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가 많이 없는 충북 음성은 이름난 식당도 별로 없습니다. 그럴 땐 구멍가게에서 커피 하나를 사들고 주인장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합니다. 늙수그레한 가게 주인장의 말씀으로 할머니가 지난 몇 십년 동안 만두를 만들고, 사골을 끓여 만두국을 파는 곳이라고 소개해준 곳은 인선네식당. 관광객이 없는 도시라 대부분 주변 사람들만 찾는다는 뒷골목 식당인데,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시는 김치만두 맛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노인의 설명에 따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골목으로 들어가고 꺾고... 장황한 설명을 듣고 무작정 걸어갔는데 큰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네요.
식사 시간엔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붐빈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후 4시가 넘어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한가하게 먹을 수 있겠네요. 이미 자리 잡은 아저씨들은 주인장 할머니와 지붕 수리에 대해 말씀 나누시는 걸로 봐선 잘 아는 사람만 주로 찾는 곳인가 봅니다.
메뉴판이 재밌어요. 대부분 '예약시'라고 적혀 있는데, 할머니가 매일 아침에 일정량만 만들어 놓으시기 때문에 만두를 포장해서 가거나 새뱅이(민물새우)찌개는 미리 예약 안하면 재료가 없답니다. 우리는 사골떡만두국과 사골만두국 하나씩 주문했어요. 가격은 7천원. 그런데 곱빼기는 주문하지 마세요. 보통도 배 터질 정도로 많거든요.
말이 필요없이 맛있는 김치 3종 세트.
만두와 빨간 국물김치 조합은 꿀맛입니다. ㅎㅎㅎ
이건 사골떡만두국. 떡이 바닥에 많이 들어 있고 여자 주먹만한 왕만두가 5개 들어 있어요. 대접이 굉장히 큰 거라 양이 가늠이 잘 안되는데, 어지간한 남자도 배가 많이 부를 정도로 양이 많아요.
그냥 사골만두국은 만두가 7개가 들어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떡만두국이랑 같이 끓이시다 보니 여기도 떡이 제법 많이 들어 있어요 ㅎㅎㅎ 그래서 남자인 저도 이거 한 그릇 다 먹기 벅찰 정도로 양이 많더라고요.
집에서 만두 좀 빚어 본 분들은 아실 테지만, 만두는 피가 정말 중요하죠. 시중에 파는 만두피는 부드럽지 않아요. 인선네식당은 할머니가 아침에 직접 반죽해서 만두피를 빚기 때문에 뭐랄까. 폭신폭신하고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도 있어요.
뽀~얀 사골국물은 냄새 없고 진~해서 만두국이 분식이란 생각이 안들어요. 제대로 된 든든한 한끼 식사하는 느낌이랄까요? 맛도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김치만두를 자주 만들어 먹습니다. 그런데 김치만두는 만들 때마다 늘 맛이 다르고 맛없는 경우도 많고 은근 어렵더라고요. 인선네식당 김치만두는 아주 맛있어요. 살짝 매콤한 게 계속 입맛을 돌게 하고 아삭하고 부드러운 식감도 일품입니다.
이날 제가 자리에 앉고 잠시 후, 옆 테이블에 잘 못 찾아온 부부 손님이 있었어요. 불고기 잘하는 집이라고 알고 왔다는데, 그냥 앉았으니 만두국 달라고 하면서 먹더라고요. 그 부부 나가면서 김치만두 날만두로 40개 사갔어요.
충북 음성이라 여행자가 많지 않겠지만, 제가 지난 시간에 소개해드린 한독의약박물관이나 안성 칠장사 가신다면 지나는 길에 한번 들러보세요. 사골 김치만두국이 정말 끝내줍니다.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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