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마진콜: 24시간, 조작된 진실(이하 마진콜)>이다. 얼마 전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던 중 출연진을 보고 깜짝 놀랬었다. 케빈 스페이시, 폴 베타니, 재커리 퀸토, 제레미 아이언스, 데미 무어, 사이먼 베이커, 스탠리 투치, 펜 바드글리. 화려한 경력과 연기력 등 뭐 하나 빠질 것없는 헐리우드 A급 대형 탑배우들이 죄다 출연했다. 출연진들이 이럴진데 내용이 좀 무겁다는 평이 있음에도 궁금해서 도저히 안 볼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냉큼 달려가서 봤던 영화였다.
<마진콜>은 2008년 전세계를 금융위기로 몰고갔던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배경으로, 그 당시 월스트리트의 한 금융회사에서 24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한 금융회사의 정리해고 장면으로 시작된다. 회사의 리스크관리 팀장인 에릭(스탠리 투치)은 해고통보를 받고 짐싸서 회사를 떠나면서 부하직원인 피터(재커리 퀸토)에게 USB를 전한다. "조심해" 라는 말과 함께. USB에 들어있던 파일들을 분석한 피터는 회사가 보유한 MBS(주택저당증권)의 가치가 폭락해 손실 규모가 이미 회사의 전체 자본규모를 넘어선 상태였다. 피터는 이 사실을 상사인 샘(케빈 스페이시)에게 알리고 회장 존(제레미 아이언스)이 참석한 긴급 임원회의가 소집된다. 이미 2010년에 개봉했던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는 소재이기도 한데, 이와 비교하면 <마진콜>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일으킨 원흉의 내부로 들어가 <사익과 공익> 사이에서 조직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심적 변화를 일으키고 또한 지극히 개인적으로(타인의 피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보다 세세하게 보여 주려고 한다.
알고보면 더 흥미진진하다. 마진 콜, VaR레벨, MBS증권 이건 무슨 말이지?
영화에서 보면 전문적인 금융용어와 약자들이 나온다. 별거 아니니 쫄지 말자.
먼저 <마진 콜>이 뭐냐면 증권시장에서 선물거래를 하려면 거래개시 때 증권사 영업점 통장에 유지증거금 10%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유지증거금 비율은 국가마다 다르다. 여기선 미국기준 10%로 하겠다.) 그리고 나머지 90%는 증권사에서 빌려서 투자하게 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유지증거금은 만약 선물가격이 하락하여 투자자가 돈을 잃었을 때 증권사가 빌려준 90%에 대한 결제에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증권사는 매일 증시가 끝난 후에 고객의 증거금이 얼마 남았는지 확인하고 만약 선물가격 하락으로 인해 증거금이 10%에 모자랄 경우 다시 채워 넣으라고 '마진 콜 Margin Call'을 요청하게 된다. 만약 마진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통해서 빌려준 돈을 회수하게 된다. 즉, 마진콜은 이런 증권거래의 위험성을 함축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하겠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보면 금융전문용어인 <VaR 레벨>과 <MBS 증권> 이란 말이 나온다. VaR은 Value at Risk의 약자인데 정상적인 시장 여건 하에서 일정기간 발생할 수 있는 '최대손실금액'을 뜻한다. 다시말해 시간, 환경, 환율, 주가, 과거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현재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그래프인데 모든 금융기관은 VaR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영화에서 USB에 들어있었던 회사의 막대한 손실 내용은 바로 <MBS증권> 때문이였다. 이 부실 MBS증권을 투자자들에게 속이고 팔아넘겨 생존하려는 모습이 영화에서 보여 주려는 것이였다. MBS증권은 '주택 저당 증권'인데 주택이나 토지를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금융회사는 이러한 부동산을 담보로 20-30년 동안 주택매입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금융회사는 이렇게 발행된 MBS채권을 일반 투자자에게 판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이렇게 발행한 MBS증권이 부실화되고 가치가 하락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그들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연봉이 8천6백만달러(한화 약 920억원)인 회장 존은 말한다. "세상에는 행복한 부자와 불행한 가난뱅이가 있다"라고. 그리고 자신의 연봉이 많은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지금의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 손해보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1등이 되거나, 똑똑하거나, 사기를 칠 것." 그래서 그들은 '부실 MBS증권 폭탄'을 자신들만 살아 남기위해 다음날 아침 바로 팔아치운다.
감독 J.C. 챈더는 이러한 천일공노할 일들을 누구의 탓으로도 돌리지 않고 그냥 조용히 관망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는 과연 그들의 행동에 분노를 느낄 지언정 욕할 자격이 있을까? 라고 되묻는 듯 하다.(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MIT 로켓공학을 배운 과학자가 앞날이 보장된 직장을 버리고 증권회사에 취직한 이유가 '돈을 많이 벌려고 왔다'라고 말하는 것과, 정리해고로 자신의 직속상관이 퇴사하는 날, 그를 위로하기는 커녕 자신은 안전하다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 세스, 불량 채권을 속이고 매각해버리자는 회장 존의 결정에 반기를 들며 자신이 반드시 당신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각인 시킨 후에 존 회장의 뜻대로 부실 MBS증권 폭탄을 모조리 팔아버릴 수 있도록 진두지휘하는 샘, 특히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이 '샘' 이란 인물은 부하직원 60명을 정리해고 하는 날, 해고된 그들의 앞날을 걱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강아지가 병에 걸려 아프다는 것만 걱정하는 아주 영악한 인물로 표현되었다. 특히 MBS증권 폭탄을 모조리 팔아버린 날, 폭탄을 떠안고 슬퍼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강아지를 땅에 뭍으며 슬퍼하는 샘이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의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J.C. 챈더는 자본주의를 떠나 인간의 탐욕과 본성을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는 하나의 사건을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꾸밈없이 그려내려는 노력을 한다. 연봉25만달러를 받는 세스가 상관의 연봉을 궁금해 하면서 마지막 회장 존의 8천6백만달러까지 올라가면서 부러워하는 '연봉의 먹이사슬'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탐욕적인 인간의 본성을 연쇄적으로 잘 들어낸다. 대부분의 언론사와 블로거들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극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물론 절대적으로 칭찬 받을 수 없는 사건이긴 하지만 우린 과연 그들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궁금하다. 이 영화로 우리가 배워야할 일은 그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비난하는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비난해야할 것이다.
영화에서의 그들은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나라면 나의 모든 현재와 미래를 모조리 쓰레기통에 버리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 할 수 있었을까? 난 죽고, 대신 불특정한 그 누군가는 살아남겠지. 글쎄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우리같은 범민들은 비난은 쉽게 하지만 막상 내 앞에 닥친 일은 그들과 똑같이 하겠지. 그걸 본 누군가는 또 비난할테고... J.C. 챈더는 교활하게도 "너라면?" 이란 질문만 던지고 영화는 끝난다. 그러게...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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