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그 절망의 본질을 말한다. 영화 '고지전'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전쟁은 격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영화의 소재이거나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불행 쯤으로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6.25 한국전쟁을 격은 우리 부모님들의 젊은 시절도 이와 같은 상태였을 겁니다. 오늘은 정치적인 이야기는 접어두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리고 일어났었던 전쟁이란 망할놈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1953년 휴전협정을 하고 있던 전쟁의 마지막을 배경으로 당시 전쟁의 한 가운데 있던 병사들과 전투를 현실감있게 그린 영화입니다. 자 들어가 볼까요?

 

 

 

 

 

 

<고지전>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자인 박상연 작가가 각본을 썼습니다. 두 영화는 미스터리로 출발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이를 얼마나 살려내고 있느냐에서는 두 영화의 차이는 큽니다. 참고로 박성연 작가는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시청률 50%를 넘나들며 안방을 점령했던 전력이 있는 작가랍니다.

 

 

 

 

 

■ 예고편

 

 

 

 

 

 

■ 1953년 전쟁의 끝을 재 조명하다.

 

이 영화는 기존의 한국전쟁을 다룬 다른 전쟁영화와는 관점 자체가 다릅니다. 보통의 6.25전쟁을 다룬 영화들은 평온했던 시골마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사회적 현상과 치열한 전투장면 또는 거기서 동반되는 애국심이나 사랑같은 '드라마'를 다루고 있다면 <고지전>은 그 전쟁의 끝을 통해서 (이렇게 말씀드리기가 고인에게 아주 죄송스럽지만,) 어떻게 보면 의미 없이 죽어 갔을 수도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허망함을 덤덤히 조명합니다.

사실 6.25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대량 인명피해가 난 전쟁이였습니다. 제국주의 세계대전도 아니고 단일 전쟁으로 민간인 포함 5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쟁은 역사상 전례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의 막바지에 휴전 협상을 하고 있는 동안에만 지도 위의 1센티도 안되는 땅을 조금이라도 더 점령하기 위해서 벌였던 전투시기에 3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났다는 것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당시 한국의 인구가 2천만명이 조금 넘는 숫자였으니 이 숫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인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휴전협상이 진행 될 당시 전투에서 남과 북, 그리고 민간인까지 300만 명이란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를 여과없이 그 분노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점에서 다른 한국전쟁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시점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적도 없고 편도 없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또 다른 한가지는 전투에 참여한 병사들에게는 사상도 이념도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3-4번씩 고지의 주인이 바뀌고 그들은 지금 점령 당하면 또 다시 점령을 하면 된다며 오히려 덤덤하기까지 합니다. 처음의 전투에서 느끼던 애국심 뭐 그딴 감정은 사라진지 오랩니다. 그들은 이제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해서 또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 것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점령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수많은 희생자를 낳아가며 점령하고, 또 다시 적군도 똑같은 이유로 돌격해 옵니다. 어느 순간 애록고지에는 나무 한뿌리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제 그들은 삶도 죽음도 이제 고단하다는 듯 그 벼랑끝 상황에서도 인간의 본성인 삶의 재미를 찾아갑니다. 이들은 오랜 전투로 인해 적군의 얼굴과 이름까지 다 알고있습니다. 어느날 "방금 전투에서 누가 죽었네..." 라며 죽음에 덤덤합니다.

 

 

 

 

 

 

 

 

■ 절망의 본질을 말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고 왜 죽어야만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요? 국민은 국가의 도구인가요? 그게 아니면 이 모든게 정치꾼들의 협잡일까요? 추잡한 정치논리에 휘말려 돌아가신 (내 할아버지를 포함한) 500만명의 사람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게 아니라, 지도위의 1센티를 더 점령하겠다는 골통 지도자의 욕심때문이였다고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 영화는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덤덤히 관찰하고 전쟁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전쟁과 절망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 수작이라고 하겠습니다.

 

 

 

 

 

 


고지전 (2011)

The Front Line 
8.6
감독
장훈
출연
신하균, 고수, 이제훈, 류승수, 고창석
정보
전쟁 | 한국 | 133 분 | 20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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