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그림 속 '옥순봉'에서 바라본 풍경 | 단양여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옥순봉은 단양군 단양읍 장화리 충주호 남쪽에 솟아 있는 바위산입니다. 정확히는 충남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에 위치했지만, 충주호로 가로막혀 오르는 길은 단양에서 올라가야만 합니다. 옥순봉이란 이름은 1548년 퇴계 이황 선생이 남한강에서 뱃놀이하다 이름을 지어달라는 동행 선비들의 청에 죽순(竹筍)을 닮았다고 옥순봉(玉筍峰)이라 지었습니다.


단양여행에서 옥순봉을 유람선 타고 바라볼까, 아니면 그 위로 직접 올라볼까, 잠깐 고민하다가 뱃놀이는 안 좋아 하기도 하고 또 너무 편리한 것 같아 직접 올라보기로 결정! '그리 높은 봉우리가 아니라 힘들지 않겠지?'라고 쉽게 생각하고 올랐는데.... 저질 체력이라 조~끔 힘들었다는.... 그래도 오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 잔뜩 하고 오릅니다.

옥순봉도김홍도필 병진년화첩 / 옥순봉도 /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단원은 괴산군 연풍(延豊)면 현감으로 재직하던 시절, 정조의 명을 받고 단양의 절경을 몇 점의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그 중 옥순봉은 여러 점을 남겼는데, 위 그림은 병진년화첩(丙辰年畵帖, 일명 단원화첩)에 들어 있는 《옥순봉》도입니다. 가운데 접힌 부분으로도 책의 형태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그림 또한 단원이 그렸는데, 옥순봉을 부각시키기 위해 주변 산을 낮추고 봉우리를 높여 관념적으로 그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단원화첩에서는 오른쪽 아래에 뱃놀이하는 선비들을 그려넣었다면, 이 그림에는 갓쓴 선비가 나귀를 타고 동자가 따라가는 모습을 넣었네요. 당시 옥순봉 아래는 남한강이라 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공호수인 충주호가 있어 사람이 다니는 길은 없습니다.






충주호 주변 국도를 달리다 이런 풍경을 만났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을까요?





도로 쪽에서 보이는 저긴 구담봉입니다. 저 너머에 옥순봉이 있어요. 오늘 기필코 오르고야 말겠어.






옥순봉을 오르는 길은 딱 하나 밖에 없어요. 여기가 제천과 단양의 경계선인데, 등산로 입구에 주차장이 크게 있습니다. 주차료는 조금 비싼데 시간에 상관없이 하루 5천원을 받더라고요. 비수기엔 3천원이라는데 지금은 비수기가 아니랍니다. ㅎㅎㅎ






처음엔 살랑한 오르막길로 시작합니다. 주차장에서 옥순봉까지는 편도 2.2km 정도로 보통 걸음으로는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1.3km정도 오르면 두 갈래길이 나옵니다. 오른쪽은 구담봉, 왼쪽은 옥순봉. 체력이 좋다면 양쪽 다 가봐도 되겠지만, 저질체력은 하나를 선택하세요. 둘 다 호락호락한 길이 아니예요!






심각한 오르막, 내리막을 걸으며 저는 조금 힘들었어요. 평소 등산 조금 하시는 분들은 이쯤이야 날아다니시던데, 전 천천히 쉬엄쉬엄 풍경 구경하며 올랐어요. 중간에서 바라봐도 풍경 끝내주네요.






여기 풍경이 아래서 보는 것보다 더 좋은데요? 김홍도는 지체 높은 양반이라 산을 오르진 않았나봐요. ㅎㅎㅎ






제법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져서

짧은 거리임에도 쪼~끔 힘들어요.






이쯤 되니 허벅지가 땐땐해졌어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뒤 돌아보니 저 멀리 구담봉이 보이네요. 아까 도로에서 봤던 풍경 반대편에 있는 겁니다.






구담봉이 거리는 이쪽보다 짧아도 계단을 보니 좀 버겁네요. 오른쪽 봉우리에 깨알같이 직선으로 올라간 계단이 보입니다. 손가락으로 확대해 보세요. ㅎㅎㅎ






산은 보는 거지 오르는 게 아니라고 누가 말했나요. 그러나 오르는 자 만이 가질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조기 코 앞에 옥순봉이 보이네요. 이제 다왔다~






해발 286미터의 옥순봉 정상.






전부 유람선만 타는 지 정상엔 혼자밖에 없어요. 다 내꺼~






충주호 유람선도 꽤 풍경이 좋겠네요.






바로 앞에 보이는 낮은 봉우리가 단원의 그림에 나왔던 옥순봉입니다. 저기도 올라가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추락의 위험이 있어 진입금지라고 붙여놨더라고요. 가지 말라는 곳은 안 가는 게 좋습니다.










이런 풍경을 마주하니 내려가기가 싫네요.






오르며 힘을 다 소진했는지, 내려가는 것도 힘들어요. ㅠㅠ






그래도 늦가을 풍경이 꽤나 운치있고 좋~습니다.






옥순봉을 그림과 최대한 비슷하게 보는 방법은 옥순대교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아요.






지금은 충주호에 물이 많아 조금 낮아 보이는데, 물이 조금 빠지면 바위 산이 우뚝 솟아 보입니다. 유람선 타고 정면에서 보는 것도 좋겠네요. 단양, 제천 여행 가셨다면 경계선에 있는 옥순봉 꼭 구경하고 오세요~




✔ 찾아가는 길



옥순봉 등산로 입구 주차장을 표시했습니다.

이미지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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