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 할 영화는 대니보일 감독의 127시간(127 Hours, 2010)이다. 이 영화는 실존인물인 '아론 랠스톤'이 홀로 블루 존 캐년으로 여행을 떠나 고립된 사건을 바탕으로 재 구성된 영화다. 내가 여태껏 본 영화 중에서 <선셋 리미티드> 다음으로 등장 인물이 적은 영화다. 대충봐도 3-4명 출연하는데 그 중에도 99%는 혼자 나온다. 그러고보니 이건 숫제 라이언 레이놀즈가 출연했던 <베리드>와 극적인 갈등 요소가 똑같은거 같은데? 참고로 선셋 리미티드에서는 두 명이 출연했었고, 베리드도 거의 3-4명이였다. 대니보일 감독은 아카데미 8개부분을 석권했던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연출했던 감독이다. 전작 <트레인스포팅>, <28일 후>를 보았던 영화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영화로 보인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기도 했고, 미남배우 '제임스 프랭코'가 나오질 않는가. 눈을 부릅 뜨고 보자.
☆ 예고편
주인공 아론(제임스 프랭코)은 MTB 자전거를 타고 그랜드 캐년을 홀로 여행중이다. 거기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예쁜 여자 2명을 만나고 그녀들의 여행안내를 해주면서 가이드북에 없는 장소까지 안내하는 것을 보면 그는 혼자서 이 곳을 많이 와 본 분위기다. 그것도 잠시...그녀들과 헤어지고 곧바로 아론은 구덩이 아래로 추락하게 되고 추락과 동시에 바위가 떨어져서 오른팔이 바위틈에 끼고 만다. 빠져 나오기 위해서 아론은 가지고 있던 밧줄을 이용해 온갖 시도를 하지만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인적 드문 그랜드 캐년의 어느 한 구석이라 사람이 다닐리도 없고 움직이는 생물이라곤 아론을 죽기만을 기다리는 하늘의 독수리 밖에 없다.
127시간 동안 버틸 수도 없는 약간의 물과 음식만을 가지고 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죽음을 직감한 아론은 캠코더로 자신의 유서를 남겨 보지만 이렇게 바위에 껴서 죽을 수 만은 없다. 무엇이든 다 해봐야 한다. 죽음에 목전에서 결국 아론은 자신의 팔을 자르는 결정을 하게 된다. 아, 결론을 미리 알아 버렸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실화로 이미 알려진 사건이거니와 아론 랠스톤이 살아 남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영화 127시간은 사실 도박적인 시도였다. 물론 이런 충격적인 실화는 소설보다 훨씬 더 허구같은 느낌이 들긴하지만 단 1명의 연기만으로 영화 런닝타임의 99%를 채우는 것은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못 했을 것같다. 이 이야기는 책으로도 출간이 되었는데, 영화와 책은 본질적으로 표현 방식이 다르다. 책은 그 사람의 생각을 얼마든지 표현해 낼 수 있지만 영화는 좀 더 직접적인 방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대사로 말하지 않으면 관객은 알 방법이 없다. 이런 극복하기 좀 난해한 제약을 가지고도 한명의 배우가 살아남기 위한 상황과 심리묘사를 어찌나 세심하게 잘 표현해 냈는지 대니보일 감독과 아론 역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내내 아론은 완벽히 고립된 외로운 상황에서도 위트는 잃지 않는다. 캠코더에 유서를 남기는 장면에서는 눈물 머금은 웃음이 난다. 손전등의 불빛은 이미 꺼졌고 그랜드 캐년의 밤은 어둡고 춥다. 거기다 물마저 바닥나 이제는 자신의 소변을 받아 마시면서까지 삶에 의욕을 불어 넣는다. 결국 자신의 팔을 자르면서 탈출을 하게되지만 실존인물인 아론은 지금도 수영/산악등반을 하고 있다. 스포 발설이라고 노여워하지 마시라. 이 영화는 과정에 충실한 실화영화라 결과는 알아도 무방하다.
127시간은 주인공 아론의 심리와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가 얼마만큼인지 지루하지 않게 잘 표현했다. 특히 구덩이에 빠지기 전에 만났던 여자들을 캠코더로 촬영한 화면을 보면서 자위를 하려다 마는 장면을 보면 죽기 직전의 인간마저 본능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대변한 것이 아닐까. 실제 주인공인 아론 랠스톤의 삶과 죽음의 경계속에서 보여준 깨달음과 삶에 대한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저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그와 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실제 '아론 랠스톤'이 127시간 동안 직접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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