들이 소원과 함께 돌멩이 하나씩을 올렸을 텐데, 모두 소원들 이루시게~ 포도축제나 포도체험 하러 안성여행 가셨다면 도깨비 촬영지 석남사도 한번 들러보세요. 딱히 볼거리가 많다기 보다는 한적하고 가을 냄새 폴폴 납니다.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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