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했던 스무살, 그때 난 뭘 했지? 그래 맞아, 난 대학에 낙방하고 재수생활을 하고 있었지. 하라는 공부는 뒷전이고 매일 친구들과 학원을 땡땡이치고 산으로 들로 담배와 막걸리를 싸들고 돌아다니던 철없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지.... 폭력이 난무하는 가부장적인 가정,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 불안한 미래, 어느 겨울보다 더 혹독했던 내 스무살 젊은 시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가 한편 나왔습니다. 바로 <1999, 면회>라는 독립영화인데요, 세명의 고등학교 동창 중에 먼저 군대를 간 친구의 1박2일 면회에서 생긴 이야기를 영화화했습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와 함께 가장 주목받았던 영화 중에 한편인데요, 김태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덤덤한 어조로 풀어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 예고편
고등학교 동창인 세명의 친구가 있었습니다. '민욱(김창환 분)'은 보증을 잘 못 서는 바람에 교도소로 간 아버지 때문에 대학교 재수를 포기하고 돌연 군대에 입대합니다. '상원(심희섭 분)'은 세명의 친구중에 유일하게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승준(안재홍 분)'은 대학에 낙방하고 재수를 하고 있지만 가수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1999년도 겨울, 승준은 상원과 함께 아버지의 차를 끌고 나와 군대 간 민욱을 면회하러 강원도 철원으로 향합니다. 한편 민욱의 여자친구 '에스더'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이별통보 편지를 그에게 전해달라며 승준에게 편지를 맡겼습니다. 승준과 상원은 막 군입대한 친구에게 여자친구의 이별소식을 전하는게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닙니다. 오랜만에 만난 세친구는 세월에 틈을 느끼지만, 곧 어색한 기운은 가시고 어린시절 친한 친구의 모습으로 되돌아갑니다. 영화는 이렇게 스무살의 한해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 세친구들의 초상을 추운 겨울날 강원도 철원을 배경으로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겪었을 법한 군부대 앞에 있는 초라한 술집과 그곳의 작부들. 없는 돈에 호기부려 여자를 부르고 맥주를 짝으로 시켜 놀아보자는 젊은 군상들. 영화 <1999, 면회>는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남자들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같은 영화입니다.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지 못한 온실속의 화초같은 이들의 1박2일간 첫 외도는 녹록치않은 현실의 세상이 주는 좌절을 톡톡히 선사합니다.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에겐 별일 아닌 일들이겠지만, 가장 소중한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사랑이라 느꼈던 술집작부에게서 순결을 잃고 가진 돈을 다 뜯기며,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믿었던 여자친구의 이별통보는 차가운 겨울바람보다도 더 이들을 몰아세우지만 이런 성장통이 이들을 더 단단하고 견고한 남자로 만들어 줄것은 틀림없습니다. 이들은 그 겨울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었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괴롭고 아픈 과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친구들은 각자에게 소중했던 것들을 잃어버린 아픔을 공유하고 있어서 서로 다독이고 위로하며 어른이 되기위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시대는 달랐지만 나를 통과했던 스무살의 기억들을 그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이 영화로 기억의 기저에 잠겨있던 나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게 해줘서 참 고마운 영화였습니다. 자칫 작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재연드라마 같은 밋밋한 작품이될 수도 있었지만, 젊은 군상들의 아픔을 통해 성정하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김태곤 감독의 연출과 세친구의 빛나는 연기가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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