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여행 #2-일본 봉건시대 목조 건축물의 걸작 '히메지 성'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호텔 체크인도 안 하고 코인 락커에 짐을 맡기고 득달같이 간 곳은 일본의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히메지 성입니다. 17세기에 지어져 400년을 살아남은 히메지 성은 일본 봉건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12채의 성 가운데 원형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전은 있었지만 외세의 침입을 받지 않아 온전히 보존된 것인데, 이곳에 살았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이킨 임진왜란으로 조선은 초토화돼버려서 한편으론 약 오르기도 하네요. 


그래서 우린 더더욱 그들을 알아야만 합니다. 우리가 폐허가 된 이유는 그들을 몰라도 너무 몰랐기 때문이니까요. 아무튼 앞으로의 일본 여행기는 최대한 역사적 감정은 배제하고 있는 사실만 그대로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히메지 성은 오사카가 아니라 고베를 지나 히메지 시에 있습니다.


JR 히메지 역에서 성까지는 1km 정도 떨어져 있어요. 걸어가도 힘들진 않은데 편안하게 가고 싶다면 셔틀버스가 역 바로 앞에서 다니기 때문에 이용해도 좋아요. 요금은 100엔이고 성 앞을 지나 성벽을 따라 한바퀴 돌아 다시 역으로 옵니다.





역에서 15분쯤 도로를 따라 걸으면 성 입구에 도착합니다. 인력거 타고 성벽 한바퀴 돌아볼 수도 있는데, 요금이 비싸서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아요.





히메지 성은 전형적인 방어용 성으로 외성, 중간성, 내성으로 3중 구조로 되어 있어요. 일본에 남아 있는 성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구조가 복잡한 성입니다.




성벽 방어를 위해 만든 물 웅덩이를 해자(垓子)라 그럽니다. 많은 적군이 한꺼번에 성벽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 장치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어요.





해자 위에 놓인 앵문교(桜門橋)를 지나 들어가면 너른 터가 나오는데, 옛날엔 주민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앵(桜)자는 앵두란 뜻인데 이름이 왜 저렇게 지어졌는진 알 도리가 없네요. 앵두 가지처럼 생겼다는 뜻인가? 암튼...





히메지 성은 외성 바깥은 무료 관람이에요. 저기 보이는 하얀 건축물인 천수각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면 1,000엔의 요금이 있습니다. 현지인은 천수각(天守閣, 텐슈카쿠)을 '시라사기'라고 부르던데 하얀 백로란 뜻이에요.





성 내부엔 온통 낮게 잘 가꾼 벚꽃나무가 있던데, 봄엔 정말 장관이겠어요. 다른 사람들 봄사진 봤는데 눈에 하트가 뿅뿅~





내성으로 들어가려면 히시문 앞 매표소에서 1천엔의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조금 비싼 감이 없진 않지만 천수각은 꼭 구경하시는 걸 추천해요. 완벽히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성이거든요!





입장료는 JR 웨스트 레일 패스 같은 간사이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20%(200엔)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한국은 무료든 유료든 안내책자가 잘 구비되어 있는데, 일본은 입장료를 내고 요구해야 줍니다.





돈을 내면 비로소 들어갈 수 있는 외성의 '히시문'. 성문 한쪽을 돌담 위에 올린 독특한 성문이네요. 여길 들어가면 또 다른 중간 성벽이 있고, 거길 통과하면 비로소 히메지의 상징인 천수각이 있는 내성이 나옵니다.





먼저 주요 건축물인 천수각을 보기 전에 히시문 왼쪽으로 올라가 봅니다. 니시노마루 망루군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바닥에 주춧돌 흔적이 있는 걸로 봐선 옛날엔 여기에도 방어용 문이 있었나 보네요. 니시(にし)가 서(西)쪽이란 말이니 성의 서쪽에 있는 망루란 뜻입니다.





니시노마루에서 바라본 천수각. 마치 하얀 새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보기엔 몹시 아름답지만 일본 봉건시대를 대표하는 완벽한 군사용 건축물입니다.




망루군은 아주 길게 망루 역할도 하면서 거주하는 방이 100개나 길게 늘어서 있는 독특한 건축물이에요. 방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며느리 '센히메(千嬉)'를 모시던 종들이 기거하던 곳입니다. 일명 '백 칸 복도(햣켄로카)'라고도 부릅니다.





그것도 2층으로 되어 있어요. 올라가서 전체를 다 구경할 수 있습니다. 보존 상태가 놀랍도록 잘 되어 있네요.





2층 백 칸 복도. 일본은 건축물을 작게 짓는 게 문화라고 하지만, 그건 근대에 들어서 생긴 이야기고, 봉건시대에는 무지막지하게 크게 지었어요. 심지어 절간 삼문이 경복궁 근정전보다 큰 곳이 일본 전역에 수두룩합니다. 심지어 (조금 과장하면) 화장실이 종묘 만한 곳도 있어요. 물론 외세의 침략을 안 받았기 때문이겠지만....





백 칸 복도 끝에 있는 게쇼야구라(化粧櫓). 이름이 재미있네요 예쁘게 단장(화장)한 망루라니... 저기 다다미 마루에 앉아 있는 여인이 바로 히데요시의 며느리 센히메입니다. 그녀가 이곳에서 종종 쉬었다 가곤 했다네요.





헤메지 성이 방어용이라는 건 중간성 벽에 뚫린 여러 모양의 구멍(사마)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성벽을 공격하는 적을 공격하고 감시하는 용도인데, 바깥에선 내부의 동태를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놨어요. 성 전체에 997개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히메지 성 어플을 깔면 증강현실로 동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재미있으니 어플도 꼭 깔고 관람하세요.





진짜 천수각까지 가는 길은 길고도 험난합니다. 히시문부터 여기까지 몇 개의 문을 통과했는지 많아서 잊어버렸어요. 이런 구조는 히메지 성이 얼마나 치밀하게 방어를 생각하고 지었는지 잘 보여 줍니다. 문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어 단번에 뛰어 들어갈 수 없고, 좁은 길목은 공격당하기 딱 좋은 구조로 되어 있어요. 성 전체에는 84개의 성문이 있는데, 그 절반이 넘는 50여 개의 성문이 천수각 주변에 몰려 있습니다.





기와의 구조도 한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평 기와와 둥근 기와를 교차시키고 그 사이에는 하얀 회반죽으로 채웠어요. 저래 놓으니 용마루가 더 아름답게 보이네요.





성벽 쌓는 방법도 한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부채 경사(오기노코바이)를 두어 위로 올라갈 수록 가파르게 설계되었는데, 적이 기어 올라오는 걸 방지하려는 목적입니다. 그리고 문 위에 있는 건물에는 늘 아래로 향하는 길다란 째진 구멍(이시오토시)이 뚫려 있어요. 저건 벽 타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구멍입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비탈을 '고바이'라고 부르는 건 일본어 코바이(勾配.구배)의 잘못된 표현입니다.





여긴 천수각 내부. 히메지 성은 내전으로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16세기에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성주가 되면서 5층으로 된 천수각을 짓고 성곽을 정비했어요. 현재의 모습은 히데요시 가문을 멸망시키고 에도 막부의 초대 쇼군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에 건축된 것입니다.





내부는 신발을 벗고 전체를 직접 만져보고 구경할 수 있습니다. 1층에 들어서면 동대주와 서대주, 아주 큰 두 개의 기둥이 눈에 띕니다.(사진은 아마 3층 쯤 될 거에요.) 두 개의 큰 기둥은 1층부터 5층 지붕까지 뚫고 올라가 있어요. 어디서 저런 굵고 긴 나무를 구했을까 궁금했는데, 일본 산야를 돌아다니다 보면 금새 이해가 됩니다.





천수각 내부로 들어오는 출입구는 4곳이 있는데, 모두 2중 구조의 철문으로 되어 있네요. 그리고 사무라이가 사용하던 무기를 전시하는 무기고, 성주의 초상화 등 구석구석 이야기 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1층부터 5층까지는 가파른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한 층을 오르면 반드시 반대편에 계단이 있어요. 얼마나 치밀하게 방어에 신경 썼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천수각 또한 어김없이 벽을 타고 오르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아래로 향하는 길다란 째진 구멍(이시오토시)이 있네요. 평상시엔 나무로 구멍을 막아둡니다.





여기는 작은 사당이 있는 천수각 꼭대기. 사방으로 시야가 탁 틔여 있어 히메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꼭대기 지붕 장식은 물고기로 되어 있어요. 화재로부터 성을 지켜줄 거란 믿음 때문입니다. 가파른 계단 올라오느라 살짝 더웠는데 여기는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좋네요.





백로가 날아오르는 모습이란 게 이해가 됩니다. 천수각은 외부에서 보기엔 5층 건물로 보이지만, 사실은 돌벽 뒤로 지하층이 있고, 2층으로 보이는 곳이 2개 층으로 되어 있어서 총 7층짜리 건축물입니다. 높은 건축물과 경내는 관람로를 한 방향으로 치밀하게 구성해 놔서 화살표만 따라가면 히메지 성 전체를 중복없이 다 돌아볼 수 있도록 해놨어요. 이런 점은 우리나라 관광지에서도 잘 배웠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오사카 여행 가셨더면 JR 고베 라인 타고 고베를 지나 히메지 성은 꼭 구경하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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