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투 페링기의 홀리데이인 리조트에서 1박을 하는 이유는 페낭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섭니다. 보통 한국인 여행자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조지타운을 구경하러 하루 코스로 다녀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아름다운 벽화 구경하는 것도 즐겁지만 국립공원 트래킹도 이색적인 코스예요. 페낭 국립공원은 섬 북서쪽 끝 텔룩 바항(Teluk Bahang)에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작은 국립공원입니다. 해변과 밀림을 따라 난 작은 길을 걷다 보면 진돗개 만한 도마뱀도 만나고, 혀변에선 녹색 거북이가 노닐고, 밀림에선 원숭이와도 종종 마주칩니다.
국립공원까지는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멀지 않아서 택시나 우버, 그랩을 이용해도 되지만 자주 다니는 버스도 저렴하고 편리합니다. 버스 정류장은 홀리데이인 리조트 바로 앞 큰 길에 있어요. 방향은 마운틴뷰 건물 앞 정류장에서 타면 됩니다.
페낭 국립공원을 가려면 101번과 102번 버스를 타면 되는데요. 102번 버스는 60분~80분 간격으로 와서 만나기 힘들고요. 101번 버스는 10분~15분 마다 한대씩 오기 때문에 많이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운이 좋으면 2층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 데헷~
홀리데이인에서 5정거장만 가면 됩니다.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른데 국립공원까지는 1.4링깃(380원)입니다. 혹시 101번과 102번 버스를 이용하려면 위 사진을 잘 확인하세요. 102번은 페낭 국제공항까지 갈 수 있습니다.
에어컨도 나오고 버스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어디 내릴 지 모르겠다면, 탈 때 'Penang national park'라고 말하면 운전기사가 내리라고 말해줍니다.
근데 조심해야 할 게, 말레이시아 시내버스는 잔돈을 거슬러주는 시스템이 없어요. 이건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도 마찬가진데, 미리 잔돈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티켓은 버리면 안됩니다. 간혹 점검하는 경우가 있는데 티켓 미소지하면 벌금 4링깃을 또 물게 되어 있어요.
버스에서 내리면 부산스러운 호객행위가 시작됩니다. 더운 날씨에 트래킹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보통 걸어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보트를 타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요금은 왕복은 100링깃(27,000원), 편도는 50링깃으로 어마어마한 가격인데, 8명까지 탈 수 있고 인원 수에 따른 요금 추가는 없습니다. 앞에서 사람을 조금 모아 함께 타면 조금 아낄 수가 있습니다. 나올 때 타고 나오려면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면 맞춰서 데리러 옵니다. 그런데 조금 저렴하게 타는 방법을 좀 있다 알려드릴게요.
여긴 페낭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공원으로 들어가려면 Information & Registration Counter에서 방문자 등록을 해야 합니다.
별건 아니고요. 이름과 여권번호 그리고 간단한 개인 신상을 적고 들어가면 됩니다. 입장료는 무료에요.
제가 가려고 하는 곳은 몽키비치 조금 못가 ⓒ라고 표시해둔 큰 해변까지만 가려고 해요. 대략 편도 1시간 가량 소요되는 거리인데, 오르막 내리막을 계속 걸어야 해서 조금 힘듭니다.
추천하는 코스는 몽키비치까지 가는 것과 투쿤(Tukun)강에서 방향을 틀어 터틀비치로 가는 두 가지 코스가 있는데요. 터틀비치로 가는 코스가 좀 더 험합니다. 음식을 파는 곳은 몽키비치에만 있으니 간단한 먹을 거리는 가지고 가야 합니다. 섬 끝의 등대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처음엔 바다 보며 시원한 느낌으로 걷게 됩니다. 근데.. 조금 걷다 보면 언제 목적지가 나오나 힘들더라고요. 작은 오르막 내리막이 진을 쏙 뺍니다. ㅠㅠ
그래도 밀림 속이라 뜨거운 해를 바로 받진 않아 좋네요. ㅎㅎㅎ
마치 악어가 나올 것 같은 투쿤강. 근데 다 자란 진돗개 크기의 도마뱀이 종종 출몰해요. 보자마자 눈이 마주치면 물속으로 도망간다는... 내가 더 무섭거든? ㅡㅡ;; 얼마나 큰 놈이길레 호들갑이냐고요?
이만한 게 돌아 다닙니다. ㅎㅎㅎ 그런데 사람을 무서워해서 가까이 가면 바로 물 속으로 숨어 버리니 위험하진 않더라고요.
아무튼, 다시 천천히 들어가 볼까요~ 내 체력이 저질이라 그렇지, 싱싱한(?) 사람은 아마 잘 걸어 다닐 듯...
중간중간 다리가 나오고 갈림길을 만납니다.
몽키비치 방향은 오른쪽인데 문득 왼쪽 터틀비치로 가는 정글은 어떤 풍경일지 궁금해 들어가 봤어요.
물이 탁하긴 한데 냄새나는 물이 아니고 뭐랄까... 석회 성분이 있는 물? 그런 걸로 보이더라고요. 수영도 가능한데요. 오랜만에 히잡을 벗고 노는 여자 아이들을 종종 만났어요. 이슬람에선 수영할 때도 여자는 히잡을 쓰고 있어야 하거든요. 얼마나 덥고 답답했으면 숲으로 들어와 히잡을 벗어 던지고 몰래 놀더라고요. 인간이 만든 굴레는 늘 약자에게만 가혹합니다.
여긴 원래 수영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가 봐요. 층층이 수영장 같은 시설이 되어 있네요.
쉼터 같은 것도 있고, 원래는 관광객을 받는 시설이었나 봅니다. 그냥 여기서 짐 풀고 수영하고 놀다 가도 되겠더라고요.
건물과 길만 없다면 정말 깊은 정글입니다.
다시 징글징글한 오르막 내리막 밀림 속을 걸어 갑니다. 대부분의 길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어요.
이제 몽키비치까지는 2km 남았네요.
그렇게 한시간 가량을 걸어 오늘오 목적지 해변까지 왔습니다. 캬~ 밀림을 벗어나니 곧바로 해변이 똬아~앗~!
해변이 정말 크고 아름다워요. 해변 옆으로는 폐허가 된 건물이 몇 동 있던데, 원래는 이곳에서 숙박도 하고 음식도 팔고 그랬나 봅니다. 관광객들이 전부 조지타운 쪽으로 몰리다 보니 문을 닫았나 보네요.
그냥 옷을 입은 채 바다에서 놀았어요. 따로 수영복을 챙겨 오진 않았고, 바로 호텔로 들어갈 거라 상관없어요~ ^^*
어디가니~ 나랑 같이 뇰쟈~~~ ㅎㅎㅎㅎ
해변에 놓인 다리는 보트 이용객을 위한 선착장인데요. 간혹 나가는 배가 어차피 자리는 남았으니 싸게 해주겠다고 타고 나가라고 호객행위를 합니다. 원래는 50링깃인데 20링깃에 해주겠다며 빨리 타라고 소리를 빽~ 지르네요. 그래서 저도 질렀습니다.
"For ten Ringgits each"
아저씨가 한번 씽긋 웃더니만
"OK"
얏호~ 그렇게 50링깃하는 배를 10링깃에 타고 나올 수 있었어요. 이건 복불복인데 미리 예약하지 말고 기다리면 배가 와서 비어있는 자리 채워 가려고 할인해서 호객행위를 하니 배는 이렇게 이용해보세요. 들어 올때도 배를 타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그럴 거면 그냥 리조트 앞 바다에서 노는 게 낫겠죠?
한시간 땀흘려 걸어 왔는데, 배는 5분만에 원위치로 되돌려 주네요. 기특합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다. 페낭 국립공원!
선착장 풍경도 이국적입니다. 조지타운 남쪽 해변에는 위 사진처럼 생긴 클랜 제티(Clan Jetty)라는 해변 마을이 있는데, 거기도 조만간 보여드릴게요.
페낭에 하루만 묵는다면 조지타운이 예쁘고 좋습니다. 만약 이틀 이상 머문다면 페낭 국립공원 정글 트래킹도 꼭 해보세요. 말레이시아의 매력을 여기서 다 느끼고 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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