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걸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시골 장날은 늘 그날에 열린다. 고령대가야시장은 매 4일과 9일에 장이 서는데, 인근 읍과 대구 등지에서 온 사람들로 언제나 부산스럽다. 조선 초기부터 장이 섰던 이곳은 제법 큰 규모로 열리는데 판매하는 제품은 도시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재미난 물건들이 많고, 다양한 먹거리로 발길을 잡는다. 오랜 기간 여행 다니면서 많은 시골 장터를 봤지만, 고령대가야시장은 몹시 크고 활기차며 살아 움직인다 걸 느낀다. 근처 모텔에서 눈을 뜨자마자 아침 일찍 식사를 위해 장터로 갔는데, 문전성시 복닥복닥 분주한 상인과 손님으로 유쾌한 난리법석이다.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꼭 가지고 싶었던 가마솥이 여기서 만나네. 무거워서 차까지 가지고 갈 수 없다고 하니 차까지 실어 주시겠다고 한다. 인심도 좋~다.
수구레. 이것만 보면 자식에게 좋은 고기 먹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이걸 사셨을 어머니가 생각난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고기 사이에 있는 아교질인데 고무처럼 질겅질겅 잘 씹히지 않는 질긴 고기라, 가난한 사람들에겐 저렴하고 훌륭한 단백질 보충 음식이었다. 고령시장에 왔다면 수구레(소구레) 국밥이나 볶음은 꼭 먹어보자.
대구 미성당에서 먹어보고 홀딱 반했던 납작만두. 수도권에선 이걸 사려고 해도 잘 팔지 않는데, 여기서 만나 반가워서 올려놓은 걸 싹 사버렸다.
지나는 길에 어묵 하나 작대기에 찔러 입에 물고~
문어포. 와~ 불에 구우면 오징어보다 거짓말 조금 보태 100배는 맛있다던데, 수도권 장터만 보다가 여길 오니 정말 딴 세상이다.
이제 막 장이 서서 한가한데, 점심 때 다시 왔을 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장 가운데는 먹거리 골목이 있는데 특히, 소구레국밥 골목이 있다. 지난 글에서 국밥 됨됨이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궁금하면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된다.
(링크) 질긴 소 껍데기로 만든 추억의 국밥 '고령 원조 소구레' | 고령여행
동네에 빵튀기 아저씨가 오면 구멍난 냄비와 바꿔 먹었던 뻥튀기. 노련한 아저씨의 뻥이요~ 소리는 여전히 경쾌하다.
고령 오일장엔 대장간도 있다. 철물점이 아니다. 진짜 쇠를 녹여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이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거쳐 아들인 지금의 3대 대장장이가 운영중인데 대가야시장의 명물 중의 명물이다.
중국산 저렴한 농기구에 밀려 요즘은 장사가 시큰둥 하시다는데, 한번 써본 사람은 품질을 알고 찾아주는 고정 고객이 많단다. 그리고 여기선 대장장이 체험도 가능하다. 바쁘지 않다면 5천원~1만원 정도면 원하는 농기구를 직접 두드려 만들어 볼 수 있다. 물론 대장장이가 예쁘게 마무리해서 준다.
지긋지긋한 잡초 때문에 나도 낫 하나를 주문했다. 1,000도가 넘는 불구덩이에 무쇠를 넣다 꺼내 5분만 두드리면 낫 하나쯤은 뚝딱 만들어 낸다.
무쇠 낫은 사용하지 않으면 녹은 슬어도 날이 잘 무뎌지지 않아 오래 쓸 수 있어 좋다. 지금 쓰고 있는 낫도 15년 동안 쓰고 있으니...
그리고 호미도 5천원에 하나 샀다. 중국산은 목 부분이 약해 잘 부러지는데, 두드려 만든 무쇠 호미는 손잡이가 빠질 지언정 목이 부러지는 일은 잘 없다.
그리고 대장장이가 먹어보라고 추천해준 진미당 제과. 여긴 찹쌀떡이 유명하다던데... 들어가 볼까?
진미당제과는 1965년부터 빵을 만들었는데, 유명한 건 오히려 찹쌀떡이다. 찹쌀떡 속에는 부드러운 팥과 호두가 가득 들어 있다. 두꺼워서 하나만 먹으도 제법 포만감이 있는데, 겨울 별미 중의 별미. 가격은 가물가물한데 7개 들어 있는 한 줄에 6천원인가 7천원인가 그렇다.
그리고 트럭 위에서 파는 어묵과 튀김도 빼먹으면 곤란하다. 튀김과 도넛은 3개에 1천원. 샐러드빵 또한 1천원. 어묵 국물은 무한리필~!
그리고 수구레 국밥도 안 먹고 오면 섭섭할 노릇이다. 질겅질겅한 고기 식감이 요즘 도시인의 취향은 아니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추억에 잠기게 하는 기특한 음식이다. 요즘 소구레는 예전처럼 안씹힐 정도는 아니니 먹을 만 하다.
종합 선물세트 같은 고령대가야시장, 꼭 장날에 들러 재미난 구경 많이 하고 와요~
* 장날 : 4일, 9일
* 주차장 : 무료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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