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주변 개항장 '개항누리길' 1편 | 인천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조선이란 나라는 1392년에 건국되어 500년 이상 단일 왕조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지구상에서 단일 왕조가 500년 이상 이어진 나라는 없었어요. 신성로마제국이 1,200년을 이어졌다고 말씀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건 제국이지 왕조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에스파냐왕국이 500년을 내려오긴 했지만, 그것도 왕조가 아니라 나폴레옹이 자신의 형을 왕으로 앉히는 등 그렇게 왕국을 이어왔습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왕조로만 518년을 이어온 조선이란 국가는 일본의 무력시위 앞에 힘없이 무너졌고, 굴욕적인 일제식민시대를 맞게 됩니다.

일제식민시대의 시작은 지금 가볼 인천항 주변의 개항장이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때문에 한국은 근대화가 시작되었어요. 개항장은 인천 중구청 일대의 지역을 말하는데 제물포조약(1882년)에 따라 조선의 문호를 개방하고 근대 문물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때문에 이 주변으로는 일제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창고와 은행, 그리고 영사관 등 근대 건축물의 전시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개항누리길에 둘러볼 곳이 많아 2편으로 나눠서 포스팅했는데요, 오늘은 그 1편입니다. 어떤 곳인지 들어가 볼까요?

 

 

먼저 인천항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인천 아트플랫폼’입니다. 이곳은 근대에 항구에서 사용하던 창고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곳인데 인천시에서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곳에는 능력있는 예술인들의 창작공간과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유무료 전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에요. 예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방문해볼 만한 곳입니다. 개항기의 낡은 근대 건축물과 거기에 들어선 복합문화예술의 만남은 천생연분처럼 잘 어울립니다.

 

 

 

 

 

 

길게 늘어선 낡은 창고가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전시실로 탈바꿈되었습니다. 약 1,700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전시장과 공연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데요, 넓고 좁은 길을 걷다 보면 개항기에 이곳에 있었던 그들의 삶을 느껴볼 수 있을 거에요. 걷다가 힘들다면 H동 1층에서 지난 전시 자료나 책을 보며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도 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길거리에도 전시하고 있군요.

 

 

 

 

 

 

2000년대 들어서도 이곳은 택배회사 등의 물류창고로 사용되었던 곳인데요, 지금은 말끔하게 청소하고 예술공간이 되었어요. 붉은 벽돌로 만든 창고의 노란 문이 참 예쁘네요.

 

 

 

 

 

 

여기가 아까 말씀 드렸던 H동의 작은 카페에요. ‘모나리자의 하품’ 커피도 아주 저렴하게 팔고 있던데 여행 중에 다리가 아프면 이곳에서 쉬어가는 것도 좋아 보이네요.

 

 

 

 

 

 

재미있는 캐릭터가 앉아 있는 벤치에는 뭐라고 적혀있네요. “웃지요 그대 눈길에 잔잔한 행복이 도곤도곤 흐르는 것을 느껴요” 이곳을 여행 온 여행자의 눈빛에서 읽은 걸까요? ^^*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그림도 있고 영상예술을 전시하는 곳도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들이라 가까이서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에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것 같네요.

 

 

 

 

 

 

언덕을 조금 걸어 올라오니 오래된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이곳은 구)일본우선 주식회사 인천지점 건물입니다. 일본우선회사는 개항 당시 인천항에서 물류를 담당했던 회사인데요, 1888년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지금까지 거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천 아트플랫폼의 사무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이 지금도 남아 있네요. 이 집은 중국식으로 지어진 주택건물인데요, 몇 년 전 이곳에 왔을 때는 중국인 할머니가 이 건물의 주인이셨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군요. 위치는 청나라와 일본의 조계지 경계에서 중국 쪽으로 있는데요, 1939년에 벽돌로 쌓아 올린 2층 주상복합 건물입니다. 가끔 밖으로 나와 있는 주인 할머니께 말씀 드리면 친절하게 내부의 모습도 구경시켜주시곤 했었는데, 오늘은 만나질 못했네요. 아쉽습니다.

 

 

 

 

 

 

방금 보신 중국주택건축물 바로 오른쪽으론 청나라와 일본의 조계지 경계를 구분하는 계단이 있습니다. 이 계단을 바라보며 왼쪽은 청나라, 오른쪽은 일본의 조계지였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일본 쪽으로는 온통 일본식 건물만 있고, 청나라 쪽으로는 중국식 건물이 많이 있습니다. 석등의 모양도 오른쪽과 왼쪽이 확연히 구분이 가죠?

 

 

 

 

 

 

계단을 끝까지 올라오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공자상이 세워져 있어요. 이 공자상은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의 청도시에서 기증한 겁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이 동네가 어떻게 생겼었을까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방금 보신 현대의 사진과 정확히 같은 장소에서 담은 19세기의 사진입니다. 옛날에는 조계지 바로 아래가 바다였군요. 지금은 매립해서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측 조계지는 은행이나 관공서 같은 당시 건물을 제외하고는 적산가옥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진 않더군요. 하지만 최근의 건물 외벽을 이렇게 꾸며놓아 일본거리처럼 단장해 놓았네요. 어차피 튼튼한 건물을 허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라도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일본식 인력거 뒤편으로 보이는 건물은 1883년 지어진 일본의 영사관이었습니다. 인천 개항 이후 가장 먼저 영사관을 설치한 나라는 일본이었는데, 조계지 내에 거류하던 일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2층 목조건물로 지었습니다. 이후 1910년 조선총독부가 설치되고 인천부청사로 사용했는데, 1933년 지금의 모습으로 신축되었습니다. 광복 이후 인천시청으로 사용하다 지금은 중구청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정말 매력적인 르네상스 양식의 석조건물이죠? 이곳은 지금 개항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 ‘일본 제1은행’이었던 곳입니다. 당시 바다로 들고 나는 물품의 관세를 담당하던 은행인데요, 한국에서 생산된 금을 매입하고 지금의 은행처럼 예금과 대출업무도 했다고 하네요. 관람료는 500원인데요, 차이나타운 글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통합관람권 1,700원을 끊으면 이 동네의 모든 박물관을 다 들어가볼 수 있습니다.

 

 

 

 

 

 

개항박물관 내에는 1883년 개항 직후부터 일제 강점이 시작되는 1910년 이전까지의 유물 321종, 총 669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물 중 인상 깊은 것은 갑신정변(1884)이 일어나 단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하고 유럽의 수집가들에게 팔려나갔던 한국 최초의 우표를 만날 수 있습니다. 모두 실물 진품이에요.

 

 

 

 

 

 

정말 신기합니다. 1901년 5월 14일에 인천에서 한성(서울)로 보낸 통상엽서라네요.

 

 

 

 

 

 

그 외에도 개항 대한제국부터 일제시대에 사용하던 우편물과 유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요, 화려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전시물이 많더군요. 위는 대한제국시절 ‘이대신’댁으로 보내는 전보인데 한글이군요. 그런데 내용을 알아볼 수 없어 아쉽네요. 내용도 해석해두었으면 좋을 뻔 했습니다. ^^*

 

 

 

 

 

 

건물 뒷편에 있는 출구 또한 좁지만 옛스런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구멍은 옛날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드나들던 출입구였겠죠? 재밌네요.

 

오늘은 인천항 주변 개항장의 '개항누리길' 1편을 보여드렸는데요, 내일은 이곳에 있는 다른 멋진 곳들로 구경가보도록 할께요. 뿅~!

 

 

개항누리길 2편 → 인천항 주변 개항장 '개항누리길' 2편

 

 같이 다녔던 인천여행코스 (계속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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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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