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상승세가 꺽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추석연휴에 개봉해서 지금껏 800만명 이상이 관람했습니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참 다양했었는데요, 오랜만에 잘 빠진 영화 한편이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고, 역사의 흐름이 뭔지 잘 몰라 지루하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역사를 학교에서 배웠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계유정난으로 수양대군이 단종을 보위하던 좌상 김종서를 포함한 제상들을 모조리 죽이고 정권을 탈취한 사건과 심지어 수양대군이 세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의외로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몰랐다고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모르기 때문에 명작 한편을 아깝게 소비해 버리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아무튼 어떤 영화인지 들여다 볼까요?
◎ 예고편 들여다보기.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사람의 얼굴만 보게되면 그 사람의 미래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조선 최고의 관상가 '김내경(송강호)'은 아들 '진형(이종석)', 처남 '팽헌(조정석)'과 산속에서 숨어 살고 있습니다. 내경은 양반의 피를 물려 받았지만 역적의 자손이기 때문에 벼슬에 나갈 수가 없는 처지인데요, 어느날 기생'연홍(김혜수)'의 스카웃(?)제의로 한양 기방에서 관상을 봐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훗날 한양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내경에게 좌상 김종서는 사헌부를 도와 등용할 인재들의 관상을 봐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이에 내경은 궁으로 들어가게 되고, 어느날 수양대군의 관상을 보고 그가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를 막으려 듭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작년 이맘 때에 흥행했던 영화 <광해, 왕이된 남자>가 있었습니다. 광해가 왜 그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을까요? 이는 당시 사회적 상황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대선을 치루기 위해 치열한 선거전이 있던 시절입니다. 우리는 어떤 왕이 필요할까요? 왕은 또 무엇을 해야할까요? 이런 사회적 요구가 있던 시절에 가짜 왕인 '하선'이 광해 역할을 대신하며 진정으로 국민이 바라는 올바른 정치를 보여줍니다. 백성을 가엽게 여기며 위하고, 명나라와의 사대적 외교를 부정할 때, 국민들은 열광했습니다. 아마 우리의 대통령도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의 반영이였겠죠.
정확히 1년 후, 현재 영화 <관상>이 1년 전의 상황과 비슷하게 돌아갑니다. 어릴적 부터 수도 없이 봐왔던 문종과 단종, 수양대군과 한명회, 그리고 김종서. 이들의 권력다툼은 별로 새롭지도 기대되지도 않는 이야기인데 왜 사람들은 열광했을까요? 문종은 유서로 관상쟁이 김내경에게 단종을 부탁할 정도로 그를 믿고 의지했습니다. 그러나 한낱 관생쟁이인 내경은 수양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시대적 흐름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사는게 팍팍할 때, 사람들은 의지할 곳이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이는 종교가 될 수도 있고 관상이나 사주같은 주술적인 의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관객들은 거꾸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에서의 삶에 대한 고단함을 관상의 힘을 빌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고싶은 것은 아니였을까요?
이 영화는 작금의 한국정치 상황을 살며시 은유하고 있습니다. 김내경이 영화에서 한명회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바람을 보아야하는데 난 바람이 만든 파도만 보았소. 너희는 운좋게 잠시 높은 파도를 탔을 뿐이고, 우리는 그 아래에서 쓸려다녔을 뿐이오."
송강호와 이정재, 그리고 조정석의 연기가 매우 돋보이는 솜씨좋게 잘 빠진 영화입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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