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싱가포르에서 해산물은 늘 손떨립니다. 지난 몇 번의 여행에서 점보, 팜비치, 노사인보드 같은 유명한 식당은 모두 섭렵했는데, 늘 맛은 괜찮았지만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그래서 현지인에게 물어 물어 찾아간 곳은 티안티안 씨푸드 레스토랑(Tian Tian Seafood Restaurant)입니다. 시내에 있는 유명 식당의 칠리 크랩 한 마리 가격보다 저렴한 돈으로 시리얼 새우에 번까지 배 부르게 먹을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특별한 양념을 하지 않은 우리나라 꽃게를 제일 좋아해요. 양념을 하지 않아도 달고 고소한 게 차원이 다르죠. 그런데 칠리크랩은 게살 맛보다는 양념 맛으로 먹는 음식이이라 재료의 맛을 느끼기엔 조금 부족합니다. 그런데 기왕 싱가포르에 왔으니 남들과 똑같이 먹긴 해야 하는데,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저렴하고 양 많은 티안티안같은 외곽에 있는 로컬 식당을 추천합니다.
저는 멀라이언 공원에서 75번 버스(버스요금 S$1.6)를 타고 BLK55 정류장에 내리면 티안티안 식당 근처에 내립니다.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동네인데, 정류장에 내려 길을 건너고 골목을 도니 부산한 식당들이 몇 개 보입니다. 분위기는 어수선하지만 깔끔하고, 주인장은 친절하고 식당 안은 시원한 편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위 구글지도에서 확인하세요. 왕즈호텔 바로 뒤에 있습니다. 차이나타운에서 1.6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걸어도 그리 힘들진 않아요. 저도 갈때는 걸어 갔으니까요~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뉴튼호커센터보다 시원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빈 자리도 많고요~
먼저 칠리 크랩을 주문합니다. 칠리크랩은 한마리 무게를 재보니 700g이던데 100g당 가격이 S$5.2이라 총 36.5달러(29,000원)가 나왔습니다.
시세는 종종 바뀌는데 어항 앞에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S$18달러(14,000원)짜리 시리얼 새우(Deep Fried Prawns with Cereal)도 하나 주문했어요. 싱가포르 올 때마다 이건 안 빼먹고 꼭 먹어요!
생새우 시세는 100그람당 S$6달러 인데, 시리얼 새우도 18달러 가격에 맞게 300그램 나옵니다.
시리얼 새우 크기는 중(中)자 정도인데, 세보니 여덟 마리가 나오더라고요. 새우 크기는 점보 레스토랑보다 작은데 전체 양으로는 적지 않네요.
남자 손가락과 비교해 보세요. 먹을 만한 크기입니다. ^^*
이건 언제 먹어도 맛있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탱글탱글한 새우가 냉동이 아니라 생새우이기 때문에 살맛이 달아요. 고소한 시리얼은 계속 땡기는 맛이라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조금 느끼해요. ㅎㅎㅎ 이럴 땐 곁들여 나온 고추간장 소스에 새우를 찍어먹으면 느끼함이 싹 정리됩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칠리크랩. 이게 제일 작은 싸이즈인데, 제법 양이 많아서 번이나 쌀밥을 추가하면 두 명이서 모자라지 않아요.
소스가 중독성이 강합니다. 토마토와 칠리를 주재료로 달콤 새콤 매콤하면서, 달걀물을 풀어 넣은 듯 부드럽고 고고합니다. 밥을 비벼먹고 싶었으나...
프라이드 번으로 주문했어요. 번은 6개 S$3(2,400원)인데,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쫄깃 고소합니다.
번 맛이 약간 달달해서 매콤 짭쪼름한 칠리크랩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있어요. 크랩을 다 먹고 나면 소스가 남기 때문에 밥이나 번을 꼭 주문해서 싹싹 긁어 먹는 걸 추천합니다.
뉴튼호커센터에서도 먹어 봤는데, 거기보다는 게살도 통통하고 새우도 푸짐한 편이에요. 그리고 관광객 입맛에 맞추지 않아 짜지 않아서 좋아요.
소스가 관광지에 있는 식당 보다는 새콤함이나 단맛도 적어서, 그나마 게살 맛을 좀 더 느낄 수 있어요.
크랩은 냉동이 아니고 생물이라서 살이 탱글 야들 하네요. 젓가락으로 파고 번으로 찍고, 먹느라 정신없어요. '게'는 늘 노력에 비해 얻는 게 적지만, 맛이 좋으니 용서가 됩니다. ^^*
지구에서 가장 꼬숩은 게 내장은....
번을 푹 찔러 넣어 먹으면 기가 막힙니다. 클락키 주변이나 관광지에 있는 식당이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이 먹고 싶다면 현지인들이 가는 쪼~끔 떨어진 티안티안으로 가보세요. 만족할 겁니다. 차이나타운에서 1.6km 떨어져 있어서 밥 먹고 산책 겸 걸어가기도 적당한 거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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