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봄' 하면 '계룡산 벚꽃축제'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겁니다. 대전 유성에서 넘어오는 박정자 삼거리부터 동학사에 이르기까지 4km 정도의 길에는 양쪽으로 늘어선 벚꽃들로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룹니다. 특히, 동학사로 올라가는 작은 다리가 있는 입구부터 주차장까지의 1km는 벚꽃놀이의 최고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동학사는 벚꽃으로도 유명하지만 사계절 마르지 않고 흐르는 맑은 계곡으로 더 유명합니다. 천정골 계곡과 동학사 계곡이 만나는 지점부터 상류로 올라가면서는 숲도 무성해져서 여름엔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죠. 오늘은 그 계곡을 따라 절까지 찬찬히 걸어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곳은 계룡산국립공원 내에 있는데요, 계룡산 등산 초입이기도 해서, 등산객들이 늘 붐비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문화재구역이라 입장료가 있습니다. 어른 2,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400원입니다. 다른 편에서 공주 유료 문화재 입장료 무료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 드렸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곳은 온누리공주시민증으로 무료입장이 안되니 참고하세요.
동학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동학천을 따라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갈 수 있어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곳의 주소지는 공주시이지만 공주시청에서 25km가 떨어져 있지만 대전에서는 8km 정도 떨어져 있어 대전에서 오는 관광객이 더 많은 곳입니다.
계곡은 학바위에서 관음봉 고개까지 3.5km 정도 이어져 있는데요 물소리, 새소리와 함께 푸른 숲이 우거져 있어 청량감마저 듭니다. 이 길을 따라 20여분만 올라가면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동학사를 만나게 됩니다.
일주문을 만나기 직전에 홍살문(홍전문, 홍문)이 있네요. 사찰 입구에 홍살문이 있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보통 궁전이나 관아, 무덤 앞에 세우는 빨간 칠한 나무문인데요, 문 뒤로는 신성한 곳이 있으니 경의를 표하란 뜻입니다. 사찰을 두고 이걸 지었을 리는 없고, 아마도 다른 누군가를 모시는 사당이 있는 것 같네요. 올라가보면 알겠죠?
평일임에도 산행을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은 날입니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 볼게요.
길 옆으로 난 계곡은 충남 제1의 계곡이라 불릴 만큼 수량도 많고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에요. 깊이도 적당하고 바위들도 주변에 넉넉해서 여름이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죠. 그리고 계곡 가의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면 계곡의 평상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습니다.
잠시 물가에 앉아 커피와 빵을 먹고 있는데 다람쥐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네요. 빵을 조금 달라는 애절한 눈빛을 봤지만, 애써 외면하고 싹 먹어 치웁니다. ^^*
5월 25일이 부처님오신날이라 그런지 길 양쪽으로는 알록달록 연등을 달아놔서 뭔가 축하할 일이 많은 길인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런데 이 계곡에 어떤 연유인지 바위와 담벼락에 이끼가 아주 많이 껴 있어요. 특정 부분만 그런 게 아니라 온통 녹색이끼가 잔뜩 끼어 있어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감돕니다.
동학사까지 걸어가다 보면 작은 암자도 세 곳이나 만나게 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목적지보다 이곳이 더 볼 것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건물들도 더 아름답고 기도하는 사람도 많이 보입니다.
인재문, 여긴 절이 아닌데 뭐 하는 곳일까요? 문의 모습을 보건 데 사당의 느낌이긴 한데요. 일주문 전에 홍살문이 있었던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군요.
정전의 이름이 ‘숙모전’이네요. ‘전’자가 들어가는 전각은 궁궐에선 왕과 왕비(대비)만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인데요, 그렇다면 이곳에 왕을 모시고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이곳엔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단종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좌/우에 있는 건물에는 계유정난에서 돌아가신 황보인, 김종서 등을 그리고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죽임을 당한 많은 사육신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끼 낀 담벼락 아래에서 그들을 생각하고 있네요. 이름을 남기니 죽어도 죽은 게 아닙니다. 내가 죽으면 내 이름 석자를 누군가는 생각해줄까? 란 생각이 문득 드네요.
숙모전에서 조금 더 올라오면 보이는 이곳이 동학사 입구에요. 보통의 사찰처럼 천왕문이나 해탈문 같은 건 없고 곧바로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나게 됩니다.
석가탄신일이 다가온다고 연등을 달려고 철구조물을 만들어 놨네요. 아…. 사찰 입장에선 일년에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날이라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입장료 내고 들어온 관광객의 입장에선 보기가 흉물스럽네요. 아무튼 마당 한 가운데 아담한 삼층석탑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대웅전입니다. 1탑 1금당 형태로 되어 있는데요, 이 탑은 신라 성덕왕 때 동학사와 함께 건립했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스님들의 범패 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오고 대웅전 안에는 가족들의 안녕을 비는 어머니 몇 분이 연신 허리를 굽히고 있습니다. 대웅전 안에 있는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3개는 모두 국가 보물로 지정 예고가 되어 있습니다.
대웅전 앞마당에 피어 있는 붉은 다알리아. 주변으로 목련 꽃잎이 떨어지고 있지만 얘네들은 이제 막 피고 있나 봅니다. 원래 여름이나 돼야 피는 꽃인데 벌써 폈네요. 다알리아가 아닌가?
뒤편으로 출입이 금지된 곳은 여승인 비구니를 교육하는 승가대학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속세의 남자들을 차단하기 위함인지 수양을 위함인지, 아무튼 승가대학을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입구는 어김없이 ‘출입금지’란 푯말을 걸어 뒀네요.
이제 슬슬 여행을 마치고 내려갈 때가 되었나 봅니다. 동학사 담벼락에 누군가 예술 같은 토목기술로 탑을 쌓아 놨네요. 쌓을 수 없는 절벽에다 받침돌을 하나 끼우고 기초공사를 한 다음, 그 위에다 탑을 쌓는 저 노력을 보세요. 이 정도의 노력이면 소원이 이루어 질 겁니다. 믿어보세요!
집에 가는 길도 어김없이 예쁜 벚꽃터널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신랑신부 결혼식장 들어가듯 행복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할 수 있어요! 따뜻한 봄날 공주여행가시면 벚꽃들도 구경하고, 조금 더 올라가 동학사까지 구경하고 내려와보세요. 힘이 조금 더 남아돌면 계룡산까지 올라갔다 오시면 금상첨홥니다. 멋진 여행들 되세요~
+ 주차료 : 1일 4천원
공주여행기 11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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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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