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강은 중심 타운을 S자로 가로질러 말라카 해협으로 이어지는데, 15세기 찬란했던 무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16세기 유럽인들은 이곳을 보고 '동양의 베니스'라고 칭송하기도 했었는데, 사람들은 모두 존커 스트리트나 히렌 스트리트 주변에서만 머물고 강길은 잘 거닐지 않더라고요. 강변을 따라 식민지 때 건설된 오래된 건축물이 늘어섰는데, 개인적으로 한적해서 좋고, 또 예뻐서 더 기분 좋았던 강변 산책을 해볼게요.
제가 묵고 있는 에스타디아 호텔에서는 대략 1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걸어도 크게 부담없지만 더워서 힘들다면 에스타디아 바로 옆 하텐 호텔 앞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하니 그거 타고 네덜란드 광장까지 가면 편리합니다.
강변에는 작은 해양 박물관도 있는데, 말라카 왕국에서 약탈한 보물을 싣고 침몰한 포루투칼 범선이 그대로 복원되어 있습니다. 물론 유료이지만 내부가 시원해서 구경할 만 할 겁니다. 전 입장료 6링깃에 손이 떨려 패스~ ㅎㅎㅎ
해양 박물관 뒤로는 리버 크루즈 탑승하는 곳이 있는데, 여긴 밤에 야경 볼 겸 다시 오기로 하고...
강변엔 큰 수차를 거치하던 Kincir air kesultanan melayu melaka라는 구조물이 있어요. 아마 물 흐르는 힘으로 수차를 돌려 방아도 찢고 배에 물건을 들어 올리는 등 에너지로 사용했나 봅니다. 수차는 원래 있었는데 지금은 없더라고요.
그리고 작지만 말라카를 방어하던 요새도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는데, 17세기에 건축된 걸로 보면 아마 네덜란드 침략 때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요새 너머 히렌 하우스가 보입니다. 저기가 히렌 스트리트 입구에 있는 유명한 게스트하우스예요. 저기서 잘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호텔로 가버렸다는...
지금 시간 존커 스트리트는 사람으로 북적대는데, 여긴 딴 세상에 온 것처럼 한가합니다. 예쁜 카페들은 강변에 테이블을 놓고 있는데, 커피 한잔 마시기에도 참 좋지요? 물 냄새도 안나 좋~습니다.
자동차 절반으로 잘라 붙여놓은 여긴 플리마켓이에요. 주말이나 밤이면 여기서 벼룩시장이 열린답니다.
건너편엔 키엘(Kiehls) 벽화가 있는데,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이 키엘 그림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벽화와 거리 풍경 따로 한편으로 보여드릴게요. 예뻐요.
말라카 강에는 중간중간 작은 다리가 많이 놓여 있어요. 모두 디자인이 다 다르고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걸으며 다리 구경하는 것도 재미날 듯...
간혹 지나다 길이 끊기는 경우가 있으면 다리 타고 또 넘어가고 그렇게 길게 걸어볼 수 있습니다. 한적하고 참 기분 좋은 길입니다.
저 배가 리버 크루즈인데, 낮에는 그냥 강변에서 구경하고 밤에 야경 보며 타는 걸 추천합니다. 저것도 어떤 풍경이 펼쳐지나 다음에 따로 보여드릴게요.
개인적으론 양쪽 다 아름답지만, 동쪽 강변을 따라 걸어 보는 걸 추천합니다. 벽화도 더 많고 카페도 많아요.
가끔 저도 저렇게 앉아 그냥 멍 때리고 싶단 생각도 들어요. 누가 돈 준다는 것도 아닌데, 뭣하러 이 풍경을 찍겠다고 힘들게 길까지 건너서 땀 흘리나 싶을 때가 있는데, 또 이렇게 글을 쓰면 누군간 더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오지랖이 발동해서 또 사진을 담고 있네요. 아무튼 분에 넘치게 많은 사람이 제 글을 읽어 주셔서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
왼쪽에 키엘 벽화가 보이네요. 저쪽이 존커랑 히렌 스트리트가 있는 중심 상업지역인데 다음 시간엔 저길 건너가 볼게요. 존커는 노동자들이 살던 '하인의 거리'이고, 히렌은 부자들이 살던 '주인의 거리'인데, 두 길은 기찻길처럼 나란히 뻗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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