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변함없는 소머리국밥과 제육볶음 '인왕식당' | 서울 통인시장 內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30년이란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으로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만큼 확보된 단골이 많을 테고, 전부는 아니어도 이집 음식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비교적 많다는 이야기겠죠. 서울 종로에 있는 통인시장에는 '인왕식당'이란 작은 소머리국밥집이 있는데요. 최근 <수요미식회>에서 하나같이 극찬을 했었어요. 저도 정확히 20년 전에 서대문구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여기서 밥을 먹었던 적이 있거든요. 정말 고맙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가게, 주인장, 맛, 어느 것 하나 변한 건 없습니다.


누가 서울은 발전하고 번화한 도시라 그랬나요. 제가 볼땐 우리나라에서 서울이 가장 예스럽고 오래된 동네가 많은 도시예요. 둘이 팔짱끼고 걷기도 힘든 좁은 골목 끝에 인왕식당이 있습니다. 통인시장에서 남쪽 출구 바로 앞에 있어요.






옛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라, 방과 바깥엔 몇 안되는 테이블로 영업하고 있어요.






저는 매화꽃에 꾀꼬리가 앉은 '2번'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해볼까요. ㅎㅎㅎ





오늘은 닭곰탕을 먹을까... (소머리)국밥을 먹을까... 그냥 먹던 대로 소머리국밥에 제육볶음 하나씩 주문합니다. 가격은 질 좋은 소고기를 써서 먹어 보면 비싸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계절에 따라 밑반찬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봄에는 조개젓갈과 부추무침, 그리고 두 종류의 김치가 나왔네요.






조개젓은 호불호가 좀 갈리죠. 비린 맛이 강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서 못 먹고, 비린 맛 별로라면 줘도 안 먹는 ㅎㅎㅎ 굉장히 맛있어요.





보기엔 그냥 제육볶음. 퍽퍽한 살코기 같지만 뭘 했는지 고기가 아주 부드러워요. 양념은 강하지 않고 살짝 매콤하고 단맛은 과일의 단맛이 조금 납니다. 연육을 위해 키위 같은 과일을 썼나 보네요.






제육엔 콩나물국이 따라 나오는데 이것도 물건입니다. 약간 매콤한데 시원한 맛이 아주 끝내줍니다. 콩나물국만 따로 팔아도 잘 팔리겠어요.






난 한국 식당에서 맘에 안드는 건 딱 하나. 공기밥이 너무 작다는 것! 세 숟가락이면 없어져요. 맛있는 반찬엔 늘 기본으로 두 공기는 먹어야 하니, 애초에 공깃밥 곱배기는 음나?






희멀건한 요건 소머리국밥. 사실 맛있다 맛있다 해도 국밥이 얼마나 맛있겠어요. 방송 타고 입소문 나면 너도나도 먹어보지만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죠.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변함없이 좋은 재료로 끓인 이 소머리국밥이 참 좋아요.






파 송송 썰어 넣고 살코기와 미릿고기 비계가 적당히 들어 있어요. 건더기가 적어 보이지만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합니다.






여기 소머리 비계는 조금 독특해요. 이빨에서 쩍쩍거리는 쫀득함도 있지만, 사각거린다고 해야하나 탱탱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독특한 식감도 있어요. 저는 인왕식당을 '맛집'이라고 소개하고 싶진 않아요. 달고 짜고 조미료의 감칠맛에 길들여진 사람은 이 식당이 별로일지도 몰라요. 그저 그렇게 아는 사람만 찾아와 맛있게 먹고 가며, 훗날 몇 십년은 더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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