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 '소쇄원' | 담양 가볼만한 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전남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은 우리나라 민간 정원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 보통 선비들이 자연을 벗삼아 살려고 만든 집을 별서(別墅)라 부르기도 하고 원림(園林)이라고도 부릅니다. 별서는 요즘의 별장과 비슷한 말인데, 농사를 짓는 게 조금 다르고, 원림은 정원과 유사한 의미지만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조경삼아 집과 정자를 올린 걸 말합니다. 소쇄원 원림은 누가 왜 만들고 왜 최고의 정원이라 부르는 걸까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길 하나를 건너니 소쇄원 매표소가 보입니다. 아...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데요?






역시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인가요. 여기도 대나무 군락이 멋드러지네요.










소쇄원은 왕도정치를 표방하고 개혁을 추진했던 정암 조광조 아래에서 수학하던 양산보란 자가 지었습니다. 스승인 조광조가 어느 날, 기묘사화로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죽자, 그 충격으로 벼슬의 무상함을 깨닿고 고향인 장암촌에서 은둔하기 위해 이곳에 집을 짓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때 양산보의 나이가 18세였습니다. 소쇄(瀟灑)는 양산보의 호입니다.




소쇄원 앞에 한가득 핀 불두화






대나무 군락을 조금 지나니 개천 건너편으로 건축물 두 개가 보입니다. 앞에 건 광풍각, 저 뒤에 기와지붕만 빼꼼이 보이는 건 제월당입니다.






개천을 앞에 두고 있어 단숨에 건물까지 뛰어갈 수는 없어요. 오래된 담벼락 愛陽壇(애양단)을 따라 빙 둘러 들어가야 합니다. 담장 이름을 우암 송시열 선생이 붙였습니다. 참고로 애양(孝經)은 유교경전 孝經(효경)에 나오는 말인데 '孝(효)'를 뜻합니다.






어쩜 이리도 자연스럽게 집을 지었을까. 건너편 밭에서 쓸 물을 대기 위해 속을 파낸 나무로 물길을 만들고, 자연 훼손을 최소화 해서 올린 집이 인상적이네요.






담벼락도 물길을 방해하지 않도록 기특하게 만들었어요. 아래로 흐르는 물이 소쇄원을 지나면서 다섯 굽이를 돈다고 담장 이름을 오곡문(五曲門)이라 붙였어요.






오곡문을 꺾어 외나무다리를 건너면  담벼락에 '소쇄처사 양공지려'라는 우암 송시열의 글귀가 적혀 있어요. 소쇄는 양산보의 호이고, 처사(處士)는 벼슬 없이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를 뜻하니, '벼슬 없이 초야에 묻혀 사는 양산보의 조촐한 보금자리'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문패죠.






아이고 길도 참 예쁘네요. 경사진 곳에 돌로 단을 만들어 흙이 무너지는 걸 막았어요. 그런데 왜 길이 두 단 일까요?






그건 아랫 길은 아랫 사람이 다니고 주인은 윗 길로 다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윗 단에 놓인 이 건물은 제월당(霽月堂)입니다.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란 뜻인데, 중국 송나라의 명필인 황정견이 주무숙의 인간 됨됨을 표현할 때 "가슴에 품은 뜻이 비 갠 후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과 같고,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 같다”라는 <광풍제월(光風霽月)>에서 따온 겁니다. 제월당 아래의 광풍각도 똑같이 여기서 이름을 따 온 걸 겁니다.






제월당 현판은 우암 송시열의 글씨입니다.





제월당 담벼락






제월당 앞으로 난 작은 쪽문을 들어가면 아래로 광풍각이 있습니다.






여기는 광풍각. 그런데 제월당과 광풍각에는 주방이 없어요. 옛날 선비들이 공부하던 곳에는 부엌이 없는 건물이 많았는데, 아랫 마을 살림채에서 아낙네가 날라다 준 음식을 먹었을 겁니다.






광풍각은 정면, 측면 3칸의 정사각형으로 된 건물인데 가운데 한 칸을 온돌방으로 만들었네요.






여기서 친구들이 오면 술도 마시고 시도 쓰고 그렇게 놀았을 겁니다. 양산보의 친구는 송강 정철, 면앙 송순, 석천 임억령, 하서 김인후 등 우리가 아는 인물이 많아요.





가운데 한칸을 빼고 사방으로 마루를 깐 광풍각의 들어열개문을 모두 열어올리면 기둥만 남은 정자의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등에 땀이 삐질 나올 즈음, 마루에 앉으니 부는 바람이 참 상쾌합니다. 작지만 앞으로 계곡이 흐르고 폭포가 떨어지니 이보다 더 멋진 정자가 또 있을라고.






광풍각 현판도 송시열이 썼어요. 대체 현판을 얼마나 써줬길래, 전국에 그가 쓴 현판이 수두룩 하다는 ㅎㅎㅎ






친구가 오면 광풍각 아래 오동나무에 말을 매고 "이리오너라"를 불렀을 겁니다.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의 '소쇄(瀟灑)'가 실감나네요.






조선의 대표적인 민간 원림 소쇄원. 참 아름답고 시원하고 상쾌합니다. 인문학을 공부한다면 한번쯤 와봤을 테지만, 조경, 건축하는 사람도 꼭 봐야할 곳이 아닐까 싶네요. 여름에 나무가 우거지면 더 아름다워지니 꼭 구경 가보세요~


◦관람시간 : 09시 ~ 18시 (연중무휴)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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