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방어하던 요새는 북쪽의 개성, 남쪽으론 수원, 서쪽으로는 강화, 그리고 동쪽으로는 광주 남한산성이 있습니다. 남한산성은 해발 500미터의 산에 성곽길이 총 11.76km에 걸쳐 성벽이 늘어서 있는데, 석축으로 쌓아 트래킹이 가능한 가장 긴 코스는 현재 7.7km(3시간 20분) 구간이 형성되어 있어요. 오늘은 그 중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성로터리에서 남문(지화문)을 지나 숲길을 따라 다시 산성로터리까지 걸어오며 주변 풍경을 구경하는 약 1시간 가량의 짧은 코스를 소개해드릴게요. 참고로 산성로터리에는 주차장과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트래킹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출발을 하게 됩니다.
남한산성은 백제시대에 처음 축성되었다가 이후 조선시대까지 계속해서 개축 및 유지보수 되며 서울을 방어하는 국방의 핵심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쌓아서 각 시대별로 성을 쌓는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 내부에는 우물이 80군데가 넘고, 연못도 45곳이나 되는 등 유사시 충분히 자급자족을 하며 방어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 되었습니다.
산성로터리에서 남문까지는 15분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데, 지나는 길 옆으로는 남한산성비석군이 있군요. 이 비석들은 산성 안에 있던 모든 비석들을 한 곳에 옮겨 모아둔 겁니다. 백성들을 잘 돌봐온 지역 관리들을 추념하기 위해 백성들이 훗날 세운 비석들이라고 하네요. 한자로 되어 있어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 뜻만 생각하고 지나갑시다. 휘리릭~
그렇게 15분 가량 약간의 오르막길을 걸으면 남문(지화문)을 만나게 됩니다. 남한산성에는 동서남북에 4개의 문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남문은 가장 크고 웅장한 중심문인데 지금도 사람들의 출입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병자호란을 피해 도망 온 인조가 남한산성에 들어설 때 바로 이 문을 통해서 들어왔습니다.
성을 빠져 나와 바깥에서 쳐다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이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성남시가 한 눈에 훤히 내려다 보이는데, 불과 350여년 전 조선의 16대 왕 인조는 청나라 군사에게 항복하며 신하들을 데리고 삼전도(지금의 송파)에서 무릎을 꿇는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가슴 아파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카메라에 예쁜 풍경을 담으면서도 절대 역사를 잊어버려서는 안됩니다.
약간은 안쪽으로 기울어진 성벽이 푸른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워서 참 아름답게 보이네요. 수원화성의 성벽과는 또 다른 멋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원화성의 성벽은 전시상황에 딱 맞게 성벽 주변 나무들을 다 베어버리고 방어에 최적화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남한산성은 깊은 산속에 있어 그런진 모르겠지만 성벽 안팎으로 아름드리 나무그늘이 드리워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조금만 떨어져서 본다면 성벽이 있는 줄도 모를 정도인데요, 덕분에 성벽을 따라 걷는 건 시원하고 상쾌합니다.
이 성벽은 7.7km를 이어 계속 걸어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데, 숲 속 능선을 따라 지어졌기 때문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가파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원화성보다 2km 정도 더 길지만(수원화성 둘레는 5.7km) 시간은 1시간이 더 걸리는 3시간 20분 정도 걸어야 완주할 수 있습니다.
길 중간중간에는 나무로 만든 휴식공간이 곳곳에 잘 마련되어 있어 잠시 나무그늘에서 쉬었다 가기에 편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도 이곳에서 시원한 레몬차 한 잔에 카메라 렌즈를 깨끗이 닦고 다시 출발~
다시 산성로터리로 돌아가는 길은 성벽에서 내려와 숲길을 따라 내려가 보겠습니다. 성벽 바로 아래에 천주사지 방향으로 가는 숲길이 있는데, 거기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내려오면 만해기념관을 지나 로터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길 위로 나뭇가지들이 길게 드리워서 시원하게 걸을 수 있어 참 좋아요.
숲길을 걷다 보면 무궁화 군락지도 만나고 계단 사이로 핀 봄 꽃들도 환하게 웃고 있는데, 무궁화는 여름에 피는 꽃이라 아직 피진 않아서 아쉽네요. 7월에서 늦어도 10월까지는 꽃이 피어 있으니 그땐 만발한 무궁화 꽃을 볼 수 있답니다.
1시간 코스를 맞추기 위해 성벽을 따라 계속 걷지 않고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숲길을 따라 내려오게 됩니다. 숲길은 언뜻 보면 포장이 되어 있질 않아서 길이 아닌 것 같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사람이 다니던 길인지 금방 알 수 있어요. 현장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지도가 있다면 지형을 보고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 길로 내려오다 보면 남한산성에 사는 주민들이 일궈놓은 밭고랑 사이를 걷기도 하고, 길 옆 개천을 따라 걷기도 하는데, 오랜만에 시골풍경 제대로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물론 7.7km를 모두 걸어보시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에요!
+ 주차료 : 1일 1천원, 입장료는 무료
11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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