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한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영화 제작사 '워킹타이틀'이 만든 작품입니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레미제라블>, <어바웃 타임>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랑에 관한 영화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원제:The Theory of Everything> 또한 워킹타이틀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영화인데요, 이전 작품들에 만족하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 또한 만족할 겁니다. 사랑에 대해 잘 풀어내는 영화사는 그리 많지 않은데,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의 사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잘 풀어 냈는지 내려가 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실화영화입니다.
천체물리학을 '지적인 무신론자의 종교 같은 것'이라고 정의 내리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 분)은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의 학창시절은 밝고 긍정적인 학생이었습니다. 이 엉뚱하고 게으른 천재는 교수가 내주는 어려운 물리학 문제를 등교 전 잠깐의 고민으로 풀어낼 정도로 친구들 보다 압도적인 두각을 나타내는데요, 어느 날 파티에서 제인(펠리시티 존스 분)을 만나 둘은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알게 된 스티븐은 병원에서 루게릭병이란 진단으로 2년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는데요, 제인은 흔들리지 않고 그와 결혼을 결심하고 스티븐을 정성으로 돌봅니다. 그녀의 지극정성으로 결국 그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이하 스포 생략)
개나 소나 다 한다는 그 흔한 사랑은 인류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막상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은 모두 특별한 순간임은 틀림없습니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제목 그대로 사랑의 특별한 순간부터 삐걱거리고 권태스러운 일상,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 어느 날 문득 다가오는 또 다른 사랑, 그리고 원망과 분노를 뛰어 넘는 절대적인 사랑까지 두루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런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덤덤한 화면으로 특별히 포장하지않는데요, 호킹 부부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인간 욕망 기저의 진실하고 소박한 감정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목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은 우리를 늘 따뜻하고 행복하게만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때로는 분노하고 원망하고, 또 다른 사랑에 눈을 뜨고, 또 서로를 가여이 여기기도 하니까요. 제임스 마쉬 감독이 말하는 것은 아마도 사랑에 대한 보편성인 것 같습니다. 죽음으로 가까워지는 몸을 가졌지만 사랑은 반대로 커져가고, 물리학 연구의 업적은 전세계로 켜져 가지만 사랑은 변하고 쪼그라들어 모든 것은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혼돈의 상태로 무심히 흘러갑니다. 호킹 박사가 증명하려 했던 우주의 블랙홀이 물질과 시간을 빨아드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입자를 방출할 수도 있다는 혼돈을 설명하는 '호킹 복사' 이론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몸은 휠체어에 갇혀 있지만 머릿속은 우주의 끝까지 향해있는 이 천재 물리학자의 아이러니를 다룬 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로맨스 장르인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원제는 현대 이론물리학의 최대 관심인 모든 힘을 하나로 통합하는 '만물이론 (The Theory of Everything)'입니다. 그런데 스티븐이 영화 속에서 "우주 만물을 설명하는 하나의 공식을 찾고 싶다."라고 말한 것 처럼, 이 영화로 사랑에 대한 '만물이론'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제목을 왜 저리 만들어서 실망을 안겨주는지 아쉽지만, 그가 증명하려 했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진리'에 대한 통찰력은 돋보입니다. 특히, 호킹 박사 역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엄지손가락 척! 들어 올립니다. 이 배우가 누군지 모르시겠다고요? <레미제라블>에서 마리우스 역을 맡았던 바로 그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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