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팔아 모은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 보았다.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상으로 나를 떠미는 것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은 늘 마음이 무겁다. 빗자루 몽둥이로 하루가 멀다 하고 두드러 맞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내가 그때의 부모님보다 나이가 더 많아져버렸다. 쌀 한 가마니를 번쩍 들쳐 업고 마루에 자랑스레 내려놓으시던 아버지는 무릎이 늘 쑤시고, 사고뭉치인 날 부지런히 잡으러 다니시던 총명했던 어머니는 이제 기억력이 가물가물 하신다.


그때의 그들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버린 나에게 저금통 세 개를 꺼내 놓으셨다. 오며 가며 고물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 모으셨단다. 눈이 어두우니 나더러 돈을 좀 세어 보란다.


183,570원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은행에서 바꿔서 차비에 보태 쓰라신다. 도저히 그럴 수는 없고 가지고 있던 지폐로 동전을 바꿔드렸다. 나는 그들에게 용돈 드릴 때마다 내 생활비 걱정에 그것에 맞춰 드리곤 했는데, 무거운 고물 팔아 모은 돈을 내 앞에 놓으시니 내 마음 끝없이 무겁다. 음식 한가득, 마음 한가득, 사랑 한가득 받기만 하고 돌아서는 내가 부끄럽다. 동전의 무게만큼 마음도 무겁다. 마음이라도 조금 편안하게 해드려야 하는데... 난 언제나 철 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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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이 11개 있습니다.

      • 저금통 하나에 이리 가슴 먹먹해 지네요.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애쓰지 않아도 그리 될 것은 그리 되는 자연의 섭리, 제 눈에는 이미 타인의 감정까지 어루만질 줄 아는 부분에서 철이 들 대로 드신 것 같은데요^^;; 참 좋은 글입니다~

      •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직 철들라면 멀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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