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억새길에서 만난 가을의 끝자락 | 합천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경남 합천은 다이나믹(Dynamic)한 도시입니다. 고요한 듯 하지만 역동적이고, 거친 듯 하지만 섬세한 면도 담고 있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하천과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산,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테마파크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행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합천’하면 해인사와 팔만대장경만 떠올리실 텐데요, 그것 외에도 영상테마파크나 황매산 등 자연과 체험관광 등을 할 수 있는 멋진 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경남 합천에는 황매산이란 아주 아름답고 독특한 분위기의 산으로 가볼게요. 봄에는 붉은 철쭉이 산을 온통 뒤덮고 있고요,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억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황매산의 높이는 1,108미터이고 소백산맥에 속하는 고봉이에요. 높이가 1,100가 넘지만 해발 800미터 정도까지 승용차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정상까지 트래킹은 그리 힘든 코스가 아닌 산에 속합니다. 오늘 저와 함께 황매산 억새길을 한 번 걸어볼 텐데요, 봄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지금과 살짝 비교하면서 구경해볼게요.

 

 

오늘 둘러 볼 코스는 정상 아래의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노란색 길을 따라 황매산 정상방향으로 약 2.5km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파란색 길을 따라 약 1.5km 정도 내려오는 왕복 약 4km 정도의 코스입니다. 시간은 천천히 걸어도 약 2시간 가량 소요됩니다. 산허리에 억새군락지가 있어 그 길이 유혹하지만, 정상의 풍경보다는 못하기 때문에 저는 노란색 산의 정상부분의 능선을 따라 걷는 걸 선택했습니다.

 

 

 

 

 

 

처음 출발하는 곳의 모습이에요.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물 넘어 뭉툭한 봉우리들이 보이네요. 저긴 정상이 아니고요, 억새와 철쭉 군락지가 있는 작은 언덕이에요. 봄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냐고요?

 

 

 

 

 

 

봄에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요. 이 사진은 철쭉이 완전히 피지 않은 이른 봄에 담은 사진인데요, 철쭉꽃이 만개하면 산은 온통 분홍빛 물결이 넘실대는 곳으로 바뀌죠.

 

 

 

 

 

 

사진으로는 조금은 황량해 보이지만, 사각거리는 바람소리와 달달한 가을냄새가 생각보다 꽤 상쾌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발걸음도 훨씬 가볍네요. 그리 높은 산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하고 무거운 등산장비들은 다 내려 놓으시고, 간단한 복장으로 오르셔도 무리가 없습니다.

 

 

 

 

 

 

해발 900미터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오니 주변은 온통 높은 산들과 하늘 밖에 보이지 않네요. 이곳이 봄엔 철쭉의 핑크색으로 물드는 곳이라는 게 믿을 수가 없네요. 황매산에는 큰 나무가 거이 없기 때문에 마치 제주도의 오름 같은 느낌도 드는데요, 산은 온통 낮은 철쭉나무와 억새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멀리 합천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합니다.

 

 

 

 

 

 

아주 간혹 이런 큼직한 나무를 만나게 되면, 그 아래는 꼭 이런 평상이 놓여져 있습니다. 봄이 되어서 잎이 풍성하게 자라면 우리에게 매번 그렇듯이 나무그늘을 만들어 줄 거에요.

 

 

 

 

 

 

지도에 보면 억새군락지라고 적혀 있는 곳에 억새가 더 많이 자라고 있나 봅니다. 이쪽은 철쭉군락지인데요, 멀리 언덕에 잎이 다 떨어진 철쭉들이 보이네요. 이 언덕도 봄이 되면 분홍색으로 뒤덮이죠. 어떻게요?

 

 

 

 

 

 

이렇게 말입니다. 똑 같은 카메라 화각은 아니지만 비슷한 장소에서 봄에 담은 사진입니다. 정말 예쁘죠?

 

 

 

 

 

 

하지만 저는 겨울로 넘어가는 늦가을, 마른 억새의 사각거리는 풍경도 정말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봄에는 상춘객들이 산을 덮고 있지만, 가을/겨울에는 산행하는 사람도 드물고 해서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드는 풍경이군요.

 

 

 

 

 

 

계단을 따라 올라 능선을 타고 정상 쪽으로 걸어가보겠습니다. 주변은 온통 억새들로 가득 차있네요. 참고로 이곳은 온통 마른 식물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절대 담배를 피우시거나 불을 피우면 안됩니다. 한 순간에 모든 게 다 타버릴 수 있어요!

 

 

 

 

 

 

하늘로 뾰족이 올라간 억새들도 이젠 솜털 같은 씨앗을 다 흩날리고 말라가고 있네요. 사람의 인생도 얘네들의 인생과 똑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 지금 걷고 있으니 슬프지 않아요.

 

 

 

 

 

 

지도에서 보면 ‘산불감시초소’라고 되어 있는 작은 정상으로 올라오니 저 멀리 황매산의 정상이 보입니다. 산에 올라오니 구름 덕분에 맑았다가 갑자기 비구름이 끼어 비를 흩날리기도 하고 그러네요. 바람은 세차게 불어대지만 기분은 최곱니다. 길이 잘 닦여 있기 때문에 비만 많이 오지 않으면 걷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곳이네요.

 

 

 

 

 

 

만약 정상까지 가장 빠른 길로 올라가고 싶은 분들은 사진 정가운데 조그맣게 보이는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구불구불한 포장길을 따라 가시면 가장 빠릅니다. 저는 오른쪽 언덕을 올라 능선을 따라 올라왔어요. 이 길로 가면 포장된 길보다 2배 정도는 더 힘들고 먼 길로 가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기왕 산에 오셨다면 빠른 길 보다는 저와 함께 천천히 둘러보며 걸으시길 추천해요. 혜민스님이 말씀하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높이 올라오긴 했나 봐요. 멀리 산청군 시내도 보이고 부암산과 정수산보 보입니다. 날이 맑으면 훨씬 더 멀리 보이겠지만, 구름이 낀 오늘 같은 날도 나쁘진 않습니다.

 

 

 

 

 

 

산불감시초소 이 위치가 정확히 해발 1,000미터 지점인가 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km이고, 반대로 가면 모산재까지 2.1km군요. 이 지점이 모산재에서 황매산 정상까지 가는 가운데 지점이 되겠네요.

 

 

 

 

 

황매산 정상 부근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이 매우 잦은 곳인데요, 이곳은 영화의 세트장이었나 보네요. 너와집과 봉화대 같은 구조물이 있는 걸로 봐서는 영화 <단적비연수> 세트인가 봅니다.

 

 

 

 

 

 

이곳은 정상까지 약 1.5km 정도 남은 길이에요. 사진으로 그 느낌이 전달되나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제거 한걸음 걸을 때마다 거리가 좁혀져 오는 게 아까울 정도였으니까요. 사람은 없고 오로지 바람소리와 풀 소리만 들리는 곳이라 속세에서 완전히 동떨어져 현실감마저 떨어집니다.

 

 

 

 

 

 

철쭉이 정상 주변을 뒤덮을 때도 참 아름답더니만, 억새로 쌓여 있어도 아름답긴 마찬가지네요. 이곳에는 흙 길은 이제 사라지고 나무로 데크를 깔아놔서 걷기도 참 편안합니다.

 

 

 

 

 

 

정상 아래에는 산청의 다른 마을과 연결되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등산객들만 이용하는 길이지만, 옛날에는 이 길이 합천과 산청을 잊는 힘들지만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저 성벽과 관문은 영화 <단적비연수> 촬영 때 길 위에 세운 세트입니다.

 

 

 

 

 

 

산 정상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있네요. 마치 파라마운트(Paramount) 영화사의 눈 덮인 산 모양의 로고인 스위스 체르마트의 마테호른과 비슷해 보입니다. 산을 감싸고 있는 억새와 잎 떨어진 철쭉의 색깔도 오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봄에는 이곳이 어떤 그림이 될까요?

 

 

 

 

 

 

이렇게 바뀝니다. 철쭉나무는 동글동글 군락을 짓기 때문에 꽃들이 뭉게뭉게 핀 모습이 참 아름답죠?

 

 

 

 

 

 

쌀쌀하지만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이곳이 저는 더 마음에 들어요. 마구 마구 사진을 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곳이에요. 사진보다 실제 눈으로 보면 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특히 사람으로 득실대지 않아 더 좋습니다. 여행에서 사람에 많으면 더 즐거운 곳도 있지만, 자연 속으로의 여행은 그 반대가 더 즐거운 것 같습니다. 한적할수록 가만이 앉아 자연을 즐기기에도 좋고, 깊이 생각해야 할 일들도 더 선명하게 머리에 떠오르는 기특한 효능이 있죠.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가는 거겠지만요.

 

 

 

 

 

 

이제 가을도 무르익어 가고 있어요. 곧 눈이 내리고 이곳은 꽁꽁 얼어붙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조금만 견디면 또 분홍색 철쭉꽃이 피는 봄이 올 테니까요. 봄이 반드시 올 거라는 기대가 있으니 겨울도 그리 무섭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황매산 정상에서 노닥거리다 이제 지도의 파란색 선으로 나있는 포장된 길로 하산을 합니다. 그런데 파란색 길 주변으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곳이 있어요. 이 언덕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전쟁장면을 담았던 곳이네요.

 

 

 

 

 

 

이제 힘든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다시 하산을 합니다. 황매산은 CNN이 반한 <아름다운 한국 50선>에 선정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쁜 곳인데요, 승용차로도 쉽게 접근 가능하고, 축제기간에는 셔틀버스나 택시들도 다니기 때문에 2시간 정도의 시간만 들이면 극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합천여행을 떠나신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다녀오세요.

 

+ 주차료 : 3,000원 (입장료는 무료)

 

 

2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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