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하룻밤이 다시 올까 '치암고택' | 안동여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상으로 나를 떠미는 것

부끄러운 바위 치암(恥巖)


안동 치암고택은 고종 때 언양현감, 홍문관 교리를 지내고, 퇴계 이황 선생의 11대 손인 치암 이만현 선생의 생가입니다. 고택은 원래 도산서원이 있는 도산면에 있었으나 안동댐으로 수몰 위기에 몰려, 1976년에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이만현 선생의 호는 부끄러운 바위란 뜻의 치암(恥巖)인데, 경술국치를 당하자 조선의 선비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무력한 스스로를 자책하는 뜻으로 그렇게 지었을 겁니다. 염치 넘치는 안동의 양반댁에서 하룻밤을 보내 볼까요~


고택의 형태는 ㅁ자 모양으로 경상도 사대부 주택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요. 높은 솟을대문 양쪽으로 5칸의 대문채가 붙어 있고, 대문을 들어서면 높은 기단에 풍채 좋게 올려놓은 사랑채가 보이고, 사랑채 뒤편으로 ㅁ자 모양으로 안채가 새초롬한 기와지붕을 조금 내보이며 놓여 있습니다. 독특한 점은 사랑채 지붕이 오른쪽은 팔작이고 왼쪽은 맞배지붕으로 다르게 되어 있네요.






방 내부에는 가슬가슬한 이불에 에어컨, 텔레비전, 화장실, 변기에는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도시 사람도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슬리퍼 대신 고무신 신고 고택 한바퀴 돌아보세요.




신비한 반딧불이 불빛이 창호지에 어른어른 비쳐요.


저는 제일 윗사진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사랑채 헌함 마루에 이어진 호도재에서 묵었습니다. 해가 지고 들어와 피곤한 다리를 잠시 쉬려 부스럭 소리를 내는 베개를 놓고 눕습니다. 그런데 문득 들어온 창호지 문을 보니 불빛이 반짝거리는 거예요. 저게 뭔가 자세히 보니 반딧불이가 창호지 앞에서 어른거립니다. 어린 시절 친한 친구를 여기서 만나는 것같아 반갑네요.






피곤해서 일찍 잔 탓인지 다음날 새벽 일찍 눈을 떴습니다. 빛이나 소음 공해가 전혀 없는 곳이라 그런지 괜히 몸도 가뿐하고 좋네요. 일어나자마자 문을 열어젖히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있으니, 맘씨 좋은 주인장이 다과상이 가져 오십니다. 따끈한 차 한잔에 다식이로 간단히 아침을 채우니 문득 행복하네요.






어젯 밤은 컴컴해 자세히 보질 못했는데, 아침에 보니 고택엔 글귀가 참 많이 붙어 있네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엔 늦게 잠든다란 뜻의 숙흥야매(夙興夜寐). 그리고 혼자 있을 때 잘하라는 뜻인 신독(愼獨) 등 주인장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굉장히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십니다.


치암고택에서의 하룻밤은 굉장히 행복했어요. 옆방 외국인 여행자와 아침 먹고 투호치기 놀이도 하고, 요란하지 않은 잔디밭에서 위로 보이는 네모난 하늘이 참 아름답습니다.


<치암고택 Tip>

1. 제가 묵은 방은 사랑채 제일 오른쪽 방 호도재입니다.

2. 아침 차를 마시며 주인장께 집에 대해 여쭈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십니다.

3. 다른 방은 방 안에 화장실이 있지만, 대문채(행랑채)는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합니다.


※ 제 돈으로 숙박했습니다.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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