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을 밤 데이트하기 좋은 '덕수궁' 야간개장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조선의 수도 500년, 서울은 어디로 가든 조선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도시입니다. 물론 일제강점기 시절 덕분(?)에 많은 건물들이 훼손되고 축소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입니다. 오늘은 서울시청 앞에 야간개장한 덕수궁으로 가볼게요. 덕수궁은 원래 궁궐이 아니고 월산대군의 집이었는데요, 임진왜란 때 도성을 버리고 피난갔던 선조가 돌아오니 분노한 백성들이 경복궁을 모두 불태우는 바람에 이곳을 임시방편으로 궁궐로 사용했었습니다. 그 후, 선조의 아들인 광해군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이곳을 '경운궁'이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일제의 탄압으로 왕위를 물러난 고종을 위해 아들 순종이 아버지의 장수를 비는 마음으로 '덕수(德壽)'라는 궁호를 내리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 들어가 볼까요?

 

해가 떨어지니 대한문 앞도 이제 한산한 느낌이 드네요. 그건 그렇고, 궁궐의 정문은 항상 남쪽에 있는데 대한문은 동쪽에 있습니다. 그리고 궁궐의 정문에는 경복궁의 광화문, 창덕궁의 돈화문, 경희궁의 흥화문 처럼 항상 '화(化)'자가 들어 있는데요, 왜 이곳만 '화'자가 빠졌을까요? 원래 덕수궁의 정문은 인화문이라고 존재했었습니다. 대한제국이 출범하고 동쪽인 대한문 앞이 번화가로 개발되자 원활한 기능수행을 위해 이곳을 정문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지요. '화(化)'는 백성을 올바른 길로 '교화'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수궁 입장료는 만25세 이상~64세 미만에게만 받습니다. 관람시간은 오전9시부터 야간개장 시간은 밤9시까지만 둘러볼 수 있군요.

 

 

 

 

 

 

앙상해진 나뭇가지와 조선의 아픈 역사를 다 알고 있는 중화전의 뒷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정관헌(靜觀軒)의 모습을 밤에 이렇게 보니 낮에 만난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 오네요. 이 정자는 함녕전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고종은 외국 외교관들과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정사를 논했다고 하네요. 정관헌(靜觀軒)은 한자 그대로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는 공간'이란 의미입니다.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던 대한제국 시절, 조선의 양식과 서양의 양식이 어우러진 것 같은 모습입니다. 밤에 조명을 받으니 더 아름답게 보이네요.

 

 

 

 

 

 

정관헌 옆으로 담벼락을 따라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볼게요. 이 길은 몇 번 걸었지만, 걸을 때마다 참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네요.

 

 

 

 

 

 

하늘엔 오래된 나무들이 우산을 받쳐주는 느낌을 하고 있어, 아늑한 느낌마저 듭니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 석조전에서 바라보면 이런 풍경이군요. 정원이 껌껌해서 잘 안보이네요. ㅎㅎㅎ 조선시대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지금은 임금이 사는 곳보다 더 높은 건물들이 주변을 꽉 매웠군요.

 

 

 

 

 

 

작년이었나, 보수공사 중이더니만 이제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새로이 개관했군요. 이곳은 석조전입니다. 석조전은 조선시대 세워진 건물 중에서는 최초로 유럽풍으로 지어진 석조건물인데요, 고종은 저곳에서 외국 사신을 접견하거나 침전으로 사용했습니다.

 

 

 

 

 

 

중화전의 정문인 중화문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밤이 되니 분위기는 또 어찌나 좋은지, 막 설레는데요? ㅎㅎㅎ

 

 

 

 

 

 

외세로 인해 국운이 기울데로 기울었을 즈음, 고종은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의 권위를 바로 세우려고 했어요. 중화전에서 그 의지를 옅볼 수 있습니다. 먼저 사진 찍는 사람이 있는 계단 부분에는 '답도'라는 것이 있는데요, 그 문양이 황제를 상징하는 용문양으로 되어 있어요. 경복궁과 다른 곳은 봉황이 그려져 있거든요.

 

 

 

 

 

조명을 비춰놓으니 중화전이 참 아름답네요. 창살의 색깔이 노란색인 이유는 노란색이 황제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황제의 권위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알 수 있죠.

 

 

 

 

 

 

왕이 업무를 보던 곳에도 노란색으로 치장을 해 뒀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던 모습을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가서 직접 보고 싶네요.

 

 

 

 

 

 

왕의 집무실 천정에도 금장을 한 용 두마리가 올라가 있군요. 당시 우리가 일제에 의해 점령당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한국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밤에 조명을 받고 서 있으니 중화전이 참 아름답게 보이네요. 단청도 꽤 근사하게 보입니다. 조명이 예쁘다며 셀카에 몰두하는 여학생들이 귀엽네요. ㅎㅎㅎ

 

 

 

 

 

 

추녀마루 위에 뜬 초승달이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약간 푸르스름한 하늘과 밝은 단청, 그리고 조그맣게 떠 있는 초승달이 참 잘 어울리네요. 맑은 날 고궁 산책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한적한 덕수궁을 단돈 1천원으로 정말 즐겁게 데이트하고 갑니다.

 

 

 

 

 

 

서울에서 데이트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 매번 복잡한 강남이나 홍대에서 술 마시거나 맛집만 찾아다니지 말고, 이런 곳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산책하는 데이트도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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