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여러분은 행복하시겠습니까?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1993>은 매일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누구나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은 일들이 있죠. 오늘을 다시 산다는 상상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법 한데요, 이 영화는 그런 상상을 유쾌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실현해주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나요? 지금의 사랑이 지루하다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처방은 이 영화를 보세요!
인기 있는 TV 기상캐스터인 '필 코너(빌 머레이 분)'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눈곱만큼도 없고 냉소적인 사람입니다. 필은 매년 2월 2일에 펑츄토니(Punxsutawney)에서 열리는 성촉절(봄을 알리는 '경칩'같은 날) 행사 취재를 가야 하는데, 자신처럼 인기있는 기상캐스터가 그런 시골로 출장 간다는 게 항상 불만입니다. 건성으로 대충대충 행사 취재를 마치고 펑츄토니를 떠나려 하지만 폭설로 길이 막히고 꼼짝없이 그곳에 더 머물러야 할 처지에 놓입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길을 떠나려 하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오늘은 어제와 같은 2월 2일 성촉절이 열리는 날입니다. 라디오에서는 어제와 똑같은 방송이 흘러나오고, 어제 겪은 축제가 오늘도 열립니다. 거짓말 같은 하루가 지나도, 또 그 다음 날이 돼도 매일 같은 순간 같은 사람과 똑같은 대화와 상황이 벌어지니 필은 당황스럽습니다. 이에 어차피 내일이 오지도 않으니 필은 사람들을 골탕먹이고, 현금수송차량을 털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사람들의 특징을 파악한 필은 예쁜 여자를 꼬셔 잠자리에 들어보지만 자고 나면 또 2월 2일 오전 6시.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괴로워진 필은 죽음을 선택해보지만, 또 다시 자고 일어나면 2월 2일 오전 6시입니다. 결국 필은 마음을 고쳐 잡고 하루를 진심으로 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냉소적이고 투덜대는 성격은 점점 누그러지고 사람들을 돕고, 진정한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얻고, 사랑을 쟁취한 그는 그녀와 함께 2월 3일 오전 6시를 맞이하게 됩니다. 내일이 왔어요!
영화에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2월 2일은 아마도 지금 우리들의 인생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지루하고 냉소적이고 불평불만 가득한 우리들의 인생을... 내일이 오더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은 하루 하루... 이렇듯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고 인생을 소비해버리는 우리의 삶을 영화는 비틀고 있습니다. 필의 일탈은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우리의 나른한 인생들을 조롱하고 있다고 할까요.
팀은 갖혀 있는 하루 속에서 늙어 죽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을 살리려고 매일 온갖 노력을 해보지만, 결국 그 사람을 살릴 순 없었습니다. 왜 이 사실을 이제야 알았을까. 필은 반복되는 하루를 의미 있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마을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동료였던 리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죽도록 보고 싶은 내일이었지만, 내일이 오지 않아도 좋아. 난 지금 행복하니까...
그렇게 처음으로 리타와 하루를 보낸 다음 날 아침 6시, 거짓말 같이 내일이 왔습니다. Today is tomorrow!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내일이 오늘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다면,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버티는 것이다." 우리 모두 하루를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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