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강읍에 왔으니 그 지역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맛집에서 먹어봐야겠지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돼지찌개가 맛나다고 한 바로 그집, 옥천식육식당으로 갑니다. '식육식당' 참 오랜만에 듣는 말입니다. 부산에서는 정육점을 식육점이라고 부르거든요. 오래 전 서울로 이사왔을 때, 정육점이라고 하는거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군요. ㅋㅋㅋ
암튼 돼지찌개 때깔이 어떤지 들어가 볼까요?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밖에서 쉬고 계시는군요. 냅다 카메라를 꺼내서 간판을 찍으려니 슬그머니 피하십니다. ^^* 그러고 보면 가게가 친절한 것으로는 서울/경기 수도권이 제일 친절합니다. 여행중 만났던 경상도와 전라도의 식당은 친절하지 않다기 보다는 부끄럼을 타고, 직원이나 주인들이 조금 무뚝뚝한 편이지요. 그렇다고 불친절한건 아닌데요, 수도권 사람들은 이런 무관심과 무뚝뚝한 대답이 불쾌하다고 하는 경우는 있죠.
돼지찌개 6천원이군요. 밥은 별도이니 7천원이라고 봐야겠네요.
이상하게 지방 여행 중에는 공기밥 별도를 엄청 많이 봅니다.(대부분 그런듯...)
서울 경기에선 공기밥 별도가 잘 없고 항상 포함인데 여기서도 문화적 충격이 오나요~
'밥 볶아드리지 않습니다. ^^*'
말인 즉슨, 직접 볶아 먹으란 말이지요.
무뚝뚝한 경상도 성격 고대로 나옵니다.
아마도 서울 손님들이 와서 밥 볶아달라고 많이 들이댔나 봅니다.
왜 서울/경기의 식당은 경쟁이 치열해서 이런거 다 직원이 볶아주잖아요.
심지어 고기집에서는 고기까지 다 구워주고 잘라주기까지 하니까요.
아무튼 쥔 아주머니가 시킨대로 한번 볶아 먹어 봅시다~
돼지찌개 2인분을 시키면 후라이팬에 돼지고기와 마늘, 파, 고추가루를 뿌려서 이렇게 줍니다.
아니 이렇게 허술한 양념으로 맛이 제대로 나기는 하는건가? 약간 의심스러운데요?
약간 의심스럽긴 하지만 일단 쥔장이 시킨대로 고기를 먼저 볶아보자.
후라이팬에 아무것도 없이 먼저 고기와 양념을 넣고 볶아준다.
쥔장이 안볶아줍니다. 직접 볶아야합니다. ㅎㅎㅎ
그리고 쌀뜨물 같이 보이는 물을 한그릇 주더군요.
이건 고기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넣어서 끓이는 육수네요.
어느정도 볶아졌으니 이제 육수를 붓고 끓여줍니다.
얼마나 맛난지 기대가 되는데요?
짜잔~ 이제 다 끓었어요.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돼지찌개가 얼마나 맛날까요?
첫맛은 약간 양념이 덜된 심심한 맛?
제가 너무 다시다 양념에 익숙한가 봅니다.
다시다나 그런 조미료 맛은 전혀 안나고 약간 첫맛은 심심하네요.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조금씩 끓이다보면 국물이 쪼는데 그때 맛이 좋아져요!
돼지껍데기도 살짝 붙어서 쫀득하니 정말 맛있었던 돼지찌개.
살뜨물 같은 육수를 조금만 넣어서 끓여 드시던지 아니면 조금 쫄여서 드셔야 훨씬 맛납니다. ^^
이제 대박 맛있는 국물이 완성되었으니 밥을 볶아야겠지요?
밥은 메뉴판에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듯이 안볶아 줍니다.
"이모~ 밥 볶아주세요~" 하면 안됩니다. 직접 볶아야 됩니다.
아...밥 볶은 돼지찌개 정말x100 맛있습니다.
처음 찌개가 끓었을때 "왜이리 밍밍한 맛이지?" 했었는데,
다 끓고 약간 쫄면 그때부터 맛이 반전됩니다. 특히 마늘향이 좋아요.
조미료 따위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아서 항상 사먹던 김치찌개 같은 그런 국물 맛은 아닌데요,
오히려 다시다맛? 라면스프맛? 그런 맛이 안나서 전 더 좋았습니다. 약간 쫄은 국물맛은 끝내줍니다.
흐흐흐 공복어택 움짤하나.
빛의 속도로 밥을 흡입하시는 마눌님의 손놀림이 저 멀리 보이는군요. ㅋㅋㅋ
경주 양동마을이나 독락당 주변으로 놀러가시는 분들은 안강읍에 들러서
꼭 드셔보세요, 참 맛있는 집이였습니다.~
<옥천식육식당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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