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은 늘 마음이 무겁다. 빗자루 몽둥이로 하루가 멀다 하고 두드러 맞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내가 그때의 부모님보다 나이가 더 많아져버렸다. 쌀 한 가마니를 번쩍 들쳐 업고 마루에 자랑스레 내려놓으시던 아버지는 무릎이 늘 쑤시고, 사고뭉치인 날 부지런히 잡으러 다니시던 총명했던 어머니는 이제 기억력이 가물가물 하신다.
그때의 그들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버린 나에게 저금통 세 개를 꺼내 놓으셨다. 오며 가며 고물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 모으셨단다. 눈이 어두우니 나더러 돈을 좀 세어 보란다.
183,570원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은행에서 바꿔서 차비에 보태 쓰라신다. 도저히 그럴 수는 없고 가지고 있던 지폐로 동전을 바꿔드렸다. 나는 그들에게 용돈 드릴 때마다 내 생활비 걱정에 그것에 맞춰 드리곤 했는데, 무거운 고물 팔아 모은 돈을 내 앞에 놓으시니 내 마음 끝없이 무겁다. 음식 한가득, 마음 한가득, 사랑 한가득 받기만 하고 돌아서는 내가 부끄럽다. 동전의 무게만큼 마음도 무겁다. 마음이라도 조금 편안하게 해드려야 하는데... 난 언제나 철 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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