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주변의 작은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참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수 십 년 동안 이 동네를 돌아다녔는데도 모든 골목들을 다 들어가보질 않아 이런 곳이 있는 지도 모르는 곳들이 참 많은 것 같네요. 오늘은 정동의 한 골목에서 만난 아름다운 건축물로 가볼게요. 이곳은 서울시 중구 정동에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인데요, 한국전통의 건축문화와 르네상스양식이 만난 독특한 건물이었어요. 아마추어 사진가들도 이 건물을 예쁘게 담기 위해서 몇 분 와 계신던데, 사진가들에게도 유명한 곳인가 보네요. 자, 어떤 곳인지 내려가 볼게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일제시대인 1922년에 착공해서 4년만인 1926년에 완공된 건축물입니다. 원래 성당을 설계한 영국의 '아더 딕슨'이란 건축가는 '장십자가'형으로 지으려고 했었는데요, 건축시기가 일제강점기라 십자가형으로 짓진 못하고 양쪽 수랑과 회중석 일부가 축소되는 바람에 미완의 건축물로 그대로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1993년 원설계도를 영국의 한 도서관에서 찾았는데요, 그 덕분에 다시 재공사를 해서 1996년에 지금의 완결된 십자가 모양의 성당으로 완공이 되었죠. 이래저래 일본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참 대단했습니다.
건축물을 요모조모 자세히 보면 로마네스크 양식에 한국의 전통건축기법이 석여 있는 예쁜 건축물인데요, 991.7㎡ 면적에 화강석과 붉은 벽돌로 지어져 있습니다. 건물 전체의 모양이 십자가 형태를 띄고 있어서 뭔가 활발한 느낌을 주고 있네요. 성당 내부에는 좌/우로 열 두 사도를 상징하는 돌기둥이 서있고요, 성당의 가장 깊은 곳은 반원형 제단이 있는데, 그 벽면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자이크상이 있습니다. 성당 지하에는 이 성당을 지을 때 대한성공회 교구장을 지냈던 '조마가(Mark N. Trollope)' 주교의 유해가 모셔져 있습니다. 중세 유럽의 어느 성당과는 약간은 느낌이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제가 찾았을 때 이미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는데, 성당 내부를 구경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이곳의 자세한 위치는 정동의 한화세실극장 바로 뒤편에 위치해 있어요. 1호선 시청역에서 내리면 가깝습니다.
간물의 옆 모습도 참 아름답죠? 지붕에 올린 빨간 기와가 인상적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종교가 없지마 절이나 성당같은 종교시설 구경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요, 오늘 서울주교좌성당의 내부까지 구경할 수 있을까 모르겠는데.... 그런데.... 문이 잠겼네요. 적잖게 실망을 하고 바깥이나 구경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퇴근하시려고 문을 잠그던 신부님이 저에게 다가오십니다.
신부님 : "성당 구경시켜 드릴까요?"
저 : "아이고 신부님이 귀찮으시지 않으시다면야, 전 대단히 감사한 일이죠. 고맙습니다."
저는 이렇게 운 좋게 친절한 신부님을 만나서 염치없이 넙죽 인사만 드리고 신부님을 따라 성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성당 건물 전체의 모습은 정확히 십자가의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구조의 건물을 뭐라고 하는지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신을 섬기기 위한 장소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숙연한 내부모습과 오래된 나무냄새 같은 것이 나는데 기분이 좋아집니다.
십자가의 꼭대기 방향으로 걸어갈 수록 점점 더 숙연하고 묘한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성당이 지어지던 시절부터 있던 오래된 그림과 사진, 그리고 기념품 같은 것들을 곳곳에 전시하고 있는데 마치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정면 그림의 상단은 예수그리스도(JC XC)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시고 계시고, 그 아래는 왼쪽부터 성 스테파노, 성 사도요한, 성모 마리아, 성 이사야, 성 니콜라스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지붕을 올려다 보니 벽돌로만 구성된 다른 성당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네요. 나무로 된 지붕 위로는 아까 밖에서 보셨듯이 빨간 기와가 올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부에서 은은한 오르간 연주소리가 들린다 싶었는데, 위를 올려다보니 처자 한 분이 파이프 오르간을 멋지게 연주하고 있네요. 신부님 말씀으로는 1450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거라고 말씀하시네요. 규모도 상당할 뿐더러 음색도 아주 미려합니다.
십자가 우측 부분은 작은 스테인 글라스로 아름다움을 더 했네요. 명동성당처럼 웅장한 느낌은 없지만 한국의 전통 건축물을 생각해보면 이런 작은 창문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지는 햇살이 정말 예쁜 성당이었습니다.
성당 전체에 울려퍼지는 파이프오르간 연주소리를 들으며 신부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열린 문으로 다른 일본인 관광객이 스르륵 들어오십니다. 괜히 저 때문에 오늘 신부님이 바쁘게 생긴거 같아 조금 죄송한 마음이지만, 신부님은 귀찮은 기색 없이 친절하시네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오래된 그림은 이 성당과 역사를 같이 하는 그림이라고, 신부님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런데... 몇 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어떤 의미를 가진 그림인지 당췌 기억이 나질 않네요. 에고...
"나는 세상의 빛이다."
오래된 의자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던데, 이 의자들은 일제시대 때부터 사용하고 있는 의자라고 하네요. 삐걱거리고 낡았지만 오래된 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십자가의 아래부분은 이렇게 생겼군요. 화강석과 붉은 벽돌의 조화가 참 아름답네요. 이곳 바로 맞은 편에는 서울교구 주교가 살고 있는 오래된 한옥이 한 채 있는데요, 그곳은 6.10 민주항쟁 본거지였던 곳이에요. 6.10 민주항쟁은 전두환이 구데타로 정권을 잡더니만 한 번 잡은 권력을 놓기 싫어 박정희와 똑같이 장기집권을 획책하다 국민들이 분노해서 들고 일어난 사건이죠.
"내가 세상의 빛이다."
저는 종교는 없지만, 이 말 한마디로 부쩍 의지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덕수궁이나 서울시청 주변으로 놀러가실 분은 지나디다 이곳도 들러보세요. 참 아름다운 건물이랍니다.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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